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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진 세상에 /가겨 찻집

‘뿐’과 ‘-ㄹ뿐더러’, 띄어쓰기는 어렵다?

by 낮달2018 2020.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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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겨 찻집] 의존명사 ‘뿐’과 보조사 ‘뿐’, 그리고 어미 ‘-ㄹ뿐더러’

어쩌다 텔레비전 한글 퀴즈 쇼 프로그램을 보면서도 갑자기 머릿속에 하얘지는 느낌을 받기도 하는 부분이 띄어쓰기다. 요즘 글을 쓰면서 ‘한글 2018’의 맞춤법 기능이 얼마나 기막힌 것인가를 실감하고 있다. 정말 생광스럽게 이 기능의 도움을 받고 있다. [관련 글 : 뒤늦게 아래 아 한글에서 맞춤법을 배우다

 

띄어쓰기는 어렵다?

 

띄어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같은 단어인데도 그 문법적 기능이 다른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조사인지 접미사인지 구분하기도 쉽지 않고 의존명사와 어미의 구분도 모호할 때도 있다. 모든 단어를 띄우는 로마자가 부러워지는 대목이다.

 

(1) 나는 다만 최선을 다할 뿐이다.

(2) 모란이 지고 나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3) 그는 성실할(하)+ㄹ뿐더러 청렴하기까지 했다.

 

얼마 전 “그는 성실할뿐더러 청렴하기까지 했다”라는 문장을 써서 어느 매체에 보냈더니 편집자가 이를 “그는 성실할 뿐더러 청렴하기까지 했다”로 교정해 주었다. 내가 붙여 쓴 ‘성실할뿐더러’를 ‘성실한’과 ‘뿐더러’로 나누어 띄어 쓴 것이다.

 

물론, 이는 잘못이다. 편집자는 아마 ‘뿐더러’가 위 예문의 ‘뿐’과 같은 의존명사라고 착각한 듯싶다. 앞에 관형사형 어미(-ㄴ/-은/-는, -ㄹ/-을)가 붙은 말의 꾸밈을 받아야 쓰일 수 있는 의존명사는 예문 중 (1)의 ‘뿐’이다.

 

의존명사 ‘뿐’은 “대상에 대하여 다른 상태나 동작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뜻을” 나타내는데, 반드시 앞에는 관형사형 어미 가운데 ‘-ㄹ/을’이 오게 되어 있다. 앞말의 어간이 모음으로 끝나면 ‘-ㄹ’이, 받침으로 끝나면 ‘-을’이 쓰인다.

 

· 모음으로 끝날 때 : 갈(가 + ㄹ) 뿐 / 할(하 + ㄹ) 뿐 / 쓸(쓰 + ㄹ) 뿐/

· 자음으로 끝날 때 : 없을 뿐 / 먹을 뿐 / 닦을 뿐

 

그러나 (2)의 ‘뿐’은 체언(명사·대명사·수사) 뒤에 붙는 보조사로 당연히 앞말에 붙여 써야 한다. 이 ‘뿐’은 “그것만이고 더는 없음의 뜻”을 나타낸다.

 

· 명사 뒤 : 그걸 할 수 있는 이는 철수뿐이다.

· 대명사 뒤 : 내가 잊지 못하는 여자는 그녀뿐이다.

· 수사 뒤 : 약속을 지킨 사람은 둘뿐이었다.

· 부사어 뒤 : 그는 직장에서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모범이었다.

 

(3)의 ‘뿐더러’는 앞의 ‘ㄹ’과 함께 어울려 쓰이는 ‘어미’다. 형용사인 ‘성실하다’의 어간 ‘성실하’에 붙어서 “어떤 사실이 그것에 그치지 않고 그 밖에 다른 것이 더 있음”을 나타낸다. ‘어미’니 혼자 쓰일 수 없고, 당연히 띄어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비슷한 형식의 어미는 여럿 있다.

 

· -ㄹ거나 : 이번 여름에는 바다로 갈거나?

· -ㄹ걸 : 그럴 줄 알았으면 미리 먹어 둘걸.

· -ㄹ게 : 내가 이야기해 줄게.

· -ㄹ꼬 : 그럼 난 어떻게 할꼬?

· -ㄹ까 : 우리 오늘 만날까?

어떤가? 여전히 어려운가? 문제는 그걸 받아들이는 자세인 듯하다. 이는 영어 문법을 외우는 정도의 성의만으로도 충분히 익힐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말’이기 때문에, 혹은 ‘우리말은 어려워서’ 이를 익히지 않고 지나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영어가 아니라면, 우리말 어법에 서툰 것은 우리 사회가 얼마든지 용인해 주기 때문이다.

 

2020. 7. 21. 낮달

 

 

 

'뿐'과 '-ㄹ뿐더러', 띄어쓰기는 어렵다?

[가겨 찻집] 의존명사 ‘뿐’과 보조사 ‘뿐’, 그리고 어미 ‘-ㄹ뿐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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