김신혜가 복역한 25년은 누가, 어떻게 보상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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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속(부친) 살해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4년을 복역한 무기수 김신혜(48) 씨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24년간 복역한 감옥에서 풀려나 자유의 몸이 됐다. 어제 속보로 오른 기사를 읽고 나는 잠깐 숨을 가다듬었다. 이건 김신혜의 승리이면서, 이 재심을 수행해 온 박준영 변호사와 그것은 기록해 온 탐사보도 매체 ‘진실탐사그룹 셜록’ 대표 박상규 기자의 승리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내가 박준영, 박상규가 같이 쓴 르포르타주 <지연된 정의>(후마니타스, 2016)를 읽고 그 서평을 <오마이뉴스>에 송고한 것은 2017년 4월이다. 그리고 7년이 넘어 재심의 1심에서 김신혜와 두 사람은 승리한 것이다. [관련 글 : 무기수 김신혜 앞에서 멈춘 ‘정의’] 김신혜 씨는 물론, 박준영 변호사는 일면식도 없지만,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다 보니 박상규 기자는 조금 아는 사이다. 세 분에게 마음의 축하를 전한다.
복역 기간 중 일관되게 무죄를 주장한 김신혜는 출옥하면서 “재판부에 감사한다. (무죄까지) 이렇게 25년이 걸려야 하는가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재심 재판부는 김씨가 수사기관에서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자백한 진술조서를 부인하는 만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의 초기 진술은 경찰의 강압적 수사, 동생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에 따른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라면서 “범죄 공소 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으므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라고 판시했다. [관련 기사 : ‘25년째 복역’ 무기수 김신혜, 재심서 ‘친부 살해 혐의’ 벗었다(한겨레) / ‘아버지 살해’ 무기수 김신혜, 24년 만에 누명 벗었다···재심 재판부 “자백, 증거 안돼”(경향)]
이번 재심 무죄 판결은 국내 사법사상 최초 ‘복역 상태 무기수’ 재심의 무죄라고 한다. 재심은 확정된 판결에 중대한 오류가 있는 경우, 그 판결이 맞는지 다시 심리하는 법적 구제 절차입니다.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적지 않은 이들이 재심을 원하지만, 재심이 허락되는 건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고 한다.
<지연된 정의> 서평(무기수 김신혜 앞에서 멈춘 정의)에서 나는 ‘문제는 시스템이다’라고 썼다.
삶이 그러하듯 무릇 정의는 언제나 그리 고상하게 실현되지 않는다. 때로 그 실현 과정에서 인간의 선악과 미추를 드러내기도 하고 세상의 구조나 체제가 모두의 편은 아니라는 사실을 환기하기도 하는 까닭이다. <지연된 정의>가 전하는 ‘사법적 정의’에 관한 이야기는 한편으론 안도로, 다른 한편으론 짙은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그것은 우리에게 사법적 정의가 실현되는 것은 소수의 ‘선의’에 의해서가 아니라, 보편적 ‘법률 구조(救助) 시스템’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당위를 직접적으로 확인해 주기 때문이다. “정의를 구현하는 방식은 때로 정의 자체보다 더 중요하다”라고 한 조지 워커샴의 지적이 가리키는 것도 같은 지점임을 두말할 나위가 없는 일이다.
물론 이번 무죄 선고는 시스템에 따른 승리이긴 하다. 그러나, 그 시스템의 혜택으로 재심을 받고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기까지 거의 24년이 걸린 점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애당초, 공정하고 제대로 된 수사가 이루어졌다면 김신혜는 물론, 그 일가가 오늘날까지 함께 겪어야 했던 아픔과 고통은 없었을 것 아닌가 말이다.
25년 만에 자유를 되찾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이번 재판은 김신혜에게 최초 무기징역이 선고된 1심에 대한 재심이다. 검찰이 항소하게 되면 다시 2심, 상고심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고 일단, 그 심리의 결과가 똑같이 이어진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즘 1월 말까지 마감해야 할 원고가 있어서 거의 글을 쓰지 못하고 있다. 2월에 다른 진전이 있으면 새로 이야기를 전할까 한다. 김신혜 씨와 박준영 변호사, 박상규 기자에게 고맙다는 말씀 전하고, 거듭 축하를 드린다.
2025. 1. 7.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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