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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친일문학 이야기

춘원과 육당의 문학상 제정? 뜬금없고 생뚱맞다

by 낮달2018 2018.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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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협의 ‘춘원·육당의 문학상’ 제정 논란에 부쳐

▲ 반민특위 법정의 육당 최남선 . 그는 1949년 2월에 체포 수감되었다 .

문인들은 여느 사람에 비해 좀 눈치코치가 없는가. 해방 71돌이 코앞이지만 청산하지 못한 일제 식민지배의 상처와 오욕이 새롭게 환기되는 시기에 한국문인협회(문협)가 육당 최남선(1890~1957)과 춘원 이광수(1892~1950)를 기리는 문학상을 제정하겠다니 하는 얘기다.

 

문인협회, 육당과 춘원문학상을 제정하겠다고?

 

보도에 따르면 문협은 최근 열린 이사회에서 협회 회원을 대상으로 수여하는 ‘육당문학상’과 ‘춘원문학상’ 제정안을 가결했다고 한다. 또 춘원이 <무정>을 발표한 지 100년이 되는 2017년을 기념해 심포지엄 등 기념행사도 여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문효치 이사장의 제안으로 논의가 시작된 이 안건이 ‘별 이견 없이 통과되었다’니 더욱 놀랍다. 회원이 1만3천여 명인 이 국내 최대의 문학단체에는 우리 역사와 민족적 정체성에 대한 기본 자의식을 갖춘 이도 하나 없는가 싶어서다.

 

동인문학상(김동인), 미당문학상(서정주), 팔봉문학상(김기진) 등, 일제 때 친일 전력이 있는 문인을 기려 그 이름을 딴 문학상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한국 현대문학의 서막을 열었고, 이른바 ‘2인 문단시대’(1910년대)를 이끌어 왔던 이들 두 문인을 기리는 문학상이 지금껏 제정되지 않았던 이유는 굳이 상고해 볼 필요도 없는 일이다.

 

일제 말기에 친일부역 행위에 종사한 이들이 적지 않은데도 1949년 2월에 두 사람이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에 체포되어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되었던 이유도 자명하다. 반민특위는 두 사람이 지키고 누렸던 한국문단에서의 지위에 걸맞은 책임을 물었던 것이다.

 

엔간한 성취라도 이룬 문인이 있으면 그의 이름을 딴 문학상이 백화제방인 시대인데도 해방 70년이 지나도록 이들을 기리는 사업이 진행되지 않았던 이유도 같다. 그런데 71돌 광복절을 앞두고 뜬금없이 웬 ‘춘원문학상’이고 ‘육당문학상’이란 말인가.

 

문협의 이 생뚱맞은 문학상 제정 소식에 민족문제연구소와 역사정의실천연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7개 역사·사회단체가 기자회견을 열어 이 사업의 몰역사성을 준열히 꾸짖은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한국문인협회의 최남선·이광수 문학상 제정을 규탄한다.”

“최남선과 이광수는 친일 행적만 모아도 전집을 낼 수 있을 정도로 의심의 여지없는 ‘민족의 죄인’.”

“이는 한국문인협회가 한국문학의 정신사적 기반마저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

 

문인협회의 해명은 그간 이 나라 보수 우익세력들이 지난 수십 년 간 되풀이해 온 논리에서 한 치도 나아가지 않았다. 그건 여차하면 공과(功過)를 계량해 공의 손이라도 들어줄 기세를 교묘히 감추고 있다. 독립 이후, 독재를 비호하는 논리로 재생산되고 있는 그 논리 말이다.

 

“친일행위와 문학성은 독립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두 문인의 친일 행적 때문에 그동안 작품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들의 문학작품은 친일행위 전에 창작된 것”(문효치 이사장)

“육당과 춘원이 친일 문제로 공격을 받았지만 친일적 행각과 문학적 성과는 별개로 해야 한다. 이들의 뛰어난 문학적 성과마저 매도할 수는 없다.”(이광복 부이사장)

 

이런 사람들이었는데도?

 

문인협회의 해명에 대한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의 일갈에는 따로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우리 민족에게 큰 아픔을 준 두 문인의 친일행위는 반민족행위의 상징이기에 이들을 기리는 상을 만든다는 것은 이완용을 기리는 상을 제정하는 것과 똑같다.”

 

민족문제연구소 측은 최남선은 조선사편수회 위원으로 일제의 역사왜곡과 식민사학 수립에 협력, 만주국의 건국대학 교수로 있으면서 친일 고위관리를 양성했고, 이광수는 친일단체인 조선문인협회 회장에 취임해 조선 문학을 일제의 선전도구로 만드는 데 앞장서 왔다고 밝혔다. [관련 글 : 이광수, 피와 살과 뼈까지 일본인이 되려 했건만]  / 최남선, 죄과(罪過)는 다섯 가지나 나는 무죄

 

육당과 춘원의 친일 행적은 굳이 다시 살피지 않는다. ‘피와 살과 뼈까지 일본인이 되려 했’던 춘원 이광수[관련 기사]와 동포 청년들에게 ‘성전(聖戰)에 나서 보람 있게 죽자’고 권유했던 육당 최남선이 '길든 말과 글'로 이룬 친일어록으로 대신한다.(이 자료는 민족문제연구소에서 펴낸 <친일인명사전>에서 인용한 것이다.)

 

2016. 8. 6.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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