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풍진 세상에 2242 서정주, ‘친일은 하늘뜻에 따랐다’? 이 글은 2019년 5월에 출판된 단행본『부역자들-친일 문인의 민낯』(인문서원)의 초고임. [관련 기사 : 30년 문학교사가 추적한 친일문인의 민낯]서정주(徐廷柱, 1915~2000)는 적어도 이 나라에서는 '시인'을 대표하는 이름이다. 그의 서정시가 이른 성취는 곧 한국 현대시의 성취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교과서마다 다투어 그의 시를 싣고, 지역의 나이 지긋한 시인들 가운데 상당수가 그의 추천을 받아 문단에 나온 그의 제자들이다. 진보 문학 진영의 원로 고은도 그의 제자다. 그는 첫 시집 (1941) 이래 (1946), (1955), (1960), (1968), (1975), (1993) 등 여러 권의 시집을 펴내면서 가히 ‘시선(詩仙)’의 지위를 얻은 듯하다. 그는 마치 우리 현대시단의 살아.. 2018. 12. 17. 채만식, “조선 사람은 ‘닛본징(日本人)’이다. 닛본징이 되어야 한다” 걸출한 풍자작가 채만식(1902~1950)의 친일 부역 이 글은 2019년 5월에 출판된 단행본『부역자들-친일 문인의 민낯』(인문서원)의 초고임. [관련 기사 : 30년 문학 교사가 추적한 친일 문인의 민낯] 채만식(蔡萬植, 1902~1950)은 걸출한 풍자작가다. 흔히들 우리 판소리계 소설의 전통을 계승한 작가로 해학에 김유정, 풍자에 채만식을 꼽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의 단편 과 , , 중편 따위에 낭자한 풍자는 그것 자체로 일가를 이루고 있다. 걸출한 풍자작가, 채만식의 친일 행적 채만식 역시 만만찮은 친일 전력 때문에 등재를 피해가지 못했다. 작가로서 일가를 이룬 성취가 그를 친일 협력의 길로 밀고 갔을까. 그러나 ‘침략전쟁에 문학이 어떻게 봉사해야 하는가’를 주장한 채만식의 ‘전쟁문학론’은 그.. 2018. 12. 16. 이무영, ‘조선예술상 총독상’을 수상한 농촌소설가 *이 글은 2019년 5월에 출판된 단행본『부역자들-친일 문인의 민낯』(인문서원)의 초고임. [관련 기사 : 30년 문학 교사가 추적한 친일 문인의 민낯] 배경은 중일전쟁부터 태평양전쟁이 일어나 일본이 홍콩을 점령할 때까지다. ‘청기와집’이라 불리는 양반 권씨 집안이 있다. 이 집안이 식민지 ‘조선’을 상징한다면 이 집안의 3대는 각각 그 시대의 사상을 상징하는 존재다. 가장인 권 대감은 ‘지나(支那)에 대한 사대주의’를, 아들 수봉은 ‘영미 제일주의’, 손자 인철은 ‘일본’으로 상징되는 신사상을 대변한다. 소설의 대단원에서 조부는 세상을 떠나고 수봉은 마음을 바꾸어 조선신궁을 참배하게 되며, ‘젊은 일본’을 상징하는 손자 인철은 꿋꿋하게 개간사업에 몰두하게 된다. 작가 이무영이 쓴 친일 장편 소설 ‘청.. 2018. 12. 16. 이광수, 피와 살과 뼈까지 일본인이 되려 했건만 *이 글은 2019년 5월에 출판된 단행본『부역자들-친일 문인의 민낯』(인문서원)의 초고임. [관련 기사 : 30년 문학교사가 추적한 친일문인의 민낯] 춘원(1892~1950)을 처음 만난 건 언제쯤이었을까. 기억은 확실치 않지만 초등학교 시절에 그의 존재를 알았던 것 같지는 않다. 책읽기를 즐기던 형과 누나들 덕분에 나는 고미가와 준페이(五味川純平)의 ‘인간의 조건’, 미우라 아야꼬(三浦陵子)의 ‘빙점’ 따위의 일본소설에는 진작 입문했지만, 집에서 춘원의 소설 작품을 읽었던 기억은 없기 때문이다. 도회로 진학한 중학교 1학년 국어 시간에 그를 만난 것은 확실하다. 교과서에 ‘현대문학사’를 다룬 소단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서 그가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소설 ‘무정’을 썼다는 것과 ‘흙’의 주인공이 ‘허.. 2018. 12. 16. 춘원과 육당의 문학상 제정? 뜬금없고 생뚱맞다 문협의 ‘춘원·육당의 문학상’ 제정 논란에 부쳐문인들은 여느 사람에 비해 좀 눈치코치가 없는가. 해방 71돌이 코앞이지만 청산하지 못한 일제 식민지배의 상처와 오욕이 새롭게 환기되는 시기에 한국문인협회(문협)가 육당 최남선(1890~1957)과 춘원 이광수(1892~1950)를 기리는 문학상을 제정하겠다니 하는 얘기다. 문인협회, 육당과 춘원문학상을 제정하겠다고? 보도에 따르면 문협은 최근 열린 이사회에서 협회 회원을 대상으로 수여하는 ‘육당문학상’과 ‘춘원문학상’ 제정안을 가결했다고 한다. 또 춘원이 을 발표한 지 100년이 되는 2017년을 기념해 심포지엄 등 기념행사도 여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문효치 이사장의 제안으로 논의가 시작된 이 안건이 ‘별 이견 없이 통과되었다’니 더욱 놀랍다. 회원이.. 2018. 12. 16. [오늘] “우리는 우리 장단에 춤추자” 남북 모두가 존경한 독립운동가 별세 [역사 공부 '오늘'] 1950년 12월 10일, 납북된 우사 김규식 만포진에서 별세 1950년 12월 10일, 우사(尤史) 김규식(金奎植, 1881~1950)이 평안북도 만포진 근처에서 오래 앓아온 심장병과 천식 등의 병세가 악화하면서 파란 많은 생애를 마감했다. 향년 69세. 그는 좌우합작과 남북협상을 주도하며 통일 자주 국가를 지향했고 중도 노선을 추구한 정치가였다. 남북협상의 실패로 꿈을 접어야 했지만, 그는 남북 모두에서 존경받은 민족지도자였다. 1950년 12월 10일, 우사(尤史) 김규식(金奎植, 1881~1950)이 평안북도 만포진 근처에서 오래 앓아온 심장병과 천식 등의 병세가 악화하면서 파란 많은 생애를 마감했다. 향년 69세. 그는 좌우합작과 남북협상을 주도하며 통일 자주 국가를 지향.. 2018. 12. 10. [오늘] 77년 전 오늘 일본의 결정은 결국 오판이었다 [역사 공부 ‘오늘’] 1941년 12월 7일 일본군 진주만 공격일요일 아침의 기습 공격1941년 12월 7일(도쿄시각으로는 12월 8일)은 일요일이었다. 날씨는 맑았고, 하와이 오아후섬의 진주만(Pearl Harbor)에 있던 미국 해군기지는 평화로운 휴일 아침을 맞고 있었다. 7시 30분에 일본 함대를 이륙한 일본군 비행기 360대는 아무 제지 없이 섬에 접근했고 7시 49분에 비행 총대장은 전군 돌격을 명령했다. 태평양전쟁의 시작이었다. 진주만에 정박하고 있던 배는 일본 폭격기의 완벽한 목표가 되었고 휴일 아침이어서 미군의 대비는 거의 없었다. 최대의 기습 효과를 노린 일본의 선택이 성공한 것이었다. 비행기도 비행장에 정렬해 단지 몇 대만이 비행 중이었다. 미국 전함은 일본기에 치명타를 입었다. 애.. 2018. 12. 7. '진정한 우주인, 여덟 살'은 어떻게 '지구인'이 되어 가나 [서평] 최은경 지음 초등학교 1학년 시절을 구체적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과연 있기는 할까. 아무도 갓난아이 시절을, 또는 취학 이전 시기를 몇 개의 단편적 장면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험으로 기억하지 못한다. 초등학교도 다르지 않다. 초등학생들이 자아와 세계에 대한 기억을 체계적으로 형성하려면 적어도 3, 4학년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에 가서 글자와 그림을 배우고 노래를 익히며, 동무들과 놀다 다투면서 자라긴 하지만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에게 그 시기의 기억은 단편적으로만 존재한다. 교사 최은경이 “말도 안 통하고, 하고 싶은 건 많은 초등 1학년. 툭하면 물이랑 우유를 쏟아 바닥에 그림을 그리고, 책으로 우주선을 접는 녀석들. 와와 외계어로 떠들던 아이들”을 ‘진정한 우주인, 여덟 살’이라고 부르.. 2018. 12. 6. ‘장비병’ 단계를 지나니 ‘DIY’ 신세계가 열렸다 나의 손방 목공, DIY(Do It Yourself) 생활 5년도 전의 일이다. 집의 변기가 막혔다. 난생 처음 겪게 된 상황, 욕실의 고무 압착기로 용을 써 봤지만 허사, 부득이 ‘설비’ 가게에 도움을 청했다. 달려온 설비 기사는 기다란 모양의 ‘관통기’라는 기구를 변기 속에 넣어 몇 차례 움직이더니 이내 상황을 해결해 버렸다. 작업을 지켜보고 있던 가족은 탄성을 질렀지만, 기실 표정들은 ‘애걔걔’에 가까웠다. 그는 나에게 기본 출장비로 3만 원을 요구했다. 너무 간단히 막힌 걸 뚫어버리는 것도 그랬고, 수리비도 믿어지지 않아 허탈했는데, 그는 안 해도 될 말로 부아를 지르고 집을 떠났다. 미끄러운 눈길에 왔으니 위험수당도 줘야 하지만, 안 받을게요라고. 허탈해진 까닭은 짐작할 만하지 않은가. 공임이든.. 2018. 12. 5. 이웅렬, ‘아름다운 퇴장’과 ‘4대 세습’ 사이 코오롱 그룹 이웅열 회장(63)의 퇴진 논란 코오롱그룹 이웅열 회장(63)의 퇴진이 화제다. 지난 23년 동안 그룹 경영을 이끌어온 이 회장은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롭게 창업의 길을 가겠다”면서 “그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을 코오롱 밖에서 펼쳐보려 한다”고 밝혔다고. 그는 내년 1월1일부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코오롱은 후임 회장 없이 내년부터 지주회사 중심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재벌그룹의 오너가 스스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재벌 오너가 물러나는 것은 대체로 경영에 대한 책임을 비켜 갈 수 없을 때나, 위법행위를 저질러 도덕적 비난을 피하는 수단으로 가끔 행해지곤 했으니 말이다. 얼마 전 방정오 TV조선 대표이사 전무가 사퇴 의사를 밝힌 것도 ‘초등학생.. 2018. 12. 2. 순천만 갈대는 그 자체로 충분하다 8년 만에 다시 찾은 습지 갈대 군락지와 어린이 생태해설자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이전 기사] 지친 마음 어루만져주듯... 반짝이던 황매산 ‘억새 물결’ 황매산 억새를 만나고 나서 순천만 습지의 갈대를 만났다. 불과 닷새 뒤인 지난 7일 일이다. 그러나 두 만남 사이에는 어떤 인과 관계도 없다. 황매산을 찾은 건 억새를 만나기 위해서였지만, 순천만에는 여수 가는 길에 잠깐 들렀을 뿐이다. 순천만에 가는 것이 모두 갈대를 만나기 위해서는 아니지 않은가. 억새와 갈대는 같으면서도 다른 식물이다. 같은 볏과의 한해살이풀이지만 억새와 갈대는 자생지역과 색깔, 키 등이 서로 다르다. 억새는 주로 산이나 비탈에, 갈대는 냇가나 습지, 물가에 무리를 .. 2018. 11. 28. 쇠락하는 민속 경기 ‘씨름’,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되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남북이 공동 등재 한반도의 고유 민속경기인 ‘씨름’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유네스코의 제13차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씨름을 남북 공동으로 등재하기로 결정했다. 그것도 애초에 따로 신청했다가 막판에 남북한이 공동 등재하기로 극적 합의함으로써 이루어진 결과다. 아프리카 모리셔스에서 열린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 위원회에서는 긴급 안건으로 상정된 씨름을 24개국 만장일치로 가결하였다고 한다. 공동 등재된 씨름의 공식명칭은 ‘씨름, 코리아의 전통 레슬링(Traditional Korean Wrestling, Ssirum/Ssireum)’이다. (‘씨름’의 로마자 표기는 남북 두 가지를 함께 표기) 애당초 한국은 ‘대한민국의 씨름(전통 레.. 2018. 11. 27. 이전 1 ··· 183 184 185 186 18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