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황석영7

[오늘] 1971년 12월 9일, 베트남으로부터의 귀환 베트남 파병 ‘청룡부대’ 1진 귀환 어젯밤 뉴스룸의 ‘내일’을 보고 오늘(12월 9일)이 1971년 베트남에 파병되었던 ‘청룡부대’ 1진이 귀환한 날이었다는 걸 알았다. 뉴스 시간마다 다음날의 간략한 역사를 전하는 ‘내일’은 의 ‘지식채널 이(e)’와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내일’이 소개한 베트남 파병의 모든 것 어젯밤 방송된 ‘내일’은 1분 39초 동안 베트남 파병의 시작과 끝, 그 얼개를 간략하게 보여주었다. ‘개선’이라 불리던 청룡부대 1진의 ‘부산항 입항’ 순간을 소개하며 시작된 이 꼭지는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베트남전에서 전사하거나 순직한 5,099명과 ‘그 땅에서 죽은 모든 넋들…)을 환기하면서 끝난다. 짧지만 ‘내일’은 베트남전 파병과 관련된 요긴한 배경지식들을 제공한.. 2023. 12. 9.
‘오월 광주의 진실’은 어떻게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나 시 ‘아아 광주여!…’와 , 그리고 대중가요 ‘바위섬’ 1980년 5월에 나는 대학에 복학하여 1학년이었다. 늦깎이로 대학에 입학했더니 바로 소집 영장(입영통지서)이 나와 입대해 33개월간 복무한 나는 1980년 2월에 만기 전역했다. 이른바 ‘서울의 봄’이라 불리던 시절이었지만, 나는 당시 집에서 받던 를 읽으면서 복학생들과 함께 정국을 멀찌감치서 기웃거리고 있었다. 내가 겪은 1980년 5월 20대 초반을 군대에서 짬밥을 먹다가 돌아와 다섯 살 아래의 후배들과 같이 공부하게 된 나는 무엇인가 위태위태한 일촉즉발의 위기가 내연하고 있는 듯한 학교 분위기가 마뜩잖았다. 단과대학 게시판에 날마다 울긋불긋하게 매직으로 갈겨쓴 대자보가 전해주는 낯선 소식들과 노천극장에서 시작된 집회의 함성 앞에 얼마간 주눅이.. 2023. 5. 16.
슬픔’과 ‘분노’를 넘어 ‘여성성’으로 황석영 장편소설 황석영의 소설을 읽는 것은 기쁨이면서 고통이다. 마치 잘 벼루어진 끌이나 대패로 미끈하게 다듬어 놓은 얼개와 짜임을 만나는 것이 기쁨이라면, 그것들이 냉혹할 만큼 사실적으로 저며내는 이 땅의 사람 살이의 모습들은 둔감해진 정수리를 날카롭게 베는 듯한 고통으로 다가온다. 70년대 이후 내내 진보적 문학 진영을 짓눌렀던 화두였던 ‘리얼리즘’을 황석영만큼 건조하게 천착해 온 작가가 또 있을까. 파란과 격동의 20세기 말의 문학적 연대기인 을 거쳐 이데올로기의 광기와 그 덫에 걸린 한 시대를 조감한 을 거쳐 그는 이제 고대사회의 인신공희(人身供犧)라는 제의적 공간과 불교적 환생의 세계에 침잠해 있던 심청을 냉혹한 근대화 시대의 저잣거리로 끌어낸 듯하다. 이 소설이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본격화와 .. 2020. 5. 25.
‘황석영’을 다시 읽으며 작가 ‘황석영’과 그의 소설들 올해 고등학교로 돌아와 작문 시간을 맡았다. 내게 주어진 시수는 주 1시간. 이 시간은 아이들의 ‘소설 발표 수업’으로 진행한다. 아이들이 주어진 소설을 공부해 와서 두세 명씩 발표하는 형식이다. 한 학기에 한 차례씩 돌아가니 지난 1년간 아이들은 모두 두 편씩의 소설을 발표한 셈이다. 소설 선정은 우리 현대소설을 망라한다. 이미 시중에 나와 있는 고등학교 필독 소설, 단편 소설이 중심이다. 우리는 학기당 서른 편씩, 모두 60여 편의 소설을 공부했다. 아이들은 주로 인터넷 등에서 자료를 수집·가공하여 유인물을 만들어 발표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적지 않은 아이들은 만만찮은 이해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다루는 작품들은 대체로 내가 이미 읽은 것들이지만, 때에 따라 기억이 가물가.. 2019. 9. 17.
“우리는 그 외롭고 캄캄한 벽 속에서 무엇을 찾았나” [서평] 황석영 장편 소설 『오래된 정원』 인터넷을 가까이하면서 얻는 소득은 쏠쏠하다. 그중에서 온라인 서점을 발견하고 종종 그 서점을 이용하면서 얻는 성취감은 두 가진데, 하나는 서점에 가지 않고도 아무 때나 신간을 검색해 볼 수 있는 파한(破閑)에 있고, 또 하나는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엄두도 못 낼 가격으로 그걸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점이다. 황석영의 장편 소설 『오래된 정원』을 다시 읽었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일뿐더러 스무 살을 전후해 세상을 읽고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 따위에서 내게 커다란 영향을 끼친 이다. 격동의 20세기 마지막 20년의 '문학적 연대기' 이 소설은 저 파란과 격동의 20세기의 마지막 20년을 다룬 문학적 연대기다. 작가는 저 80년대의 벽두를 피로 장식한 ‘광.. 2019. 9. 10.
노래여, 그 쓸쓸한 세월의 초상이여 유년 시절에 만난 대중가요, 그리고 세월 초등학교 6년을 유년기(幼年期)로 본다면, 나는 가끔 내 유년이 소리가 존재하지 않는 텍스트의 시기가 아니었나 하고 의심하곤 한다. 무슨 턱도 없는 망발이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소리’를 ‘음성’이 아니라 일정한 가락을 갖춘 ‘음향’이라고 하면 설명이 될까. 매미 소리와 택택이 방앗간 소음의 유년 앞뒤도 헛갈리는 기억의 오래된 켜를 헤집고 들어가면 만나는 최초의 소리는 매미 소리다. 초등시절, 여름 한낮의 무료를 견딜 수 없어 나는 땡볕 속을 느릿느릿 걸어 집 근처의 학교 운동장을 찾곤 했다. 지금도 혼자서 외로이 교문을 들어서는 내 모습이 무성영화의 화면처럼 떠오른다. 거기, 오래된 단층 슬라브 교사, 운동장 곳곳에 자라고 있는 잡초들, 그리고 탱자나.. 2019. 2. 21.
‘문숙’, <삼포 가는 길>, 길 위의 사람들 문숙과 영화 그리고… 에 ‘자연치유’라는 책을 냈다는 기사가 언뜻 보이더니 에서는 배우 문숙의 인터뷰가 실렸다. 무심하게 기사를 읽는데, 문득 그녀가 나와 거의 동년배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서른몇 해 전 싱그러운 스무 살 처녀였던 이 배우는 이제 쉰여섯 초로의 여인이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났다. 하얗게 센 머리카락, 야위었지만 풍성해진 표정 뒤편으로 나는 삼십오 년 전, 대구 만경관 극장에서 만났던 스물한 살의 문숙을 충분히 떠올릴 수 있었다. “몸을 낫게 하는 건 ‘취함’ 아닌 ‘비움’”이라며 그녀는 미국 생활 30년 만에 자연치유 전문가가 되어 돌아왔다고 기사는 전한다. 이만희 영화 의 백화 돌아오다 다른 기사는 뒤늦게 그녀가 2007년에 펴낸 책 ‘마지막 한해-이만희 감독과 함께한 시간들’을 중심으로.. 2019. 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