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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을사(乙巳)년 새해를 ‘치유와 재생’의 시간으로

by 낮달2018 2024.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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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새해, , 푸른 뱀의 해를 맞으며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 강서대묘의 현무도. 현무는 암수가 한 몸이고 뱀을 몸에 칭칭 감아 얽혀 뭉쳐 있는 다리가 긴 거북의 모습이다.

갑진(甲辰)년에 이어 2025년은 을사(乙巳)년이다. 갑진년의 푸른 용의 해였듯, 을사년은 푸른 뱀의 해다. 천간(天干) 갑을(甲乙)은 오방색(五方色) 가운데 청색이기 때문이다. [관련 글 : 갑을병정, 자축인묘, 간지는 과학이다]

 

‘뱀’이라면 우선 기분이 섬뜩해지거나 진저리를 치게 하는 동물이다. 극지를 제외하고 전 세계에 분포하고 있는데 한 대지방에는 종류가 적고 온대에서 열대로 갈수록 종류가 늘어난다. 전 세계에는 13과 3천여 종이, 우리나라에는 3과 16종이 서식하고 있단다.

 

섬뜩하고 기분 나쁜 뱀 대신,  불사·재생·영생의 상징인 뱀으로

 

뱀은 보편적인 느낌에서 드러나듯, 유쾌한 기분을 주지는 않는다. 우리 설화 속에서 인간을 해치려는 사악한 존재로 등장한다. 치악산 상원사(上院寺)의 연기설화(緣起說話)도 뱀이 인간을 해치려다 실패하고 만다는 내용이다. 뱀이 꿩 두 마리를 잡아먹으려는 걸 보고 뱀을 죽이고 꿩을 살려준 나무꾼 이야기다.

 

그날 밤 나무꾼은 산속의 어느 집에서 젊은 여인을 만나 대접을 받으며 자게 되었다. 한밤중에 눈을 떠보니 큰 뱀이 자기의 몸을 친친 감고 잡아먹으려 하고 있었다. 여인은 뱀의 화신으로 죽은 남편 뱀의 원수를 갚으려는 것이었다. 그때 어디선지 종소리가 울려왔고 뱀은 도망을 가버렸다.

 

이튿날 종소리가 난 곳을 찾아가 보니 퇴락한 종루에 꿩 두 마리가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 있었다. 이 자리에 절을 세우니 그것이 오늘날의 상원사이다. 산의 이름이 꿩 ‘치(雉)’ 자를 붙인 치악산이 된 이유다.

다만, 제주도에선 토속신앙의 대상으로 신성시되기도 한다. 제주의 신당(神堂) 가운데 ‘여드렛당’은 매 8일이 제일로 이 당은 주로 뱀을 모시는 당이다. 제주는 주로 밭농사가 행해지는데 곡식을 갉아 먹는 쥐는 퇴치해야 할 주 대상이었다. 쥐의 천적은 뱀이고 그러니 뱀은 제주 사람들에게 곡식을 지켜주는 고마운 존재가 된 것이다. 그래서 제주에서는 뱀을 부(富)을 가져다주는 존재, 즉 ‘부군칠성(富君七星)’이라 하여 위한다고 한다.

 

그러나 뱀은 문화적 맥락에서 상징화하면 뜻밖의 의미로 다가온다. 겨울잠을 자는 뱀은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성장할 때 허물을 벗는다. 이것이 죽음으로부터 새롭게 태어나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불사·재생·영생의 상징으로 무덤의 수호신, 지신(地神), 죽은 이의 재생과 영생을 돕는 존재로 인식된다. 또 많은 알과 새끼를 낳는 뱀의 다산성은 풍요와 재물(財物), 가복(家福)의 신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뱀은 생명 탄생과 치유의 힘, 지혜와 예언의 능력, 끈질긴 생명력의 화신으로 문화적 상징을 갖기도 한다.

 

을사늑약과 을사사화, 을사추조적발사건 등의 역사

 

을사년은 60간지(갑자)의 42번째 해에 속하는 해로, 역사적으로 알려진 을사년은 가까이는 1905년, 멀리는 1545년이 있다. 1905년은 을사늑약이 맺어진 해로 우리는 일본에 외교권을 박탈당함으로써 사실상 국가의 가장 중요한 기능을 잃었다. 1905년은 120년 전이니, 올해는 을사늑약과 을사의병의  2주갑(周甲)이다. [관련 글 : 일본의 강압으로 불평등 을사늑약(한일협상조약) 체결]

 

*주갑은 “육십갑자의 ‘갑(甲)’으로 되돌아온다는 뜻으로, 태어난 지 60돌이 되는 해. 또는 그 나이.= 환갑”의 뜻인데, 해가 120년이 되었다는 뜻으로 쓴다.

 

늑약 체결 뒤 한국에는 통감부가 설치되고 초대 통감으로 이토 히로부미가 취임하였다. 이 조약은 대한제국을 보호국으로 삼고, 식민지화하려는 일본 제국의 흉계가 숨겨져 있었다. 일제는 이후에도 한일신협약(1907)과 기유각서(1909) 등을 이완용 내각과 일본 제국의 한국통감부 사이에서 체결하여, 한국의 국권을 하나씩 침탈했고, 마침내 1910(융희 4)년에는 한일병합조약으로 대한제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관련 글 : 경술국치 - 대한제국, 일본에 강제 편입되다]

 

같은 해 일어난 을사의병은 늑약 체결을 계기로 전국 각지에서 일어나 1907년 전반기에 걸쳐 일어나 활동한 의병을 가리킨다. 충청지역에서는 민종식이 홍주성 전투를 이끌었고, 호남과 영남지방에서는 최익현과 신돌석이 활약하였으며 그 외에도 각계각층의 의병들이 활동했다. 1890년대 을미의병의 위정척사적 성격에서 탈피하여 구국의 일념이 거병의 이유가 되었으며 전술적인 면에서도 한 단계 더 향상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1545년의 을사사화(士禍) 명종이 즉위하던 해에 조선 왕실의 외척인 대윤(大尹) 윤임과 소윤(小尹) 윤원형의 반목으로 일어난 사림(士林)의 화옥(禍獄)으로 소윤이 대윤을 몰아낸 사건이다. 1785(정조 9)년 3월의 을사 추조 적발 사건은 형조에서 천주교 신자들의 비밀 신앙 집회를 적발해 낸 사건이다. ‘명례방 사건’이라고도 하는데, 이 사건으로 후대 교회사 연구자들이 ‘명례방공동체’라고 부른 모임은 와해되지만, 113년이 지난 1898년 명례방(명동)에 명동성당이 건립되었다. ‘명례방 공동체’는 한국 천주교를 대표하는 상징적 장소인 명동성당의 뿌리인 셈이다.

 

2025년을 치유와 재생의 시간으로

 

새해를 맞으면서 을사 뱀의 해가 기분 나쁜 뱀이 아닌, 긍정적이고 문화적인 상징의 의미를 다가오길 바라는 마음은 모두가 같다. 새해는 갑진년에 있은 비상계엄과 윤석열 내란과 같은 불쾌한 기억과 사건, 그리고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같은 안타깝고 슬픈 사건을 치유하고 겨레와 상처 입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재생하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해 보는 이유다.

 

 

2025.1.1.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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