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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이 함부로 날뛴” 2024년, ‘올해의 사자성어’

by 낮달2018 2024.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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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 선정 올해의 사자성어 ‘도량발호(跳梁跋扈)’

연례행사로 올해의 사자성어 발표를 보며 올 한 해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확인한다. 해마다 이맘때쯤 <교수신문>이 전국의 교수들에게 설문조사로 선정하는 올 사자성어로 ‘도량발호(跳梁跋扈)’를 선정해 발표한 것이다. 별로 익숙하지 않은 사자성어인데, 뜻은 “제멋대로 권력을 부리며 함부로 날뛰다”쯤으로 새겨진다.[관련 글 : 제멋대로 권력을 부리며 함부로 날뛰다]

 

뛸 도(跳), 들보 량(梁), 밟을 발(跋), 뒤따를 호(扈)의 한자로 이뤄졌다. 도량발호는 단일 사자성어가 아니라, ‘도량’(거리낌 없이 함부로 날뛰어 다님)과 ‘발호’(권력이나 세력을 제멋대로 부리며 함부로 날뜀)가 각각 다르게 그리고 다양한 곳에서 사용되어 온 어휘다. 두 낱말은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실려 있다.

 

도량2(跳梁)

「명사」

거리낌 없이 함부로 날뛰어 다님.

  흉년과 기근이 계속되자 도적 떼의 도량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발호2(跋扈)

「명사」

권세나 세력을 제멋대로 부리며 함부로 날뜀.

  군벌과 외척의 발호.

  과다한 진상물 마련과 탐관오리 발호에 시달릴 대로 시달려 온 이 섬 백성들인데…. ≪현기영, 변방에 우짖는 새≫

 

도량은 『한서(漢書)』와 『장자(莊子)』의 「소요유(逍遙遊)」편 등 고전에서 방자하게 날뛰는 행동을 표현하는 데 쓰였다. 발호는 『후한서(後漢書)』에서 ‘발호장군(跋扈將軍)’으로 등장한다. 이는 뒷날 권력을 남용해 전횡을 일삼는 장군을 비판적으로 묘사하는 낱말로 쓰였다.

 

교수들의 설문으로 선정된 사자성어는 ‘도량발호(跳梁跋扈)’가 총 1,086표 중 450표(41.4%)를 얻어 올해의 사자성어가 되었다. 그리고 ‘후안무치(厚顔無恥)’는 307표(28.3%), ‘석서위려(碩鼠危旅)’는 201표(18.5%),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는 77표(7.1%), 본립도생(本立道生)은 51표(4.7%) 등의 순서로 표를 얻었다.

 

어느 것이든 모두 2024년의 한국 사회를 일정하게 반영하는 의미를 담고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겠다. 특히 그간 온갖 곡절을 거쳐 국민이 성취해 민주주의를 뿌리째 흔들면서 권력을 이어가고자 한 대통령이 저지른 패착은 진영을 떠나서 온 국민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여기에다 덧붙이는 건 사족일 터이다.

 

개인적으로 좀 와닿는 성어는 ‘가정맹어호’다.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이 케케묵은 성어가 21세기 한국에서 새로운 울림을 갖는 까닭도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예전 같으면 일상으로 여겨도 충분한 자유와 권리가 위협받는 일이 적잖았고, 그 이유가 현 정권의 권위주의적 성격과 바로 이어지지 않은가.

 

‘본립도생’, “본이 서야 길이 생긴다”는 성어도 현 정권 성격의 일단을 꽤 깊이 있게 비유하고 있는 낱말이다. 무슨 원칙도 없고, 유연한 적용 따위는 더 없고, 내키는 대로 왔다 갔다 하거나, 모든 걸 권력의 비위에 맞는가 아닌가 하는 거로 재단되는 일이 좀 많았는가 말이다.

 

권력이 망가뜨린 민주주의, 시민이 다시 세울 것이다

 

민주주의의 대의가 아니라 당과 자신의 이해를 우선으로 탄핵 표결에 불참했지만,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들이 버티는 건 한계가 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의 문제일 뿐, 윤석열 탄핵과 구속은 정해진 차례대로 이어질 것이고, 무능하고 오만한 권력과 집권 세력이 망가뜨린 민주주의는 시민의 힘으로 다시 세워지고 회복될 것이다.

 

그런 가능성에 희망을 거는 이들과 함께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려 한다.

 

 

2024. 12. 10.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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