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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지산동 샛강의 ‘벚꽃 행렬’을 <오마이뉴스> 기사로 쓴 건 지난해 4월 1일이다. 샛강 벚꽃을 안 지는 훨씬 오래되었지만, 한 번도 그걸 글로 써서 누군가에게 추천해 보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지난해 작정하고 서너 차례 들러서 찍은 사진을 정리하다가 그 풍경이 예사롭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굳이 ‘깨달았다’라고 쓴 것은 내가 너무 무심하게 샛강의 벚꽃 물결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걸 깨우쳤기 때문이다. 나는 더러 지인들에게, 금오천 벚꽃 구경 가서 사람들에게 치이는 대신 샛강에서 느긋하게 봄꽃을 즐겨보라고 권유하곤 했었다. 그러나 나는 샛강을 벚꽃을 봄이면 꽃을 만개하는 그저 그런 풍경 이상으로는 바라보지 않았었다.
샛강을 한 바퀴 돌면서 줄지어 선 벚꽃 행렬을 렌즈에 담는 데 급급했을 뿐, 그게 강과 하늘, 강가의 갈대와 도시의 빌딩 등 주변 풍경과 어우러져 연출하는 그림에 무심했다는 얘기다. 그런데 지난해 샛강의 벚꽃을 보고 와서 사진을 정리하다가 한 번도 상정하지 못한 풍경을 만난 것이다.
특정한 사물에 집중하게 되면 주변을 놓칠 수 있다. 벚꽃의 아름다움 자체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나는 그게 주변의 사물과 함께 만들어내는 풍경을 볼 여유를 챙기지 못한 것이었다. 내가 다시 발견한 샛강의 벚꽃은 원경이면서도 다른 주변 사물들과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룬 풍경이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나는 오전과 오후 두 차례 샛강에 들렀는데, 두 번 다 주차장이 차 있어 주변을 돌다가 샛길로 들어가 간신히 주차할 수 있었다. 늘 한가하기만 하던 샛강의 주차장이 슬슬 차기 시작한 것은 올 초부터다. 진입도로가 새로 개통하면서 접근성이 훨씬 좋아지면서 시민들의 발길도 잦아진 것이다.
그러나 샛강을 돌면서 가끔 나들이객을 만날 수 있는 수준일 뿐, 금오천에서처럼 사람들에게 밀려서 다니는 상황은 절대 아니다. 주변 사물은 지난해와 다르지 않다. 카메라도 렌즈도 지난해와 같다. 대신 지난해 기사를 읽은 사진가들의 충고를 따라 가능하면 조리개를 죄어서 찍었다. 그래서 조리개를 열어 아웃포커싱으로 찍은 사진은 불과 몇 장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해 쓴 기사의 제목은 <구미에 이런 곳이… “소문내지 마세요, 사람들 몰려올까 겁나요”>였다. 이 기사가 포털 다음에 노출되면서 수십 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상당수가 ‘욕설’이었다. ‘소문내지 말라면서 웬 기사냐’는 게 주된 비난의 이유였다. 나는 굳이 댓글을 읽지 않는 편인데, 아내가 대신 전해준 바에 따르면 그렇다. [관련 글 바로 가기]
거기 대해선 따로 해명하지 않는다. 표현의 묘에 대해서 거는 시비를 감당하기 어렵고, 굳이 해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서 찍은 사진, 같이 보자고 쓴 글이지만, 이게 뭐 대단한 풍경이냐고 느끼는 분들도 있을 터이다. 그분들은 흘낏 훑어보고 떠나시면 되겠다.
2022. 4. 5.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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