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가지에 지지대를 세우고, 토란을 새로 심다
그냥 놀릴 수만은 없어, 텃밭에 농사 흉내를 낸 게 지난 4월 중순이다. 일주일 후인 4월 23일 들렀더니, 제법 밭의 꼴이 갖추어졌다. 아내가 밭의 비어 있는 데가 밟히는지 토란 몇 포기라도 심자면서 열 포기 남짓한 토란을 묵은 밭의 담 가까이에 심고 물을 듬뿍 주었다. [관련 글 : ① 다시 텃밭을 일구며]
처음으로 토란을 심다
토란은 천남성과의 인도·인도네시아 등 열대 원산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토란은 ‘흙 난초’[토란(土蘭)]가 아니라, ‘흙알’[토란(土卵)]이니, 곧 식용하는 ‘알줄기’를 가리킨다. 아내와 딸애는 토란을 즐겨 더러 토란국을 끓인다. 나는 덤덤한 편이지만, 딸애는 토란의 ‘담백한 느낌’이 좋단다. [관련 글 : 토란, 토란국, 토란대]
나는 토란보다는 다듬어 말려 놓았다가 육개장이나 닭개장, 뼈해장국 따위에 들어가는 나물로 쓰는 토란대를 좋아한다. 생 토란대는 아삭한 맛을 내지만 말린 토란대는 개장류의 강한 맛을 중화해 차분하게 만들면서도 씹히는 맛을 곁들이기까지 하니 말이다. 말린 토란대는 비빔밥 재료로도 정말 손색이 없다.
토란은 고온성으로 25~30℃에서 잘 자라지만 서리에는 약하다고 한다. 다습한 환경을 좋아하며 건조에 매우 약해서 한창 생육하는 여름에 비가 적으면 수확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고 했다. 요즘 비가 잦고 올여름도 비가 많을 것이라고 하니 일단 안심이다.
감자도 제법 잎이 무성해지고, 고추도 뿌리를 제대로 내렸는지, 일단 기운 차 보였다. 고랑에 풀이 슬슬 꾀는 듯해서, 풀을 매고 가져간 신문지를 깔았다. 지난번 감자 농사를 지을 때 누군가에게서 얻어들은 지혜다. 아직 풀이 짖을 때가 아니니 신문지를 깔아놓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해서다.
하는 김에 고추 고랑에도 깔고, 군데군데 흙은 한 삽씩 끼얹어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했다. 풀의 질긴 생명력이 그 빈틈을 노리겠지만, 일단 무방비 상태로 두는 것보단 훨씬 낫다. 쌓이는 신문지를 주기적으로 재활용으로 배출하고도 처치 곤란인데, 아예 헌 신문지를 잔뜩 창고에 가져다 놓았다.
지난 5월 9일에 들렀더니 감자도 좋고, 토란도 뿌리를 잘 내린 듯했다. 토란은 물을 좋아하는 작물인데, 제대로 자랄 수 있을지는 자신할 수 없지만, 일단 해 보는 거다. 몇 포기 되지 않은 고추와 가지 포기에 알미늄 지지대를 박고 빨간 비닐 끈으로 느슨하게 묶어주었다.
그런데, 어째 고추 모종이 시원찮은 놈인지 통 크는 맛이 없다. 아직 가지가 약해 보이는데도 성미 급하게 고추를 다는 것도 어쩐지 미덥지 않아 보인다. 예년처럼 족보가 있는 좋은 모종을 사려고 육묘장에 가는 대신 시장에서 싸게 사 와서 그런가 싶긴 하다.
제법 자라서 아내가 솎아내어 온 상추가 싱싱했다. 된장으로 비벼 먹자고 했는데, 아직 상에 오르지 않았다. 오늘에야 아내에게 저녁상에 올려달라고 주문했다. 아직 잎이 덜 자란 상추를 뜯어 넣고 청양 넣어 끓인 된장을 넣어 비빈 밥은 시간을 압축해 저 아득한 소년 시절의 식탁을 떠올려 줄 것이다.
2024. 5. 12.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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