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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가겨 찻집 222

낱말 공부 : ‘전대미문’과 ‘미증유’, 그리고 ‘전무후무’ ‘전대미문(前代未聞)’과 ‘미증유(未曾有)’보다 ‘전무후무(前無後無)’가 더 세다*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에 한자어가 70~80%에 이른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그건 주로 한자를 반드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자신의 주장을 펴기 위해 동원하는 거짓 데이터일 뿐이다. 국립국어원의 에는 한자어가 57%에 이르지만, 거기엔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 사어(死語)지만, 사전에는 부득이하게 실리는 경우가 많아서라고 할 수 있다. 현대 국어 사용 빈도 조사에 따르면 한자어는 35%에 그치고, 토박이말이 54%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의 일상 언 생활에서 쓰는 한자어는 2음절 낱말뿐 아니라, 3~4음절의 낱말도 적지 않다. 한자의 특성상,.. 2025. 6. 18.
‘卍’ 자로 된 무늬는 이제 ‘만자무늬’라 부르면 된다 2025년 1분기 정보 수정 주요 내용지난 3월 28일 제1차 국립국어원 국어사전 정보보완심의위원회가 2025년 1분기 정보 수정을 위한 주요 결정 사항이다. 이날, 결정 사항은 표제어 추가가 4건, 뜻풀이 추가 4건, 뜻풀이 수정 9건 등이다. 표제어 추가 : ‘가용하다01’ 등 4건표제어 추가는 지금까지 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어휘를 사전에 올리는 것으로 이번에는 ‘가용하다01’, ‘듣다못하다’, ‘턱끝’, ‘만자무늬’ 등 4건이 추가되었다. ‘가용하다01’은 “사용이 가능하다”라는 뜻의 형용사고, ‘듣다못하다’는 “들을 만큼 듣다가 더 이상 참지 못하다”라는 뜻의 동사다. ‘턱끝’은 “턱의 끝부분”이라는 뜻의 명사, ‘만자무늬’는 불교에서 쓰는 ‘만(卍)’ 자 모양으로 된 무늬라는 뜻의 명산데,.. 2025. 6. 12.
‘널널하다’가 사전에 올랐으니 말 씀씀이가 ‘널널해’질까 2024년 3/4분기 정보 수정 주요 내용좀 늦었지만, 지난해 국립국어원이 운영하는 의 지난해 3/4분기 정보 수정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표제어로 새로 추가된 낱말이 4개, 뜻풀이가 추가된 게 4개, 그리고 뜻풀이가 수정된 게 7개로 모두 15개다. 사전의 정보 수정 때마다 어, 이런 말이 사전에 없었던가 하는 것을 뒤늦게 깨달을 때가 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새로 표제어에 추가된 낱말 중 ‘널널하다’나 ‘덧이빨’ 같은 것은 ‘속어’로 쓰이던 말을 사전에 올리는 예로 보이지만, ‘탈북민’ 같은 낱말이 이제야 사전에 오른다는 사실은 좀 믿기지 않는다. 북한이탈주민(법률상 용어)은 6·25전쟁 이후부터 있었지만, 1990년대 북한 기근이 끝나갈 무렵 급격히 증가하여 1998년과 1999년에 최고.. 2025. 4. 17.
대답으로 쓸 때는 ‘아니오’가 아니라 ‘아니요’다 대답에 쓰는  ‘아니요’ 는 감탄사, 서술어로 쓰는 ‘아니오’는 형용사다 컴퓨터 작업을 하다가 파일을 삭제하려면 ‘정말 삭제할 거냐’고 묻는다. 혹시 삭제 버튼을 잘못 누른 것은 아닌가 하고 확인하는 절차다. 삭제하려면 아래 있는 ‘예’와 아니면 ‘아니요’를 눌러 파일을 삭제하거나 취소할 수 있다. 이는 컴퓨터에서 파일의 삭제가 가능한 모든 프로그램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우리는 무심코 지나지만,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 가운데, 부정은 ‘아니오’가 아니라 ‘아니요’다. 얼른 생각하면 ‘아니오’일 듯하지만, ‘아니요’가 맞다. 물음에 대해 답하는 ‘아니요’는 ‘예’와 마찬가지로 ‘감탄사’다. ‘아니오’는 주로 “ 어떤 사실을 부정하는 뜻을 나타내는 말”인 형용사 ‘아니다’의 종결어미 ‘오’가 붙.. 2025. 2. 16.
‘미장이’와 ‘멋쟁이’를 가르는 기준, ‘수공업적 기술자’ 여부 [가겨 찻집] 접미사 ‘-장이’와 ‘-쟁이’의 쓰임 ‘-장이’와 ‘-쟁이’를 가르는 기준은 ‘ 소공업적 기술자’ 여부다 기술자에게는 ‘-장이’를, 그 외에는 ‘-쟁이’가 붙는 형태가 표준어다. “흙, 회, 시멘트 따위를 바르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미장이’, “키버들로 고리짝이나 키 따위를 만들어 파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유기(柳器)장이’라 하지만, “멋있거나 멋을 잘 부리는 사람”을 ‘멋쟁이’로, 곤충 가운데 “소금쟁잇과의 애소금쟁이, 좀등빨간소금쟁이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을 ‘소금쟁이’로 쓰는 이유다.  -장이 : 간판장이, 궁(弓)장이, 금(金)장이, 기와장이, 단청장이, 대장장이, 도배장이, 옹기장이, 칠(漆)장이, 토기(土器)장이……. -쟁이 : 개구쟁이, 거짓말쟁이, 겁.. 2025. 2. 1.
[가겨 찻집] ‘걸맞는·알맞는’은 없다, ‘걸맞은·알맞은’이 있을 뿐! 형용사에는 관형사형 어미 ‘-는’을 쓸 수 없다형용사에는 현재 관형사형 어미 ‘-는’을 붙일 수 없다 뜻밖에 유튜브나 인터넷 뉴스 등에 ‘걸맞은·알맞은’을 ‘걸맞는·알맞는’으로 쓴 데가 많다. 물론, 이건 틀렸다. ‘걸맞다’(두 편을 견주어 볼 때 서로 어울릴 만큼 비슷하다.)와 ‘알맞다’(일정한 기준, 조건, 정도 따위에 넘치거나 모자라지 아니한 데가 있다.)는 형용사고, 형용사에는 ‘현재 관형사형 어미’인 ‘-는’이 쓰일 수 없기 때문이다. [관련 글 :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용언(동사·형용사)의 활용 가운데 ‘관형사형 활용’은 용언에 관형사형 전성어미를 붙여서 용언을 마치 체언을 꾸며주는 관형사처럼 만들어주는 것이다. 물론 이는 문장 안에서 관형사 노릇을 하는 것일 뿐 품사 자체가 바뀌는 .. 2024. 10. 30.
[가겨 찻집]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형용사의 명령형과 청유형 활용, 안 되지만 ‘현실’…형용사는 명령형, 청유형 활용이 불가 유튜브에 가면 영상이 끝날 때쯤 나오는 인사로 ‘건강하고 행복하세요’가 적지 않다. ‘건강하다’와 ‘행복하다’는 형용사다. 형용사는 ‘상태나 성질’을 드러내는 품사이므로 ‘명령형’ 활용을 할 수 없다. 그러니 ‘건강하세요’나 ‘행복하세요’는 어법에 어긋나는 표현이다.  ‘청유형’ 활용도 마찬가지로 안 된다.  명령형과 청유형 활용은 동사에서만 가능하다. 명령형은 동사 어간에 명령형 어미 ‘-아라/-어라’를 붙여서, 청유형은 동사 어간에 청유형 어미 ‘-자’를 붙여서 만든다. 아래 예문 (1)·(2)는 각각 동사여서 명령문과 청유문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3)·(4)의 ‘예쁘다’와 ‘성실하다’는 형용사인데  명령형과 .. 2024. 10. 18.
다시 ‘문해력’ 논란에 대한 국어학자의 조언 [문해력 논란] 고려대 신지영 교수의 의견 오늘 아침 기독교방송(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는 고려대 신지영 교수에게 최근 논란이 된 ‘문해력’ 관련 의견을 들었다. 한국교총이 전국 초중고 교사를 대상으로 한 학생들의 문해력 실태 조사에서 90% 이상의 교사가 아이들의 문해력이 과거에 비해 떨어졌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이를테면 ‘이부자리’를 별자리로 알아듣고, ‘두발 자유화’ 토론을 하겠다고 하니 ‘오른발, 왼발 토론’으로 알더라는, 좀 믿기 어려운 이야기다.  문해력 실태? 어휘력을 확대 해석한 것은 아닐까? 문해력 문제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떠오르는 주제고, 그 전개 과정도 비슷하게 이루어져 현재의 문해력이 과거에 비해 저하되었다는 결론으로 마무리되곤 했었다. 2년 전 78월에도 ‘심심하다’ 소동이.. 2024. 10. 9.
[573돌 한글날] 한글날 아침, 국어교사는 마음 겹다 한국인에게 외면당하는 ‘최고의 알파벳’ 한글꼭 12년 전에 쓴 글이다. 그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국경일 지위를 회복한 한글날이 공휴일로 재 지정된 것은 2012년, 이듬해부터 사람들은 한글날을 쉴 수 있게 되었다. 국립국어원 한 해 예산의 몇 배를 들여 만든 영어마을은 속속 세금만 낭비한 채 거의 대부분 문을 닫았다. 그래도 영어 광풍은 그치지 않았는지 최근에는 초등 저학년 영어교육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휴대전화에서 글자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던 완성형 코드의 문제점은 기술적으로 이내 극복되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점, 한글이 정작 토박이말 사용자인에 제나라 국민에게 외면당하는, 말글살이의 그늘에 드리운 씁쓸한 풍경은 변하지 않았다.다시 573돌 한글날을 맞지만, 경축을 붙이는 게 쓸쓸할 지경이다.. 2024. 10. 9.
‘심심하다’ 모르면 ‘문해력’이 낮다? 관건은 ‘어휘력’! ‘무운’에 이어 세대 간 소통 문제 드러내…관건은 ‘어휘력’, 독서에 답 있다서울의 한 카페에서 올린 공지문에 나오는 ‘심심한 사과’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이 ‘문해력’에 관한 새롭지 않은 논란을 일으켰다.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라는 뜻으로 쓴 ‘심심(甚深)하다’가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라는 뜻의 고유어 ‘심심하다’로 읽히면서 세대 간 소통의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무운(武運)’에 이어진 ‘심심(甚深)하다’ 소동지난해에는 ‘무운을 빈다’에서 ‘무운(武運)’이 "전쟁 따위에서 이기고 지는 운수"라는 뜻인 줄 모르고 "운이 없다"라는 ‘무운(無運)’으로 전달한 기자의 방송사고도 있었으니 더는 보탤 게 없을 지경이다. 비슷한 사례가 나타날 때마다 ‘문해력’이.. 2024. 10. 8.
[가겨 찻집] “나라에 충성, 부모에 효도”? 유정명사와 무정명사에 따라 달리 쓰이는 ‘조사’1984년 2월, 졸업식을 불과 며칠 앞두고 어느 사학으로부터 이른바 ‘초빙’을 받았다. 학교로 와서 면접을 보자는 연락에 정말로 ‘때 빼고 광내어’ 경주시의 소읍에 있는 여학교를 찾았다. 오지라고 할 수 없는 지역이었으나 나는 초행이었고, 억센 경북 동부 지역의 사투리를 처음 들었다. 아담한 교정의 낡은 교사 한쪽의 교장실에서 면접을 봤는데, 나는 요구한 서류를 내고, 한자를 섞어서 쓰는 ‘나의 교직관’이라는 짧은 글 한 편을 써서 냈고, 교장, 교감 선생과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틀 뒤에 학교 서무과장으로부터 3월 2일부터 출근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1980년대의 구호 “나라에 충성, 부모에 효도”  3월 2일, 얼떨떨한 표정으로 출근하여 고1,.. 2024. 9. 16.
제발, 이번 한가위는 ‘되지’ 말고 ‘쇠자’ 한가위 인사, “한가위 되세요”로 쓰면 안 되는 이유하도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같은 비문(非文, 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이 늠름하게 쓰이는 현실이 안타까워서 ‘~되세요’를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는 글로 블로그에 ‘가겨찻집’ 문을 연 게 2007년이다. 그리고 비슷한 이야기를 주절대면서 8년쯤을 보냈다. 아무리 그게 ‘대세’라 해도 ‘아닌 건 아니다’ 아무도 청하지 않은 일을 8년간 이어간 것은 자신이 국어 교사라는 사실을 늘 확인하면서 살아온, 넘치는 자의식 때문이었다. 국어를 가르친다고 해서 사람들의 언어 습관에 시비를 걸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 터이지만, 그렇게 오지랖을 떤 것도 앞의 이유 탓이다. 8년간의 오지랖이 막을 내린 것은 “‘한가위 되세요’, 진보 진영의 동참”이라는 글을 끝으.. 2024. 9.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