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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진 세상에 /풍경

[사진] 삽질 중단! 강은 흘러야 한다

by 낮달2018 2022.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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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 사업반대 대구·경북 시·도민 문화제 참석기(2010)

▲ 신천둔치 행사장 들머리에서 열리고 있는 시사만화협회 회원 작가들의 만평 전시회.
▲ 성주농민회에서 나누어준 막걸리(앞의 플라스틱 통)를 마시며 공연을 구경하고 있는 참가자들.

지난 일요일, 오후 4시부터 대구시 신천 둔치에서 ‘4대강 사업반대 대구·경북 시·도민 문화제’가 열렸다. 안동에선 전교조를 비롯한 몇몇 시민사회 단체의 회원들이 전세버스를 타고 참여했다. 주최는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대구 경북 연석회의’.

 

‘삽질 중단! 강은 흘러야 한다’라는 구호로 열린 문화제는 ‘낙동강 사진전’, ‘4대강 반대 시사만평전시회’, ‘4대강 반대 풍선 나누기’, ‘4대강 삽질 중단을 염원하는 쌀 나누기’ 등 사전마당과 마당극, 시 낭송, 노래 공연, 영상 상영 등의 본 행사로 나누어 베풀어졌다.

 

말 그대로 ‘문화제’ 형식의 행사여서 아주 푸근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여느 집회와는 달리 가벼운 긴장조차 찾을 수 없는 흥겨운 마당이었다. 행사장 입구에 마련된 시사만화협회 회원 작가들의 만평 전시회와 공사로 파헤쳐진 낙동강을 담은 사진전이 눈길을 끌었다.

 

전교조 대구·경북지부에서는 아이들에게 풍선을 나누어주었고, 청송농민회에선 갓 따낸 사과를 내놓았다. 성주농민회에선 나누어 준 막걸리를 마시며 참가자들은 잔디밭에 둘러앉아 정겹게 얘기를 주고받았다. 한쪽에선 제기차기 대회가 열렸고, 농민회에서 20kg 쌀 포대를 잔뜩 쌓은 지게를 받쳐놓고 도전자를 받고 있었다. 6포대, 즉 120kg까지는 몇이 성공했지만, 7포대에는 여러 사람이 도전했지만, 결국 무릎을 펴지 못했다.

 

집회는 때로 오래 만나지 못했던 이들을 만나는 상봉의 장소이기도 하다. 며칠 전에 하룻밤을 같이하며 회포를 푼 친구 장(張)은 물론이거니와 시국선언으로 벌금 백만 원을 선고받은 지부장과 각 지회의 활동가들을 만날 수 있었다.

 

▲ 대회 포스터 ⓒ 4 대강 사업 저지 경북 대구연석회의

그리고 대구에서 시민운동을 하는 옛 제자를 만났고, 해직 시기에 교류했던 성주 지역의 농민운동가 부부도 만날 수 있었다. 제자는 어느새 남매를 둔 어머니가 되었고, 지금도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운동가의 모습에서도 세월의 흔적이 뚜렷했다.

 

‘4대강’ 문제는 자기 이해와 직접 관련이 없는 이들에게는 여전히 좀 멀어 보인다. 그게 당장 지금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세대에게 남기는 빚이라는 점을 깨닫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이날 문화제를 통해서 우리는 그런 점을 짚고 확인한 것으로 나는 이해했다. 각지에서 달려온 참가 시·도민들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었다.

 

▲김용민 화백의 만평. 철 구조물에 엉성하게 건 전시회였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주최 측에서 내건 가정용 현수막 견본 .
▲청송농민회에서는 제기차기 경기와 다트 놀이에다 사과를 상품으로 걸었다 .
▲청송농민회의 다트 놀이에는 사과가 상품으로 걸렸다 .
▲ 쌀 7 포대, 즉 140kg에 도전하는 농민 .
▲ 본행사 공연을 구경하고 있는 참가자들. 여름밤은 깊어갔다.
▲ 의성군 농민회의 행사 티셔츠 등판에 쓰인 문구가 눈길을 끈다. '낙동강이 니끼가'

 

2010. 9. 8. 낮달

 


“강 곳곳에 ‘보(洑)’가 아니라 ‘댐(dam)’으로, 흘러야 하는 물길을 막으면서 국가 예산 22조 원을 퍼다 부은 게 이명박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이다. 그러나 이 70년대식 토목사업은 건설대기업의 배를 불리는 등, 천문학적인 예산을 탕진했을 뿐, 멀쩡한 강을 4급수로 만드는 데 그쳤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 잘못된 사업이 바로잡혀지길 바랐으나, 결정적인 방책은 내지 못하고 세월만 보내다가 결국은 다시 옛 보수 우익 정권이 들어서면서 과거로 돌아가 버렸다. 12년 전의 4대강 반대운동이 어제처럼 여겨질 만큼 문제는 여전하다. 올여름 낙동강 전역에 창궐한 녹조는 거의 살인적인 수준이었다.

 

그런데 정부의 대응이란 게 고작, 독성 물질이 검출된다는 시민단체의 수질 분석을 폄훼하기 바쁠 뿐, 문제의 근본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 따위는 없다. 이 문제를 국가적 위기로 보고 진실을 외치는 국가 원로도 없고, 지성도 없다.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이대로’가 이어질 것이다. 그게 이 나라의 근본 문제다.  2022.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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