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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2024년 겨울 - ‘교수-연구자’와 ‘청년 시민’의 외침

by 낮달2018 2024.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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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연구자’와 ‘청년 시민’ 시국선언

▲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 회원들이 9일 오후 ‘윤석열 정권 퇴진 1차 총궐기’를 열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겨레

무력한 개인을 모욕하는 정치

 

지리멸렬한 한국의 정치 상황에 질려서 정치에 관심을 끊었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두루뭉수리로 줄여서 이야기했지만, 기실 문제의 핵심은 대통령과 여당, 이른바 집권 세력에게 있다. 여소야대의 국회는 현 정부의 실정으로 빚어진

결과인데도 그간 대통령은 무려 25번이나 거부권을 남발하고, 국민의 눈높이를 운운하면서도 여당은 대통령의 거부권을 충실하게 따르며 법안 폐기에 앞장서고 있다.

 

다른 건 놔두더라도 주가조작 혐의가 너무 분명한 김건희 특검이나, 채상병 특검은 여론 지지가 압도적인데도 여당 의원들은 만인지상 대통령의 뜻을 거의 ‘어지(御旨)’처럼 ‘봉행(奉行)’하고 있다. 더는 국민을 입에 올릴 자격도 능력도 없는 꼭두각시의 모습과 다르니 정치의 쇄신이나 여론의 수렴조차 막혀버린 정국에서 국민의 무력감은 깊어 가고 있다.

 

하기 좋은 말로 선거 때는 으레 ‘주권자’, ‘유권자’로 기려지지만, 개별 시민은 투표가 끝나면 모두 무력한 개인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특별히 이념을 추종해서가 아니라 소박한 정치의식으로 정국을 바라보아 온 시민들은 지리멸렬한 상황이 공전하기만 하는 현실 앞에서 답답함을 느끼다가 때론 박탈감과 굴욕감을 맛보기도 한다. 민심의 돌아보지 않는 정치란 시민을 모욕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당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한, 고작 술자리에서 푸념처럼 현실을 지적하는 데 그칠 뿐, 시민이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드러내는 방법은 마땅치 않다. 주말마다 광화문 등지에서 베풀어지는 집회에 출석하는 것도 그나마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방법이긴 하지만, 이는 그럴 여유가 있는 서울이나 수도권 시민이 아니면 쉽지 않다. 그래서 시민들은 자기 뜻을 대변해 주는 유튜브 채널을 돌아다니며 아쉬움을 달래기도 한다.

 

임계점에 이른 시점에 터져 나온 ‘교수 시국선언’

 

‘공천개입 의혹’과 명태균 씨 녹취가 계속 드러나던 10월 28일 가천대에서 시작된 교수 시국선언이 시작된 이래, 11월 27일 현재 4,300여 명이 참여하면서 교수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과 탄핵’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른바 상아탑에서 연구와 교육에 전념할 대학교수들이 ‘시국선언’에 나선 건 상황이 어떤 임계점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지난 11월 13일, 경희대학교와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연구자 226명이 참여한 시국선언문 “인간의 존엄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퇴진하라!”가 화제가 되었다. 이 선언문은 이태원 참사, 채상병 사건, 카이스트 ‘입틀막’ 사건 등을 겪으면서도 침묵한 상황을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며 그런 자신을 성찰하고 참회한다. [관련 기사 :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그러면서 마지막 부분에 “현실에 매몰되지 않고,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며, 현실의 모순을 직시하면서 만들어갈 우리의 삶이 어떠한 삶일지 토론한다. 우리는 이제 폐허 속에 부끄럽게 머물지 않고, 인간다움을 삶에서 회복하기 위해 노력”한다면서 최종적으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묵직한 명문으로 한 자 한 자 뜯어 읽으면서 우리는 자신을 성찰할 수도 있다.

 

청년 시민들의 외침

 

경희대의 시국선언 이후 꼭 한 달 만에 젊은이들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지난달 28일 저녁 7시, 2년여 전 참사의 현장이었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10여 명의 청년이 모여 ‘청년 시민 시국선언’ 돌입을 선포했다. ‘윤석열 퇴진을 위해 행동하는 청년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대자보’의 형식으로 친구들과 함께 작성한 시국선언문과 함께 동의 요청을 올린 지 일주일만인 1일 낮 12시 기준 229명이 연명했다고 한다. [관련 기사 : 소속 없이 모인 청년들 윤퇴청 시국선언’ 2000자 울림]

 

▲ 포스터 QR코드를 따라 서명할 수 있다.

“이따위 대통령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라는 제목의 이 선언문에서 청년들은 “뉴스 속 이야기들은 나와 무관하다고 믿은 채, 정치인들 이야기에 일일이 열 내 봤자 내 삶은 바뀌지 않는다고 외면해 왔”다는 전제로 시작된다.

 

청년들은 “고개를 돌린 동안 나를 닮은 수많은 얼굴들이 우리 곁을 떠나갔”지만, “나 하나의 침묵이 오늘의 상황을 만든 것은 아닐 거라 애써 고개를 돌렸”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하지만 우리는 기억”한다면서 이태원 참사와 채상병 순직, 의료 대란과 딥페이크(불법 합성물) 범죄의 일상적 위협, 공천개입 의혹과 김건희 여사의 각종 논란을 환기한다.

 

그리고 이들의 ‘기억한다’는 ‘보고 있다’, ‘모두 보고 있다’로 이어지고, ‘이제 외친다’와 ‘참을 수 없어 외친다’를 거쳐 마침내 “우리 이제 행동합시다!”에 이른다. 그리고 청년들은 한목소리로 외치는 것이다.

 

“민주주의 무너뜨리는 윤석열은 퇴진하라!

거짓으로 국민의 눈을 가리는 윤석열은 퇴진하라!

국민을 지키는 데에 실패한 윤석열은 퇴진하라!”

 

 

이들이 이 시국선언 2천 자에는 온전히 자기 삶에 집중해서 살지 못하고, 민주주의의 훼손, 거짓 정치,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현 집권 세력의 실정을 소리 높여 외쳐야 하는 우리 시대 젊은이들의 고민과 아픔이 응축되어 있다. 이들을 아프게 한 현실 앞에서 기성세대는 헛헛한 심정을 금하지 못한다.

 

교수들과 청년들뿐 아니라, 침묵하고 있는 모든 시민의 여론을 모아 한국, 2024년 겨울의 정국은 어떤 결론으로 이어질까를 생각하면서 오늘 자 신문을 펼쳐본다.

 

 

2024. 12. 2.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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