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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진 세상에 /텃밭일기

[2023 텃밭 농사] ⑤ 마늘의 겨울나기, 부직포 이불을 덮어주다

by 낮달2018 2022.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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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 우리 마늘은 부직포 이불을 덮고 겨울나기에 들어갔다. 부직포 너비가 조금 모자라 덧대어 덮었다.

서리가 내리면 부직포로 마늘을 덮어주어야 한다고 해서 3,800원으로 부직포를 사놓았다는 얘긴 지난번에 했다. 온도가 떨어진다는 뉴스에 텃밭에 들른 게 11월 28일이다. 그간 또 싹이 올라오지 않은 구멍에서 새싹이 돋은 게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창고에 올려둔 부직포를 꺼내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고작 두 이랑뿐이어서 그거로 충분하리라고 생각했는데, 부직포의 너비가 100cm여서 이랑을 더 덮기에는 10~20cm쯤 모자랐다. 고심 끝에 남는 부분을 50cm씩 잘라서 100cm 옆에다 겹쳐서 덮었다. 바람에 날아간다고 흙은 한 줌씩 끼얹어 고정했다.

 

마늘이 숨이야 쉬겠지만, 부직포를 덮어 놓은 마늘밭이 낯설었다. 우리 마늘이 제대로 겨울나기를 할지도 어쩐지 미심쩍었지만, 일단 고수들이 하라는 대로 했으니, 하고 우리는 마음을 놓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 한겨울인데도 따뜻한 날씨에 힘입어 푸성귀는 꽤 자랐다. 조선 배추나 유채에 비겨 시금치(맨 오른쪽)는 성장이 더디다.

유채와 시금치, 조선 배추는 그간 따뜻한 날씨에 힘입어 제법 자랐다. 아마 기온이 떨어지면 이들은 성장을 멈추고 최소한의 자람으로 생존을 꾀하게 될 것이다. 비료를 한번 뿌려주었는데도 시금치는 여전히 성장이 더뎠다.

 

집에 와서도 아무래도 흙으로 대충 덮어둔 부직포가 세찬 바람에 날아가기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이 됐다. 12월 4일에는 다른 볼일로 텃밭에 가서 스테플러(종이찍개)를 가져와 이음매 부분을 일일이 찍어 주었다. 글쎄, 이러면 겨울을 제대로 날 수 있을지.

▲ 12월 4일에 종이찍개로 덧댄 부직포를 일일이 찍어주었다.

마늘 농사는 처음이니까, 모든 게 낯설고 의심쩍다. 하라는 대로 하면서도 과연 될까, 싶은 마음을 지우기 어렵다. 그러나 시간이 스승이고, 해결사다. 내 어설픈 마늘 농사가 성공할지 말지는 시간이 판가름해 줄 것이다. 나머지는 어떤 결과든 담담히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한 차례 지나간 한파 다음에 여전히 날은 따뜻한 편이다. 오는 수요일부터 영하로 떨어지는 한파가 온다고 일기예보는 으르지만, 경험상 경북 중부 구미에 혹한은 드물다. 아침에 기온이 곤두박질쳐도 오후만 되면 영상을 회복하곤 해 왔으니까.

 

당분간 텃밭을 들를 일은 없다. 날씨와 관계없이 좀 느긋하게 오는 새해를 기다리기로 한다.

 

 

2022. 12. 14.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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