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길 위에서

씁쓸하다, 다시 ‘똥별’들 지다

by 낮달2018 2024. 12. 22.
728x90
SMALL

‘12.3 내란’ 연루 현역·예비역 장성들 우수수

▲ '계엄 5인방' 장성, 경찰 수뇌부 '내란죄'로 모두 '구속' MBC 뉴스(12.17.) 유튜브.

다시 똥별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다시 씁쓸한 기분으로 쓴다. 숨 가쁘게 이어진 텔레비전 보도로 12.3 내란의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본 시민 가운데, 아무도 무심하게 그걸 흘려버린 이는 없을 것이다. 이 나라의 육군 참모총장이, 국방부 장관이, 옛 보안사인 방첩사령부의 수장이, 내가 근무한 특전사의 사령관 같은 쟁쟁한 별들이 우수수 ‘똥별’로 쏟아져 내린 것이다.

 

이들은 아예 ‘미치광이’로 손가락질받는 대통령이 불법적으로 선포한 비상계엄령을 공모하거나 정적으로 추인하고, 불법적 명령을 제대로 거부하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따르다가 결국은 수갑을 차고 구속되었다. 이들이 내란에 연루된 상황을 대충 재구성해 보면, 그들은 눈앞의 기득권을 놓칠까 봐 대통령의 지시를 거부하는 건 물론, 이의를 제기하지도 못했으며, 결국 소극적으로 따랐다는 게 분명해 보인다.

 

그런 태도, 최소한 자신의 과오를 감추거나 줄이기 위해 적당히 윤색하고 은근히 자신이 대통령의 지시를 뭉갰다는 식으로 대응하는 그들은 기본적으로 군인답지 못했다. 장군이 된다는 게 군에서 어떤 과정을 거치는가를 모르지 않는 시민들은 그들의 비루한 모습을 보면서 실망과 함께 그들을 배출한 육사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의심하기도 하는 이유다.

 

이들을 바라보며 민주당 의원들이 보인 반응도 기본적으로 국민이 보고 느낀 바와 다르지 않다.

 

“이들이 알콜 중독에 망상, 분노조절 장애가 의심되는 자의 광기 어린 내란을 막지 않고 공모·동조·실행·방조한 혐의로 줄줄이 구속되는 모습을 보니 분노와 함께 측은한 마음도 든다” (정성호 의원)

 

“육참총장, 방첩사, 특전사, 수방사령관들 네 사람이 찬 별 13개가 똥별로 떨어졌다.……그 따위로 준비했으니 실패한 것은 다행이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골 빈 자들이 대통령, 국방부 장관이라니. 똥별들의 행진이었다.”(박지원 의원)

▲ 현직으로 표기된 이들도 모두 직위 앞에 '전'자가 붙었다.
▲ 내란에 대응하는 시민의 자세는 그들이무너뜨린 국격을 다시 세우는 역할까지 했다. ⓒ 노동자 연대 사진

박지원 의원은 13개라고 했지만, 전직(예비역)과 뒤늦게 구속된 정보사령관의 별까지 합치면, 물경 20개다. 그들이 그렇게 어정쩡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렇게 어렵게 딴 별을 잃고 싶지 않아서라는 건 자명하다. 경찰청장과 서울 경찰청장도 마찬가지다. 소극적이긴 해도 그들도 기득권을 지키려다가 위헌 위법적인 명령을 따랐기 때문이다.

 

수괴(우두머리)에겐 사형,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 중요 임무 종사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이나 금고이고, 단순 가담이라도 5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하는 게 ‘내란죄’이니 이들은 수십 년간 쌓아온 군 경력이나, 장관 경력은 이제 휴지 조각이 되었다. 그건 단순히 개인의 불운이기 전에 전체 국민과 이 나라 민주주의를 모독하고 훼손했다는 점에서 치욕적이다.

 

보도에 따르면 아직도 처벌받아 마땅한 이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탱크 부대의 기갑여단장과 국방부 준장은 왜 정보사령부로 갔으며, 장성진급을 미끼에 낚인 영관급 장교들은 또 어떡할 것인가. 뉴스를 듣다 보면 군부는 어쩌다 이 모양이 되었는가를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관련 글 : 똥별에게 보낸다 / 똥별과 그 추종자들, ‘역사의 교훈도 걷어찼다]

 

그나마 위안은 이들 꼴사나운 지휘관들이 동원한 하급자나 병사들이 보인 슬기로운 명령 씹기다. 방첩사에서 출동한 대원 100명 전원은 지시받은 현장에 직접 들어가지 않고, 인근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거나 주위를 배회하고, 다른 장소에서 대기하는 등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될 때까지 시간을 벌었다는 얘기 말이다.

▲ '한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등대', '차세대 민주주의 이끌 것', 'k-pop이 지켜낸 민주주의' 등 나라밖에서 우리의 민주주의를 상찬하고 기리고 있다.

병사들은 그게 해서는 안 되는 위법한 일이라는 걸 눈치채고 있었고, 가장 슬기로운 방식으로 그 지시를 따르지 않음으로써 ‘제복 입은 시민’의 도리를 다했다. 그뿐 아니다. 국회 안으로 진입한 병사들도 소극적으로 시민들에게 밀리기만 할 뿐 거칠게 행동하지 않아서 아무도 다치지도, 어떤 불상사도 없었다.

 

내란 당일부터 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은 또 어떤가. 지금은 용산과 광화문 등으로 옮겨서 촛불행동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로 말미암아, 21세기에 아닌 비상계엄령으로 까먹은 국격을 상쇄하고도 남는 상찬을 들었다. ‘한국은 이제 전 세계 민주주의 등대’, ‘차세대 민주주의 이끌 것’, ‘k-pop이 지켜낸 민주주의’ 등으로 우리 시민의 민주 의식과 그들이 지켜낸 민주주의에 경의를 표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일말의 반성도 없는 집권 여당의 모습, 내란이 아니라거나, 탄핵에 반대하는 일부 극우 보수층의 모습 등에서 여전히 ‘내란이 진행 중’이라는 규정이 지나치지 않아 보인다. 군 지휘관과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미루는 윤석열의 비열하고 후안무치한 행동에 대한 실망과 성토도 끊이지 않는다. 윤석열은 정치에 실패하고, 인간으로서도 실패한 인물로 한국 정치사에 남을 터이다.

 

여전히 미적대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남은 일정들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집행하고, 탄핵 국면을 마무리하고 예측이 가능한 시간으로 남은 일정을 꾸려나가야 한다. 결국 그들의 등을 떠밀어 위기를 줄이는 건 국민 여론의 몫, 남은 것은 우리 모두의 민주주의에 대한 확신과 그 실천이다.

 

 

2024. 12. 22. 낮달

반응형
LIST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