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글자를 기리는 국경일, 22년 만에 공휴일로 복원
내년부터 한글날이 다시 국가공휴일이 된다. 행정안전부는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내용의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령안’을 11월 8일부로 입법 예고했다. 처음 공휴일로 지정된 1949년 이래 한글날은 41년 동안 국경일의 지위를 누려왔지만 1991년에 ‘경제’에 발목이 잡힌다.
1990년 공휴일 제외 사유 “노동생산성 떨어진다”
당시 노태우 정부는 ‘쉬는 날이 많아서 노동생산성이 떨어진다’라는 이유로 한글날을 ‘국군의날’과 함께 공휴일에서 제외한 것이다. 이후 한글 관련 단체들의 끊임없는 공휴일 재지정 청원에도 불구하고 한글날은 복원되지 못했다. 2005년에는 한글날이 ‘기념일’에서 ‘국경일’로 격상된 게 고작이었다.
이번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개정을 추진은 지난 10월 9일 제566주년 한글날을 계기로 국회에서 ‘한글날 공휴일 지정 촉구 결의안’이 의결되는 등 한글날 공휴일 지정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가 넓게 형성됨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명색이 나라글자[국자(國字)]를 기리는 국경일이 무려 22년 만에야 다시 공휴일로 복원된 것이다. 하긴 일제 식민통치 시대의 이름인 ‘국민학교(1941)’가 ‘초등학교’(1996)로 바뀌는 데 걸린 시간이 해방되고도 반세기를 훌쩍 넘겨야 했으니 오죽한가.
행안부는 ‘한글날 공휴일 지정’ 관련 여론조사의 내용도 전하고 있다. 한글날 공휴일 지정에 찬성하는 비율은 무려 83.6%고 공휴일 지정이 필요한 국경일 또는 기념일로 57.5%가 한글날을 선택했다.[제헌절(15.4%), 식목일(12.2%), 국군의 날(8.1%)] 한글날이 복원될 이유는 차고 넘쳤던 게다.
64%가 한글날을 10월 9일로 알고 있었는데 이는 3년 전인 2009년의 88.1%보다 무려 21.1%나 감소한 수치. 결국 이는 공휴일이 지정되지 않은 상태에선 한글날에 대한 이해와 인식도 떨어진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 한글날을 ‘국경일’로 인식하고 있는 비율은 66.9%로 다소 높았다고.
2012 공휴일 지정 효과 “노동생산성 향상”
재미있는 것은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할 때 나타나는 효과’를 ‘경제적 측면’에서 묻는 설문의 결과. 응답자가 꼽은 첫 번째 효과는 ‘휴식, 여가, 관광 등의 활동으로 노동생산성 향상(33.7%)이었고 내수경기 활성화(21.3%)와 일자리 창출(13.9%) 등의 순이었다.
‘노동생산성 향상’은 1991년에 노태우 정부가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한 사유였지 않은가. 강산이 두 번 변하는 세월은 ‘노는 날’을 바라보는 관점마저 바꾸어 버린 셈이다. ‘노는 날’이 너무 많아서 경제에 지장을 준다고 ‘희생된 날’이 하필이면 ‘한글날’이었는데, 이젠 거꾸로 그날을 공휴일로 지정함으로써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한다.
행안부 자료에 따르면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제정한 1949년에 공휴일은 모두 11일이었다. 이후 공휴일은 국제연합일, 현충일, 어린이날, 석탄일, 국군의날, 설날 등이 더해지면서 1989년에는 19일로 정점을 찍는다.
그러나 1990년 이후, 국군의날과 한글날, 식목일, 제헌절 등이 공휴일에서 빠지고 ‘공직선거법 제34조에 의거 임기 만료에 의한 선거의 선거일’을 공휴일로 지정(2006)하게 되면서 2012년 현재 공휴일은 14일이다. 내년부터 한글날을 공휴일로 쉬게 되면 우리의 공휴일 수는 15일로 늘어나게 되겠다.
구미 선진국의 공휴일과의 비교는 언감생심, 단지 공휴일이 하루 는 것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나라글자와 국어에 대한 정체성을 새롭게 확인하는 시간으로 갈무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유치원 다니는 꼬마부터 초중고 학생, 대학생과 직장인까지 하루를 쉬면서 세종 임금 덕분을 뇌는 게 ‘생활 속의 한글 사랑’이 아니겠는가.
2012. 11. 7.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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