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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친일문학 이야기 32

“친일파는 죽어서도 이런 풍경을 누리는구나” [친일문학 기행] 이무영 문학비, 채만식·서정주·이원수 문학관을 찾아 블로그에 ‘친일문학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은 4년 전이다. (관련 글 : 친일문학 이야기) 일반에 널리 알려진 문인 중심으로 이광수부터 최정희까지 19명을 이태에 걸쳐 다루고 한동안 쉬었다. 2016년 여름에 한국문인협회가 육당 최남선과 춘원 이광수를 기리는 문학상을 제정하겠다고 나섰다가 여론의 몰매를 맞을 때 다시 글을 이어갔다. (관련 글 : 춘원과 육당의 문학상 제정? 뜬금없고 생뚱맞다) 이듬해, “친일문인 기념문학상에도 ‘기억 투쟁’이 필요하다”는 글을 쓴 것은 한 출판사가 2016년 12월에 이 두 사람을 기리는 상을 제정하여 시상까지 한 게 뒤늦게 드러나면서다. 한쪽에선 식민지 역사 청산을 부르짖는데 다른 한편에선 역사적.. 2018. 12. 19.
‘친일문학’ 이야기 - 글머리에 이 글은 2019년 5월에 출판된 단행본『부역자들-친일 문인의 민낯』(인문서원)의 초고임. [관련 기사 : 30년 문학교사가 추적한 친일문인의 민낯] ‘문학’을 가르치면서 느꼈던 갈증 중등학교에서 서른 해 가까이 문학을 가르쳐 왔지만 정작 ‘친일 문학’을 아이들에게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다. 늘 판박이 식의 지식 전수에 급급하다 보니 그랬지만 기실 스스로 친일 문학에 대한 이해가 얕았던 게 가장 큰 이유다. 결국 친일 문학에 관해서는 널리 알려진 서정주의 정도로 얼버무리기 일쑤였던 것이다. 춘원 이광수의 경우는 그나마 창씨개명에 앞장섰고 학병지원을 권유하는 등 따위로 알려진 게 있어서 대충 주워섬기면 되었지만 막상 누가 친일문인이고 누가 아닌지를 꼽다 보면 이내 이야기가 짧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 시간마다.. 2018. 12. 19.
이원수, ‘고향의 봄’에서 ‘굳센 일본 병정’까지 이 글은 2019년 5월에 출판된 단행본『부역자들-친일 문인의 민낯』(인문서원)의 초고임. [관련 기사 : 30년 문학 교사가 추적한 친일문인의 민낯] 이원수(李元壽, 李山元壽, 1911~1981)라는 이름이 낯선 이는 적지 않을 테지만, 동요 ‘고향의 봄’을 모르는 이는 없을 터이다. 이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치고 그 노래를 부르며 자라지 않은 이는 결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법에 맞지 않는 첫 구절 ‘나의 살던 고향은’부터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를 거쳐 ‘그 속에서 살던 때가 그립습니다’를 구성지게 부르면 저도 몰래 저 유소년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나기 마련이다. 그 노랫말에 실린 것은 근대화 이전의 ‘고향’, 그 원초적 정경이기 때문이다. 이원수는 ‘고향의 봄’과 ‘겨울나무’ 같은 .. 2018. 12. 17.
서정주, ‘친일은 하늘뜻에 따랐다’? 이 글은 2019년 5월에 출판된 단행본『부역자들-친일 문인의 민낯』(인문서원)의 초고임. [관련 기사 : 30년 문학교사가 추적한 친일문인의 민낯] 서정주(徐廷柱, 1915~2000)는 적어도 이 나라에서는 '시인'을 대표하는 이름이다. 그의 서정시가 이른 성취는 곧 한국 현대시의 성취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교과서마다 다투어 그의 시를 싣고, 지역의 나이 지긋한 시인들 가운데 상당수가 그의 추천을 받아 문단에 나온 그의 제자들이다. 진보 문학 진영의 원로 고은도 그의 제자다. 그는 첫 시집 (1941) 이래 (1946), (1955), (1960), (1968), (1975), (1993) 등 여러 권의 시집을 펴내면서 가히 ‘시선(詩仙)’의 지위를 얻은 듯하다. 그는 마치 우리 현대시단의 살.. 2018. 12. 17.
채만식, “조선 사람은 ‘닛본징(日本人)’이다. 닛본징이 되어야 한다” 걸출한 풍자작가 채만식(1902~1950)의 친일 부역 이 글은 2019년 5월에 출판된 단행본『부역자들-친일 문인의 민낯』(인문서원)의 초고임. [관련 기사 : 30년 문학 교사가 추적한 친일 문인의 민낯] 채만식(蔡萬植, 1902~1950)은 걸출한 풍자작가다. 흔히들 우리 판소리계 소설의 전통을 계승한 작가로 해학에 김유정, 풍자에 채만식을 꼽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의 단편 과 , , 중편 따위에 낭자한 풍자는 그것 자체로 일가를 이루고 있다. 걸출한 풍자작가, 채만식의 친일 행적 채만식 역시 만만찮은 친일 전력 때문에 등재를 피해가지 못했다. 작가로서 일가를 이룬 성취가 그를 친일 협력의 길로 밀고 갔을까. 그러나 ‘침략전쟁에 문학이 어떻게 봉사해야 하는가’를 주장한 채만식의 ‘전쟁문학론’은 그.. 2018. 12. 16.
이무영, ‘조선예술상 총독상’을 수상한 농촌소설가 *이 글은 2019년 5월에 출판된 단행본『부역자들-친일 문인의 민낯』(인문서원)의 초고임. [관련 기사 : 30년 문학 교사가 추적한 친일 문인의 민낯] 배경은 중일전쟁부터 태평양전쟁이 일어나 일본이 홍콩을 점령할 때까지다. ‘청기와집’이라 불리는 양반 권씨 집안이 있다. 이 집안이 식민지 ‘조선’을 상징한다면 이 집안의 3대는 각각 그 시대의 사상을 상징하는 존재다. 가장인 권 대감은 ‘지나(支那)에 대한 사대주의’를, 아들 수봉은 ‘영미 제일주의’, 손자 인철은 ‘일본’으로 상징되는 신사상을 대변한다. 소설의 대단원에서 조부는 세상을 떠나고 수봉은 마음을 바꾸어 조선신궁을 참배하게 되며, ‘젊은 일본’을 상징하는 손자 인철은 꿋꿋하게 개간사업에 몰두하게 된다. 작가 이무영이 쓴 친일 장편 소설 ‘청.. 2018. 12. 16.
이광수, 피와 살과 뼈까지 일본인이 되려 했건만 *이 글은 2019년 5월에 출판된 단행본『부역자들-친일 문인의 민낯』(인문서원)의 초고임. [관련 기사 : 30년 문학교사가 추적한 친일문인의 민낯] 춘원(1892~1950)을 처음 만난 건 언제쯤이었을까. 기억은 확실치 않지만 초등학교 시절에 그의 존재를 알았던 것 같지는 않다. 책읽기를 즐기던 형과 누나들 덕분에 나는 고미가와 준페이(五味川純平)의 ‘인간의 조건’, 미우라 아야꼬(三浦陵子)의 ‘빙점’ 따위의 일본소설에는 진작 입문했지만, 집에서 춘원의 소설 작품을 읽었던 기억은 없기 때문이다. 도회로 진학한 중학교 1학년 국어 시간에 그를 만난 것은 확실하다. 교과서에 ‘현대문학사’를 다룬 소단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서 그가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소설 ‘무정’을 썼다는 것과 ‘흙’의 주인공이 ‘허.. 2018. 12. 16.
춘원과 육당의 문학상 제정? 뜬금없고 생뚱맞다 문협의 ‘춘원·육당의 문학상’ 제정 논란에 부쳐 문인들은 여느 사람에 비해 좀 눈치코치가 없는가. 해방 71돌이 코앞이지만 청산하지 못한 일제 식민지배의 상처와 오욕이 새롭게 환기되는 시기에 한국문인협회(문협)가 육당 최남선(1890~1957)과 춘원 이광수(1892~1950)를 기리는 문학상을 제정하겠다니 하는 얘기다. 문인협회, 육당과 춘원문학상을 제정하겠다고? 보도에 따르면 문협은 최근 열린 이사회에서 협회 회원을 대상으로 수여하는 ‘육당문학상’과 ‘춘원문학상’ 제정안을 가결했다고 한다. 또 춘원이 을 발표한 지 100년이 되는 2017년을 기념해 심포지엄 등 기념행사도 여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문효치 이사장의 제안으로 논의가 시작된 이 안건이 ‘별 이견 없이 통과되었다’니 더욱 놀랍다. 회원이.. 2018. 12.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