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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퇴직일기

마음과 무관하게 몸은 ‘쇠’한다

by 낮달2018 2019.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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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동안 병원 네 군데를 다녔다

▲ 일정한 나이가 되면 생래의 건강과는 무관하게 몸의 여기저기가 아파오고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마련이다.

아침에 한 달째 낫지 않고 있는 어깨 통증 때문에 주변에 물어 알아둔 침구원으로 갔다. 지역에서는 꽤 용하다는 소리를 듣는 집이라는 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주차까지 하고 갔더니만 문이 잠겼고, ‘개인 사정으로 일시 휴업 중’이라는 쪽지가 붙어 있었다.

 

번갈아 한의원과 정형외과를 찾았다

 

어쩔까 하다가 차를 돌려 동네의 한의원을 찾았다. 몇 해 전 발목을 삐어 인대가 늘어났을 때 몇 차례 내원한 병원인데 어쩐지 탐탁지 않아서 한동안 지나쳤던 곳이다. 한의사는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권위적으로 보이는 60대였다.

 

나는 베개 없이 누웠다가 목을 잠깐 삐끗한 적이 있는데 목과 어깨의 통증이 한 달째 치료해도 낫지 않는다, 오른쪽 집게손가락도 몹시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웃음기 하나 없는 무표정한 얼굴로 어깨 통증과 손가락 통증은 아무 관계도 없다, 그건 정형외과 병원에 가서 치료하라, 근육이 뭉쳐 있는 것 같으니 치료해 보자고 말했다.

 

치료실에서 온열 찜질과 전기자극 치료를 한 뒤 의사는 침을 놓았고 마지막엔 부항을 떴다. 찜질을 받으며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의사는 누워서 폰을 들여다보는 건 아주 좋지 않다, 더구나 어깨에 통증이 있을 경우는 더 나쁘다고 충고해 주었다.

 

그건 맞는 말이다 싶어 나는 얌전히 전화기를 내려놓고 아주 모범적인 자세로 치료를 받았다. 한 시간 넘게 치료를 받고 나오는데 기분이 한결 나았다. 간호사는 시간 나면 또 오라고 말했다. 병원을 나와 어떡할까 나는 잠깐 망설였다.

 

목과 어깨 통증에 손가락까지…

 

손가락을 보이러 정형외과에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의원에서 두 정류장 건너에 있는 정형외과는 목과 어깨가 아프기 시작했을 때 찾은 곳이다. 의사는 뼈가 상한 건 아니니 치료해 보자면서 주사를 주고 약과 물리치료 처방전을 내어주었다.

 

정형외과 5층에 있는 물리치료실은 항상 만원이다. 나는 그동안 특별히 통증이 있지 않은 한 물리치료는 생략하곤 했다. 안마기로 통증 부위를 두드려주고 전기 자극치료나 적외선 치료 같은 걸 받으며 누워 있어 보면 그걸로 어디 아픈 데가 나을 것 같지 않아서였다.

 

그러나 당장 통증이 있으니 어쩌겠는가. 물리치료는 매번 하던 그대로의 치료였지만 거기 누워서 어쨌든 빨리 낫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사흘 치 약을 지어 와 먹었는데 차도가 없었다. 일주일쯤 견디다가 다시 갔는데 이번에도 같은 약을 탔다.

 

그런데 이번에는 감쪽같이 아프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갈걸, 하고 뉘우쳤는데 나는 그게 정형외과에서 처방해 주는 약의 특성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먹으면 씻은 듯한데 약이 떨어지면 예전의 통증이 되살아나는.

 

침을 맞아 봐야겠다고 생각한 게 이때쯤이다. 요즘 한의원에서 놓아주는 침이 아닌 어릴 때 삐어서 퉁퉁 부어오른 발이 침 한 대 맞고 나면 이내 거짓말처럼 풀리던 기억의 침 말이다. 그러나 침구원은 문을 닫았고 나는 휘돌아 한의원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어쨌든 손가락이 너무 아팠다. 가만히 있으면 모르는데 움직이거나 만지면 통증이 만만치 않았다. 한의사가 사진을 찍고 확인하라 한 말도 걸렸다. 나는 결국 정형외과에 들르고 말았다. 의사의 권유로 엑스선 사진을 찍었다.

 

의사는 사진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데 인대에 다소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다면서 물리치료를 권했다. 망설이다가 그러마고 했다. 역시 통증 때문이었다. 나는 좀 뜨악한 기분으로 5층 물리치료실로 올라갔다.

 

물리치료실에서 우선 ‘파라핀 치료’를 받았다. 일정한 온도로 가열하고 있는 액상 파라핀에 손을 담갔다가 빼고 하는 동작을 여러 번 되풀이한 뒤, 굳은 파라핀을 벗겨내는 치료를 3회를 반복했다. 그리고 치료실에 들어가 레이저 치료를 받았다.

 

치료를 받고 있는데 의성의 벗에게 전화가 왔다. 물리치료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요즘 이래저래 아픈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니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더니 벗은 ‘늙은이 연습’을 하느냐고 놀려댔다.

 

두 달 동안 네 군데 병원에 들렀다

 

아닌 게 아니라 하반기 들면서 나는 꽤 여러 군데 병원 신세를 졌다. 여름을 지나면서 왠지 오른쪽 눈에 뭔가 이물질 낀 것처럼 개운하지 않았는데 아내는 핏발이 서 있다면서 병원을 찾으라고 했다. 의사는 한 일주일쯤 치료하면 좋아지겠다며 두 종류의 안약과 안연고 하나를 처방해 주었다. 처방대로 했더니 눈은 금방 나았다.

▲ 의료쇼핑이라는 현상까지 생길 만큼 노인들은 병원과 약국을 전전한다. 물론 아파서 그렇다.

머릿밑이 가려워지고 해서 머리를 긁으면 비듬이 더께가 진 것처럼 손에 걸리곤 했다. 처음엔 그게 병이라는 생각은 못 하고 하루에 한 번씩 머리를 감는데 왜 비듬이 말썽이냐고 구시렁댔다. 아내가 아니다, 병원에 가보라 해서 피부과에 들렀더니 의사는 지루성 두피염이라 했다.

 

방치하면 얼굴과 몸으로도 내려올 수 있다고 했다. 금방 낫느냐고 했더니 재발이 잦다고 했다. 겁을 잔뜩 먹은 나는 먹는 약과 바르는 물약, 연고 따위를 시키는 대로 열심히 먹고 발랐다. 병원도 두 차례나 찾았다. 다행히 이 병도 이내 나았다. 그러나 불안해서 나는 가끔 아내에게 머릿밑을 들여다보라고 주문하곤 한다.

 

마음과 무관하게 몸은 쇠한다

 

▲ 파라핀 치료

결국, 9월 이래 나는 안과와 피부과, 정형외과와 한의원까지 네 군데 병원을 찾은 셈이다. 평소 같으면 생략해 버리는 물리치료를 거푸 받으면서 나는 내가 꼼짝없이 이른바 ‘의료 쇼핑’을 하는 노인 꼬락서니일 거라고 생각지 않을 수 없었다.

 

몸이 불편한 노인들은 병원, 특히 물리치료를 받는 게 일과라고 하지 않던가. 그건 ‘의료 쇼핑’ 환자 38%가 물리치료를 받는다는 통계로 드러나는 사실이다. 그러나 노인들은 심심해서가 아니라 아파서 물리치료를 받는 것이다. 젊은 사람이라면 이겨낼 수 있는 통증도 노인에게는 ‘삭신’을 쑤시는 병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골에 집을 지어 귀촌한 이들이 나이 들면서 여기저기 아픈 데가 많아지자 병원 가까운 도시로 되돌아온다는 얘기는 흰소리가 아니다. 나이 들어서 건강을 자신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다. 본인의 자신감과 무관하게 신체 기능이란 건 때맞춰 쇠하기 때문이다.

 

나는 원래 병원 가는 걸 즐기지 않는 편이다. 감기가 심해도 가능하면 병원에 가지 않고 버티곤 했지만 그게 만용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고부터는 현실을 고분고분히 받아들인다. 지난해 독감 예방주사를 맞고 감기 없이 한 해를 보낸 뒤, 새벽같이 일어나 며칠 전 독감 예방주사를 맞은 것은 그래서다.

 

언제쯤 이 목과 어깨, 그리고 손가락의 통증이 멎을지 모르겠다. 당분간 좀 조심스레 움직여야겠다고 마음먹는 건 통증의 크기와 상관없이 통증이 멎지 않는 게 꽤 신경이 쓰이기 때문이다. 병원에 안 가고 온열 찜질을 할까 싶어서 창고에서 몇 해 전에 사 놓은 황토 찜질기를 끄집어냈다.

 

 

2017. 10. 25.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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