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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급식노동자들에게 보낸 메시지- ‘공감과 연대’의 확산 필요

by 낮달2018 2024.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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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원당고등학교 학생회에서 연 급식노동자 응원 행사에 부쳐

▲ 인천 원당고 학생들이 6일 급식 조리실무사에게 감사를 표하는 메시지를 쓰고 있다. 인천 원당고 학생회 제공

어제(12월 6일),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학비노조)는 하루 파업에 들어갔다. 학교 급식노동자(조리실무사)들의 상당수는 학비노조 조합원이다. 당연히 아이들은 급식을 제공받지 못한다. 그런데, 이날 인천 원당고에서는 학생회에서 작은 행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관련 기사 : 우리 급식, 백종원 저리 가라인천 원당고 학생들이 급식노동자들에게 보낸 메시지]

 

“누구보다 마음이 불편해하고 계실 우리 학교의 영양사·급식 조리사 선생님들에게 평소에 하지 못했던 ‘우리 학교 급식 맛있어요, 감사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같이 건네보면 어떨까요.”

 

‘우리 한 번, 같이 써볼까요!’라는 이름의 이 행사에서 B4 크기 노란 용지 3장에 학생들이 포스트잇을 붙였다. 노랑·주황·파랑 포스트잇에는 이날 하루 파업 중인 학교 조리실무사 아홉 분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담겼다. [사진 참조]

▲ 인천 원당고 학생들의 메시지가 담긴 포스트잇이 게시판에 붙어 있다.

글쎄, 현직 대통령이 국회를 유린하는 반헌법적 비상계엄령 발동으로 나라가 어수선한데, 고교생들이 조그맣게 연 이 행사를 보도한 <경향신문> 기사를 읽고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당장 급식 대신 대체 급식을 제공받는 불편이 있는데도 학생들이 평소 자신들의 급식을 담당하는 급식노동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이 행사를 치렀다는 사실에 나는 적지 않게 감동받았다.

 

나의 불편은 가깝고남의 권리는 멀지만 …

 

나의 ‘불편’은 가깝고, 남의 ‘권리’는 멀다. 학생들은 조리사들에게 평소 해주는 “급식이 아주 맛있었다”라는 얘기를 했지만, 기실은 그들의 파업을 이해하니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파업을 지지한다는 말 대신 학생들은 우리 걱정은 마시라고 ‘맛있는 급식’의 고마움을 이야기한 것이다.

 

2019년 7월 인천 서흥초등학교에서는 소속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며 학부모들의 배려를 구하는 내용의 ‘총파업 안내 가정통신문’을 학부모에게 보냈었다. 가정통신문은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에서 진행하는 총파업에 본교 교육공무직 선생님들이 참여함을 알려 드린다”라고 밝히면서 이들의 파업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것이고 비정규직 차별 없는 세상을 바라는 것이라고 부연한 것이다. [관련 글 : 가정통신문읽고 눈물, 어떤 내용인가 봤더니]

 

서흥초등학교에서 보낸 가정통신문은 학교에서 학부모에게 보낸 안내장으로 아이들이 받을 불편을 알리고 이에 대한 이해를 구한 것이었다. 그때, 나는 파업 안내 가정통신문을 받은 학부모가 아이들에게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우리가 얼마쯤 불편해질 수 있다고 가르치는 시간은 언제쯤 현실이 될까를 생각했었다. 초등학교에서 보여준 배려와 관용의 태도가 학생과 학부모에게로 확산할 수는 없는 것일까도 생각했다.

 

지난해에는경기도 광명시의 한 고등학교에 파업 노동자를 응원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었었다. 급식노동자들이 먼저 파업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제시하는 대자보를 붙였고 이에 3학년 학생 2명이 작성해 붙인 대자보에서 학생들은 “3년간 저희가 배운 것은 공감과 연대의 중요성이었다”라고 하면서 “당연한 가치들이 정작 우리와 가장 가까운 급식실에는 부재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가 먹는 급식에는 조리 종사자님들의 땀과 눈물이 새겨져 있다”라면서 “학생들에 대한 존중과 정성에 보답할 수 있는 길은 온전한 응원과 공감”이라고 덧붙였다. [관련 글 : 급식 총파업 고교생의 응원과 공감의 대자보](2023.04.03.)

 

2019년에 학교에서 학부모에게 보낸 가정통신문에서 비친 공감과 연대를 비록 소수지만, 학생들이 받아 안은 사례다. “나는 생계를 위해서 돈을 벌어 본 적도 없고, 급식 일을 해본 적도 없고, 노조에 가입해서 싸워본 적도 없고, 부양할 아들, 딸도 없다. 하지만 아주머니들의 한숨, 눈빛, 울먹임이 나에게 소중한 그 누군가의 것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쓴 아이들이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이들(급식노동자)은 고된 노동에도 최저임금에 가까운 급여의 인상과 ‘조리흄’으로 인해 폐암 발병률이 높은 사실이 드러난 뒤에도 더딘 조리실 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올해 기준 최저임금 월 환산액은 206만740원인데 조리실무사 등 2유형에 속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의 올해 기본급은 월 198만6000원에 불과하다.

 

근속 수당 등 공통 기준수당 외에 직종 관련 수당이 있지만 이마저도 모든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가 받지는 못한다. 최근에는 정부의 대규모 감세에 따라 세수가 부족해지자 시도 교육청은 급식실 개선 사업 예산을 평균 30%가량 깎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 위 ‘기사’ 중에서

 

조리흄 : 튀김, 볶음, 구이 등 고온에서 기름을 사용해 음식을 조리할 때 나오는 유해 물질.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 암연구소는 조리흄을 2A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2A군 발암물질은 발암성 증거가 인체에서는 제한적으로 밝혀졌지만, 실험동물에서는 충분히 나온 경우를 뜻한다. [관련 기사 : 급식노동자 파업 뒤에는···최저임금보다 낮은 기본급 있다]

 

결국 학생들이 벌인 행사는 급식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했음은 분명하다. 이번 행사는 비록 급식노동자에게 감사를 표현하는 데 그쳤지만, 이 행사로 학생들의 이해가 더 크고 깊어질 수 있을 터이다. 노동자들의 ‘하루 파업’조차 받아들일 수 없다면 학교는, 우리 사회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불편을 감수하는  지지(Support)’와 연대(Solidaritas)’가 필요

▲ 온 도시와 국가가 멈춰버리는 프랑스의 총파업에서 어떤 언론도 노동자의 파업을 비난하지 않는다는 사회 연대가 작동한다.

누군가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누군가가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게 불가피하다면, 그것을 사회적 보편적 상식과 비용으로 받아들이는 데가 선진 사회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나라에선 늘 ‘시민의 불편’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보편적 권리의 행사를 ‘인질’ 운운하는 방식으로 위협한다.

 

온 도시와 국가가 멈춰버리는 프랑스의 총파업에서 어떤 언론도 노동자의 파업을 비난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 공권력이 파업에 개입하는 일도 없으며, 시민들은 ‘지지(Support)’와 ‘연대(Solidaritas)’의 의미로 불편을 감수한다고 했다.

 

서울 지하철 파업은 철회되었지만, 철도 파업은 이어지고 있다. 나의 불편은 짜증 나고 힘들지만, 그것이 어떤 사람들의 권리를 위한 것이라고 여기면서 그 불편을 관용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가 되려면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게 될까.

 

퇴직자인 데다가, 학교에 다니는 아이도 없긴 하지만, 나는 급식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고, 그 파업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고교생들의 응원을 응원해 마지않는다. 일촉즉발의 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계엄령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어도 학생들이 그려내는 희망에 더 큰 희망을 얻는다.

 

 

2024. 12. 7.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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