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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소수서원5

부석사에서 만난 ‘진국의 가을’ 아이들 체험활동에 묻어 간 부석사 부석사를 다녀왔다. 근 4년 만이다. 예천에 살 때는 일 년에도 서너 차례 넘게 다니던 곳이다. 멀리서 온 벗이나 친지, 제자들의 길라잡이가 되어서였다. 안동으로 옮아오고 나서는 발길이 뜸해졌다. 바쁘게 산 탓일까. 마지막으로 다녀온 게 2007년 5월이었다. 아이들 ‘체험활동’에 묻어간 부석사 10월 마지막 토요일(10월 29일) 1학년 아이들의 체험활동이 부석사와 소수서원 일원에서 펼쳐졌다. 1학년을 전담하고 있던 나는 이 활동에 무임승차(?)했다. 10월도 깊었겠다, 나는 부석사의 가을을 좀 진국으로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8시께 출발한 전세버스는 9시가 조금 넘어 부석사 주차장에 닿았다. 차에서 내리는데 아뿔싸, 빗방울이 듣기 시작했다. 오후에나 비 소식이 있겠.. 2019. 11. 8.
이야기 따라 가을 따라 가본 선비 집과 절집 경북의 서원과 산사 가을 풍경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름’을 알려면 날이 차가워져야 한다고 했던가. 정직하게 돌아온 가을을 제대로 느끼려면 길을 나서야 한다. 무심한 일상에서 가을은 밤낮의 일교차로, 한밤과 이른 아침에 드러난 살갗에 돋아오는 소름 따위의 촉각으로 온다. 그러나 집을 나서면 가을은 촉각보다 따뜻한 유채색의 빛깔로, 그 부시고 황홀한 시각으로 다가온다. 시월의 마지막 주말, 길을 나선다. 대저 모든 ‘떠남’에는 ‘단출’이 미덕이다. 가벼운 옷차림 위 어깨에 멘 사진기 가방만이 묵직하다. 시가지를 빠져나올 때 아내는 김밥 다섯 줄과 생수 한 병을 산다. 짧은 시간 긴 여정에 끼니를 챙기는 건 시간의 낭비일 뿐 아니라 포식은 가끔 아름다운 풍경마저 심드렁하게 만든다. 오늘의 여정은 영주 순흥, .. 2019. 11. 7.
[세계유산–한국의 서원] ① 소수서원, 서원도 사액도 최초였던 백운동서원 2019년 7월 6일, 유네스코의 결정으로 한국의 서원 9개소가 우리나라의 14번째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미 다녀온 데는 써 놓은 글로 대신하고 뒤늦게 다녀온 서원 이야기는 새로 쓰는 등, 틈나는 대로 서원 순례기를 펼쳐갈까 한다. [관련 글 : ‘한국의 서원(書院)’ 세계 문화유산이 되었다] ① 경북 영주 ‘소수서원(紹修書院)’ 서원(書院)은 ‘조선 중기 이후 전국 곳곳에 세워진 사설 교육기관’이다. 이른바 선현의 제사를 모시는 사우(祠宇)와 청소년을 교육하는 서재(書齋)의 기능을 고루 갖춘 이 사학은 초기에는 향촌의 질서를 유지하고, 사림의 공론을 형성하는 등 긍정적으로 기능하였다. 그러나 후기에 이르러 서원은 혈연과 지연, 학벌·사제·당파 관계 등과 연결되어 지방 양반층의 이익집단화 경향을.. 2019. 7. 10.
‘한국의 서원(書院)’ 세계 문화유산이 되었다 [서(序)] 유네스코 결정, 한국의 14번째 문화유산 등재 조선 중기 이후 학문연구와 선현의 제향(祭享)을 위해 사림에 의해 설립된 교육기관인 ‘서원(書院)’이 마침내 세계유산 가운데 문화유산(Cultural Heritage)으로 등재되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2019년 7월 6일 등재유산 심의 결과, 우리 정부가 지난해 신청한 ‘한국의 서원’ 9개소를 세계유산목록에 등재하기로 하고 이를 발표한 것이다. 세계유산위원회(WHC)는 ‘한국의 서원’의 등재배경을 “오늘날까지 한국에서 교육과 사회적 관습 형태로 지속되어 온 성리학과 관련된 문화적 전통의 증거”라면서 “성리학 개념이 여건에 맞게 바뀌는 역사적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Outstanding Universal V.. 2019. 7. 8.
‘산 높고 물 맑은’ 죽계(竹溪), 만만찮은 곡절과 한을 품었다 [안동 시가 기행 ⑧] 안축의 경기체가 ‘관동별곡’과 ‘죽계별곡’ 가을이 깊었다. 한가위가 지나면서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이 예사롭지 않더니 어느새 우리는 겨울의 어귀에 서 있다. 곱게 물들며 지는 나뭇잎, 그 조락(凋落)이 환기하는 것은 시간, 그 세월의 무상이다. 그것은 또 우리 역사 속에 스러져 간 시인들의 삶과 그들의 노래를 덧없이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오늘의 여정은 영주 순흥 쪽이다. 순흥, 소백산 자락으로 한 시인의 노래와 그 자취를 찾아나서는 길이다. 그는 본관을 ‘순흥’으로 쓰는 고려 말의 문신 근재(謹齋) 안축(安軸,1287~1348)이다. 근재는 경기체가인 ‘관동별곡(關東別曲)’(조선조 중기에 송강 정철이 쓴 가사 ‘관동별곡’과는 다른 노래다)과 ‘죽계별곡(竹溪別曲)’의 지은이다. 후.. 2019. 6.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