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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가겨 찻집 222

호(胡)와 양(洋), 중국과 서양에서 들여온 물건에 붙는 말 중국과 서양에서 들여온 문물에 붙이는 접사뜻밖에 우리말(고유어)처럼 쓰는 말 가운데 한자어가 적지 않다. 아, 그랬어? 하고 머리를 주억거리게 하는 말들 가운데 ‘무려’, ‘도대체’, ‘하필’, ‘어차피’ 같은 말이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한자어로 쓰다가 어느새 우리말로 녹아들어 버린 말들이다. [관련 글 : ‘눈록빛’을 아십니까, 우리말 같은 한자어들]   처음엔 외래어였다가 오랜 세월을 지나며 자연스럽게 우리말에 동화된 귀화어(歸化語)도 비슷한 경우다. 나라 바깥에서 들어온 사물에 붙이는 말도 처음엔 낯설다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눈과 귀에 익은 우리말처럼 되는 것은 다르지 않다.   나라 밖에서 들어온 물건에 붙이는 접두사중국이나 서양에서 들어온 사물에 이름을 붙일 때는 대체로 ‘합성’이나 ‘파.. 2019. 3. 7.
‘눈록빛’을 아십니까, 우리말 같은 한자어들 이게 우리말 아니라 ‘한자어’라고?이게 한자였어? 우리말 같은 한자어들   ‘눈록’이란 낱말을 처음 만난 것은 신영복 선생의 서간집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였다. 감옥 안에서 새싹을 틔운 마늘, 거기 담긴 봄을 감동적으로 전하는 글이었다.   “눈록빛 새싹을 입에 물고 있는 작은 마늘 한 쪽, 거기에 담긴 봄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닙니다. 봄이 아직 담을 못 넘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모르는 새 벌써 우리들의 곁에서 새로운 생명을 키우고 있었던 것입니다.” 눈록빛! 눈과 귀에 선 낱말이었지만 나는 앞뒤 맥락으로 그게 무슨 뜻인지를 넉넉히 새길 수 있었다. 어릴 적 마늘 한 쪽을 물 담은 병 주둥이에 꽂아 두면 틔우던 새싹. 그 연둣빛을 선생은 ‘눈록빛’이라고 표현한 것이었다. 나는 이렇게 멋진 우리말이 있.. 2019. 2. 28.
누룽지는 ‘눋고’, 강물과 재산은 ‘붇는다’ [가겨찻집] 다른 ‘ㄷ불규칙용언’ ‘듣다’와 ‘싣다’와 같은 방식으로 쓰라얼마 전 어느 매체에서 기사 제목을 “하루 더 늘은 2차 북미정상회담…”이라 쓴 걸 보았다. 김정은· 트럼프 간 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이 하루 더 ‘는’ 것을 그렇게 표기한 것이다. 이 동사의 기본형은 ‘늘다’니 그 관형사형은 ‘늘 + ㄴ→ 는’으로 써야 한다. ‘늘은’이 아니라 ‘는’이다 ‘늘다’뿐 아니라, 어간의 끝소리가 ‘ㄹ’로 끝나는 모든(!) 동사·형용사는 같은 형식으로 써야 맞다. 이런 용언은 ‘ㄴ’으로 시작하는 어미(-ㄴ/-은/-는) 앞에서 반드시 ‘ㄹ’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예외는 없다. 그래서 이러한 활용을 ‘규칙활용’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위와 같은 실수를 한다.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ㄹ.. 2019. 2. 17.
‘퉁퉁 불은 국수’와 ‘몸 달은 KBS’ ‘퉁퉁 불은’은 맞고 ‘달은’은 틀리다얼마 전 대통령의 발언으로 ‘퉁퉁 불은 국수’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대통령이 지난 2월 23일 국회의 ‘부동산 3법 처리 지연’을 두고 ‘퉁퉁 불어터진 국수’라고 비유하면서다. 이를 두고 이런저런 반박도 적지 않았지만, 그 비유의 적절성이 아니라 맞춤법을 한번 따져 보자.   붇+은→ 불은>은 올바른 표현   어간이 ‘ㄹ’로 끝나는 동사 가운데 ‘물들다’나 ‘울다(발라 놓거나 바느질한 것 따위가 반반하지 못하고 우글쭈글해지다.)’를 ‘물들은’, ‘울은’으로 잘못 쓰는 경우가 많다. 이들 용언은 ‘ㄴ’음 앞에서 ‘ㄹ탈락’이 저절로 일어나는 규칙 동사이므로 ‘물든’, ‘운’으로 쓰는 게 옳다. [표 ‘ㄹ탈락규칙용언’> 참조]   그러나 ‘불은’의 기본형은 ‘물에 젖어.. 2019. 2. 15.
말에 담긴 ‘차별과 편견’ 넘기 국립국어원 펴냄 이런 말에 그런 뜻이?- 차별과 편견을 낳는 말들>말 속에 ‘차별’이 담겨 있음은 두루 아는 일이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나는 늘 그런 것을 의식하고 사는 편이다. 생각 없이 흘린 말도 뒤에 되짚어보면 그게 어떤 ‘차별’로 이어지지 않나 싶어 기분이 찜찜할 때도 많다. 글을 쓰는 것은 그나마 성찰할 여유가 있어 낫지만, 말은 주워담을 수 없는 것이니 더욱 그렇다. ‘불가능한 일을 억지로 하려고 힘쓰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앉은뱅이 용 쓴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은 우리 국어사전에서는 잘 검색되지 않는다. 일본 속담에 ‘멸치의 이 갈기’와 함께 ‘앉은뱅이 용쓰기’가 있는데 이로 미루어보면 이 속담은 일본에서 들어온 말일 수도 있겠다. 부모님 세대로부터 이 말을 들으며 자란 나.. 2019. 2. 3.
이제 ‘꺼림직하다’나 ‘추켜세우다’도 표준어다 국립국어원, 2018년도 1/4~3/4분기 정보 수정 주요 내용 공개국립국어원이 2018년도 1/4분기에서 3/4분기까지 정보 수정 주요 내용(30개)을 공개했다. 핵심 내용은 2017년 국어심의회 결정에 따라, 그동안 비표준어로 다루어 왔던 ‘꺼림직이, 꺼림직하다, 께름직하다, 추켜세우다, 추켜올리다, 치켜올리다’의 전체 또는 일부를 표준어로 변경한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북한어’로 표시되는 표제어들이 있다. 이들 낱말은 북한에서는 ‘문화어’, 즉 표준어의 지위를 갖지만, 남한에서는 비표준어로 처리된다. 북한어는 《조선말 대사전》(1992)에 수록된 단어 가운데 남한에서 쓰임이 확인되지 않은 단어와 어문 규정의 차이로 달리 표기하는 단어를 편찬 원칙에 따라 선정하여 수록하였다. 남한에서 쓰는.. 2018. 1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