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심은 감자 싹이 텄고, 새로 고추·가지·호박을 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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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당초, 아내와 난 올 농사는 생각도 말자고 약속했었다. 무엇보다도 병충해와 싸우는 일, 이를테면 병들어 시들고 타들어 가는 작물을 바라보는 게 너무 힘이 들어서였다. 소꿉장난 같은 농사라도 그걸 따지는 게 무리이긴 하지만, 들인 비용으로 사 먹는 게 백번 낫다는 걸 거듭 확인하면서였다.
그러나 해가 바뀌고 농사철이 다가오자, 아내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텃밭은 어떻게 해, 놀리나? 하긴 그렇다. 비록 열 평도 되지 않는 공간이지만, 무언가 씨라도 뿌려놓지 않으면 풀만 자욱해질 것이다. 나는 파종만 해 놓고 버려둘 수 있는 작물 몇을 떠올리다가 지지난해처럼 감자라도 심을까, 하고 대꾸했다.
선산 오일장에서 5천 원 주고 사 온 씨감자를 지난해 배추를 뽑고 그대로 놔둔 비닐에다 대충 심은 게 지난 3월 15일이다. 4월 초에 잠깐 들렀을 때도 싹이 나지 않았는데, 어제 가니 제법 꼴을 갖춘 싹이 훌륭했다. 주인은 게을러 빠져도 작물은 정직하게 싹을 틔운 것이다.
가는 길에 고추 모종 5포기, 호박 1포기, 가지 2포기 등을 사서 그걸 심으려니, 묵은 밭은 물론, 새 밭도 풀이 무성했다. 잠깐이라도 풀을 매야 했는데 시작하면 두 시간이 좋다. 먼저 새 밭의 감자밭 고랑의 풀을 제거하고, 비닐이 벗겨진 이랑 두 군데는 새로 비닐을 깔고 고추와 가지 등을 심었다.
감자 심은 이랑은 비닐이 찢어지고, 흙이 드러나고, 바람에 펄럭여 흙으로 비닐을 고정하는 등 손을 좀 댔다. 그리고 묵은 밭의 풀을 매기 시작했다. 온도가 올라가면서 볕도 따갑고, 쭈그려 앉아 풀을 매는 일이 쉽지 않아서 자연 일손이 처지기 시작했다.
얼추 오후 1시가 다 돼서 작업이 끝났다. 갑자기 몸을 좀 움직여서인가, 온몸이 안 아픈 데가 없었다. 요즘 왼쪽 다리 쪽이 안 좋았는데, 그도 더친 듯했지만, 어쨌든 말끔하게 정리한 텃밭을 바라보는 기분은 개운했다. 아내는 밭 주변에서 돌나물을 뜯고, 묵은 밭의 쪽파도 모두 뽑아서 돌아왔다.
아내는 묵은 밭의 담장 밑에는 토란을 심자고 한다. 토요일쯤 다시 들러 토란을 심고, 감자밭 고랑에는 신문지를 깔아서 풀 돋는 걸 막을까 한다. 이러구러 2024년 텃밭 농사도 어정쩡하게 다시 시작된 셈이다. 자주는 못 와도 1달에 두어 번을 들를 수 있다면, 텃밭이 풀밭이 되는 사태는 막을 수 있을 듯하다고 우리는 우정 자신을 달랬다.
2024. 4. 18.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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