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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문해력’ 논란에 대한 국어학자의 조언

by 낮달2018 2024.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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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 논란] 고려대 신지영 교수의 의견

 

오늘 아침 기독교방송(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는 고려대 신지영 교수에게 최근 논란이 된 ‘문해력’ 관련 의견을 들었다. 한국교총이 전국 초중고 교사를 대상으로 한 학생들의 문해력 실태 조사에서 90% 이상의 교사가 아이들의 문해력이 과거에 비해 떨어졌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이를테면 ‘이부자리’를 별자리로 알아듣고, ‘두발 자유화’ 토론을 하겠다고 하니 ‘오른발, 왼발 토론’으로 알더라는, 좀 믿기 어려운 이야기다.

 

문해력 실태? 어휘력을 확대 해석한 것은 아닐까?

 

문해력 문제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떠오르는 주제고, 그 전개 과정도 비슷하게 이루어져 현재의 문해력이 과거에 비해 저하되었다는 결론으로 마무리되곤 했었다. 2년 전 78월에도 ‘심심하다’ 소동이 있어서 관련 글을 한 편 썼었다. [관련 글 : 심심하다모르면 문해력이 낮다? 관건은 어휘력’!]

 

나는 낱말 뜻으로 빚어진 ‘부분’의 소동을 문해력 ‘전체’ 문제로 보는 것은 다소 무리일 수도 있겠다고 보았고, ‘언문일치’ 시대에 아직도 쓰이고 있는 ‘문어(文語)’의 문제를 짚었었다. 또 ‘읽기(독서)’ 경험의 부족이 어휘력 소동으로 이어진 것으로 이해했다.

 

국어학을 공부하고 언어 감수성에 대한 여러 권의 저서를 낸 신지영 교수는 오늘 인터뷰에서 좀 차분하게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그는 ‘이부자리’를 문해력으로 이해하기보다 어휘력의 문제로 바라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어휘력이 문해력의 기초가 될 수 있지만, 그걸 문해력 문제로 확대 해석하는 건 다르지 않겠냐는 것이다. [관련 기사 : 인터뷰 / 신지영 “‘시발점이 욕, 뜻도 몰라그게 정말 문제일까?”]

 

두발이나 이부자리 같은 단어들은 일상에서 많이 쓰이지 않는 단어들이니까, 아이들에게 어려울 수도 있다. ‘시발점’도 마찬가지다. 국어 능력이 심각하게 부족하다는 얘기는 1980년대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논란이 되었고, 당시에는 한자를 몰라 신문을 못 읽는다, 사촌 이상의 친족 명칭을 모른다는 내용도 있었다.

 

신 교수는 이런 예를 들면서 과연 그게 미래지향적인 국어 능력일까, 하는 문제를 제기한다. 이에 앵커는 그건 어쩌면 꼰대의 시각으로 젊은이들을 보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고 동감한다. 신 교수는 오히려 문제는 성인의 독서율이 처참할 지경이라고 지적한다. 2023년도 기준으로 성인 독서율은 40%를 겨우 넘을 지경이란다. 열 명 중에 단지 네 사람이 책을 읽을 뿐이라는 얘기 아닌가.

 

자신은 책을 읽지 않으면서 아이들이 핸드폰만 들여다봐서 문해력이 이 지경 아니냐고 추궁하는 어른들이 자신을 돌아보아야 하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아이들은 말로 배우지 않고 행동을 보고 배우니, 어른들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 읽는 어른, 아이들이 보고 배운다

 

그러자 앵커는 “단어를 모르는 그 문제를 좀 떠나서 전반적으로 문맥을 이해하고 창의적으로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 이것을 봤을 때 지금 상황”은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다. 이에 신 교수는 학교 교육의 목표가 문해력 키우는 데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지선다형 같은 교육의 문제도 짚었다.

 

또 몇 년째 해석이 불가한 문장에 관한 논란에도 글쓰기 교육에서 “말과 글이 다르다는 거를 가르치는 사람, 그리고 배우는 사람이 알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비판적으로 읽고 창의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 국어교육은 품이 많이 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결국 이러한 문해력 논란은 국어교육의 문제이기도 하고, 독서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기성세대의 문제와도 연관되어 있다. 아이들이 상황에 맞는 말과 글을 쓰기 위해서는 다양한 낱말을 자기 것으로 소화해야 한다는 건 더 말할 나위도 없겠다. ‘읽기(독서)’로 익힌 어휘가 세계를 바르게 표현하는 강력한 도구라는 건 예나 지금이나 진실이다.

 

 

2024. 10. 9.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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