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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2138

[순국] 선비는 ‘일왕의 두개골로 술잔을 만들지 못함을 한’했다 순국 102주기, 만송 유병헌(劉秉憲, 1842~1918)을 기리며 8월 26일은 경북 칠곡의 선비 유병헌(劉秉憲, 1842~1918)의 순국 102주기다. 1918년 이날, 그는 보안법과 주세령 위반으로 복역하던 대구 감옥에서 8일간의 단식 끝에 자신의 목숨을 거두었다. 향년 77세. 을사늑약이 체결되었을 때 오적(五賊)을 성토하면서 시작된 그의 항일 투쟁은 일제 치하의 납세뿐 아니라, 토지조사 사업까지 거부하기에 이르렀고 세 차례의 투옥 끝에 마침내 옥중 순국한 것이다. 유병헌은 1842년 경상도 인동도호부(현 경상북도 칠곡군 북삼읍 숭오리 강진마을)에서 유익원의 맏이로 태어났다. 본관은 강릉, 호는 만송(晩松). 그는 진주 민란(1862)과 제너럴셔먼호 사건·신미양요(1871), 운요호사건(1875.. 2020. 8. 24.
개천마리… 그 사나이의 삶과 진실 [서평] 박상규의 모르긴 몰라도 국내서 출판되는 문학 서적 가운데 으뜸은 ‘수필(隨筆)’이 아닐까 싶다. 이 ‘붓 따라 가는 글’은 때론 ‘수상(隨想)’이나 ‘에세이(essay)’란 고급스런 이름으로 포장되기도 하지만, 기실 그것은 ‘신변잡기’라는 분류로 뭉뚱그릴 수 있는 ‘잡문(雜文)’이기 십상이다. 에세이? 혹은 신변잡기? 본격적 교술 장르로서 삶에 대한 묵직한 성찰이 담긴 ‘수상’이나 ‘에세이’는 언감생심인데도 스무 살짜리 새파란 젊은이에서부터 예순이 넘은 여배우들까지 자신의 책에 어김없이 ‘에세이’를 붙인다. 시인, 작가, 학자들이 쓴 수상집이 넘치듯 연예인과 체육인 등 이른바 대중 스타들이 쓴 수필집도 차고 넘치는 요즘이다. 블로그에 주기적으로 이런저런 글을 끼적이다 보니 인사치레로 ‘책을 내지.. 2020. 8. 22.
‘낡고 오래된’ 차 이야기 (1) 13일, 금요일의 행운 현재 내가 타고 있는 차는 세피아Ⅱ인데 1997년 12월식이다. 오는 12월이면 꽉 찬 10년이 된다. 대략 16만 5천여 킬로미터를 탔다. 10년이 다 됐지만 차는 여전히 무던한 편이고, 무엇보다 차를 바꿀 만한 여유가 없으니 당분간(이게 몇 년쯤이 될는지는 알 수 없다.) 더 곁에 두어야 하는 물건이다. 차도 사람처럼 늙는다. 해수 앓는 노인처럼 호흡이 고르지 않기도 하고 관절이나 뼈마디가 탈이 나 움직일 때마다 우둑우둑 소리를 내기도 한다. 사람과는 달리 얼마간의 돈을 들이면 관절이나 장기를 바꿔 낄 수도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젊어서 곱고, 씩씩하다가 늙으면 미워지고 기력이 떨어지는 것도 사람을 닮았다. 그러다 보니 갓 사서 반짝이는 차는 품 안의 각시처럼 애지중.. 2020. 8. 22.
사진 한 장 팔고, ‘저작권자’가 되다! 그 정자에 ‘안빈낙도(安貧樂道)’가 보인다 [안동 정자 기행 ①] 안동시 길안면 묵계리 만휴정(晩休亭) 아이들에게 조선 시대 선비들의 시가(詩歌)를 가르치다 보면 그들은 어쩌면 스스로 엮고 세운 ‘띠집’ 안에 갇힌 사람이 아닌가 하는 qq9447.tistory.com 지난 6월 25일이다. 블로그 쪽지함으로 편지 한 통을 받았다. 도서출판 추수밭(청림출판의 인문·교양 도서 전문 브랜드라고 한다.)의 편집자로부터였다. 에 실린 기사를 보고서 하는 연락이라면서 그 출판사에서 내는 책의 본문에 내 기사에 실린 사진을 쓰고 싶다는 전갈이었다. 서신에서 그 편집자는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사진 원본을 구입하고 싶다고 정중하게 제의해 왔다. 나는 잠깐 혼란스러웠다. 웬 저작권? 그건 워낙 내 삶과 무관한 개념이어서였을.. 2020. 8. 21.
친구, 자네 늦둥이가 곧 대학을 간다네… 벗이 50대 초반에 돌연히 세상을 버리면, 늦둥이 초등학생을 두고 세상을 떠나면 무릇 벗된 이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벗이 교육적 신념을 같이하고 어려운 시절을 함께 한 동지일 때 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장생모’ 여섯 해를 정리하다 2008년 2월에 장성녕 선생이 졸지에 세상을 떠났을 때 우리는 무엇에 홀린 듯한 느낌이었다. 그의 죽음이 오래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매우 건강한 친구였으나 어느 날 ‘풍’이 와 입원 치료를 해야 했다. 반년 휴직 후에 회복한 상태로 복직했는데 갑작스럽게 뇌내출혈로 쓰러졌다. 두 차례에 걸친 수술…, 그러나 그는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관련 글 : 잘 가게, 친구] 황망한 가운데 장례를 치르고 돌아섰을 때도 우리는 여전히 혼란스럽기만 했다. 거창.. 2020. 8. 20.
포복절도하다 등이 서늘… 끝내주는 <충청도의 힘> [서평] 남덕현의 …정말 감칠맛 납니다 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에 실린 기자 칼럼에서다. 기자는 이 책에 나오는 노인의 말씀을 제법 길게 소개했다. “세상일이란 한 가지로 똑 떨어지는 법은 없다. 원래 사람이 하는 일은 모두 새끼를 치니까. 1번 되었다고 너무 야코 죽지 말아라. 5번 찍었으면 반드시 5번이 새끼 칠 날이 올 거니깐….”(눈치챘겠지만 지난 대선 이야기다. 5번 찍은 사위에게 건넨, 1번 찍은 장인어른 말씀이다.) 머리를 갸웃했지만, 무슨 책 이름이거니 하고 잊어버렸다. 그런데 얼마 전에 8월호에 실린 어떤 글을 읽다가 퍼뜩 짚이는 게 있었다. ‘수덕사가 워디 가?’라는 제목의 글은 포복절도하고도 남을 이야기였다. 책을 읽다가 거의 대굴대굴 구를 지경으로 배를 잡은 건 거의 십몇 년 만이.. 2020. 8. 18.
‘되(어)’와 ‘돼’의 구분 알쏭달쏭 맞춤법, 의식하면서 쓰자 맞춤법 따위에는 신경을 ‘끄고’ 되는 대로 ‘마구’ 문자를 보내도 될 때는 행복했을 것이다. 까짓것, 뜻만 통하면 됐지, 뭐. 학창 시절에도 그랬지만 ‘어른’이 되면 글쓰기와 멀어지는 게 현실이고 연애 시절엔 가끔 쓰던 편지조차도 쓰지 않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일상의 유일한 글쓰기, 문자 메시지 작성 그래서 어느 날부터 문자 메시지 작성이 일상의 유일한 글쓰기(!)가 된다. 편한 사이엔 되는 대로 끼적여 보내면 그만이지만 상대가 윗사람이거나, 예의를 갖추어야 하는 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띄어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맞춤법은 맞는지, 높임 표현은 제대로 되었는지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또래들과 맞추느라고 편하게 쓰다가 어느 날부터 맞춤법 자체를 잊어버리게 된.. 2020. 8. 17.
해바라기가 있는 숲길 강원도 태백시의 ‘해바라기 축제’ 태백시의 ‘해바라기 축제’ ‘해바라기 축제’라고 들어보았는가. 강원도 태백시 황연동 구와우 마을에 있는 태백고원자생식물원(이하 식물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여름 축제다. 2005년부터 시작된 축제라는데 우리가 정작 이를 알게 된 건 며칠 되지 않는다. 가족의 여름휴가로 영월에서 열리고 있는 ‘동강 국제사진전’에 들렀다가 우리는 에서 축제 기사를 읽은 딸애의 제안으로 태백까지 내쳐 달린 것이었다. 영월 사진박물관과 모운동(‘해를그리며’ 님의 기사에서 얻은 정보로 잠깐 들렀다.)을 거쳐 태백 구와우 마을에 도착한 것은 오후 네 시가 겨워서였다. 식물원 입구가 어쩐지 허술해 보였다. 커다란 입간판 뒤편의 가건물에서 표를 팔고 있었는데 외부 벽면에 ‘공지사항’이라며 펼침막이 붙.. 2020. 8. 16.
간극 - 법과 법치, 혹은 현실 사이 바다가 아닌 내륙, 강원도 영월로 당일치기 휴가를 다녀온 이튿날 아침 는 두 가지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하나는 ‘2010년 광복절 특별사면’ 소식이고 다른 하나는 2009년 1월의 용산참사 당시 농성을 주도한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 의장에게 징역 7년의 중형이 선고됐다는 소식이다. 법과 법치 사이 는 1면 머리기사에서는 “비리 정치·경제인 살린 ‘그들만의 사면’”이라는 제목으로, 3면에서는 ‘삼성 광복절……’라는 제목으로 이 특사 소식을 다루었다. ‘그들만의 사면’이라는 표현에서 드러나듯 이번 특사는 선거사범·공직자 2493명이 감형·복권된 대신 ‘시국·노동 사범’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수사는 느리게, 처벌은 가볍게, 사면은 바람같이’라는 기사의 한 구절은 과장된 비유가 아니라 이번 사면의 성격을.. 2020. 8. 14.
‘갈게’와 ‘갈께’, 어느 게 맞나? 어미 ‘ㄹ게’ 는 ‘된소리’로 나도 ‘예사소리’로 적는다 요즘 텔레비전을 보다 보면 공중파보다는 케이블 방송 쪽의 자막이 훨씬 바르다고 생각하게 될 때가 종종 있다. 공중파의 경우, 뉴스나 예능 프로그램 화면의 자막에서 띄어쓰기는 물론이고 맞춤법에 어긋나는 표현들이 드문드문 눈에 띄지만, 케이블 방송의 영화 자막은 뜻밖에도 띄어쓰기는 물론이거니와 맞춤법이 매우 정확하기 때문이다. 물론 시간상으로 촉박하게 준비되는 뉴스 화면과 여유를 갖고 만드는 영화 자막을 비교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요즘 지상파 방송에서 이 같은 현상이 더 자주 눈에 띄는 까닭은 무엇일까. 특정 방송사에서 방송사고가 잦은 게 예사로이 보이지 않는 것도 그것 때문이다. 지난 2월 5일 밤에 방송된 ‘9시 뉴스’에서 확.. 2020. 8. 13.
<부당거래>, 영화와 ‘현실’ 사이 류승완 감독의 영화 (2010) 영화가 환기해 주는 씁쓸한 ‘현실’ ‘허구를 압도하는 현실’이란 명제가 공공연히 사람 입에 오르내린 게 언제부터일까. 이전 시대만 하더라도 소설이나 영화와 같은 허구의 세계를 통해서 사람들은 ‘일탈의 현실’을 유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현실은 허구의 상상력을 간단히 넘어버렸다. 공공연한 사실이라는 점을 이해하면서도 그걸 구태여 확인하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이 못 된다. 그런 끔찍한 현실을 굳이 곧이곧대로 들여다보아야 하는 상황을 만나는 것도 마찬가지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 를 보면서 내내 마음이 불편했던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영화가 그리고 있는 연쇄살인 사건, 경찰·검찰과 스폰서 간의 유착과 기업의 입찰 비리 따위는 매우 낯익은 것이다. 모두가 우리의 기시감을 유.. 2020. 8. 12.
‘위대한’ 국민과 ‘우매한’ 유권자 사이 2014년 7·30 보궐선거의 결과 굳이 야당의 지지자가 아니더라도 6·4 지방선거에 이은 7·30 보궐선거의 결과에 대해 이런저런 감회가 없을 수 없다. 지지할 후보가 있건 없건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었던 지방선거와는 달리 제 고장에 선거가 없었던 경우에 사람들은 냉정한 ‘관전자’가 될 기회다. 워낙 여당의 실정이 거듭된 상황이었는데도 이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야당의 헛발질 덕분에 선거 결과는 아는 대로다. 기사회생한 여당은 표정 관리를 하면서도 시나브로 세월호 정국을 비켜 갈 속셈을 은근히 비치고 있는 형국이다. 당연히 자식 잃은 슬픔을 넘어 나라를 바꾸어야 한다고 믿으며 싸우고 있는 유족들이 주장하는 특별법의 갈 길은 더 멀어지고 있는 듯하다. 지리멸렬…야당 , ‘유권자’의 몫은? 재보선이 끝나.. 2020. 8.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