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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세시 풍속·24절기 이야기

㉓ 소한(小寒), 추위보다 미세먼지가 걱정이다

by 낮달2018 2024.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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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번째 절기 ‘소한(小寒)’

▲ 지난 12월 15일, 한강에 얼음이 얼었다. 서서히 겨울이 깊어가고 있다. ⓒ 한국일보

1월 6일(2024년도는 5일)은 2019년 들어 처음 맞는 절기, 24절기 가운데 23번째 절기인 소한(小寒)이다. 소한은 이름으로는 ‘작은 추위’지만, 우리나라에선 ‘가장 추운 날’이다. 절기 이름으로 보면 다음 절기인 대한(大寒) 때가 가장 추워야 하지만 실제로는 소한 무렵이 가장 춥다. 이것은 절기가 중국 주나라 때 화북지방의 기후를 잘 나타내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놀러온 '대한'이 얼어 죽었다는 '소한'

 

소한 무렵은 ‘정초 한파’라 불리는 강추위가 물려오는 시기다. 이른바 ‘소한 땜’이다. “대한이 소한 집에 가서 얼어 죽었다.”든가 “소한의 얼음 대한에 녹는다.”라고 하는 속담이 생긴 이유다. 소한 때면 반드시 추운 법임을 강조하여 “소한 추위는 꾸어서라도 한다.”라고 하기도 한다. “춥지 않은 소한 없고 추운 대한 없다.”는 소한·대한 관련 속담의 결정판이다.

 

이 속담은 실제를 제대로 반영한 것일까. 일 평균기온과 일 최저기온 등을 비교한 결과 대체로 소한이 대한보다 추운 날이 더 많았고, 이런 추세는 늘어나고 있다는 게 기상청 발표(2012)니 이들 속담이 터무니없는 얘기가 아닌 건 분명하다. 이 시기의 기상은 불규칙적이어서 연중 가장 추울 때도 있고 뜻밖에 따뜻하기도 하다고 한다.

그러나 대체로 사람들이 체감하는 바는 속담의 진실에 가깝다. 소한 때는 갑자기 추워지는 날씨에 적응하지 못해서 체감이 크게 느껴지기 쉽다. 반대로 대한 때는 얼마간 추위에 적응한 뒤여서 체감이 크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동지 지난 지 불과 15일밖에 되지 않은 소한 때는 낮의 길이가 그 전과 큰 차이가 없고 냉기도 센 편이다. 그러나 대한은 동짓날에서 한 달쯤 지나 낮이 더 길어지고 냉기도 어느 정도 누그러질 때인 것이다.

 

『칠정산내편(七政算內篇)』의 ‘역일(曆日)의 기후’에서는 12월의 기후를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12월 소한은 12월의 절기(節氣)이고, 대한은 12월의 중기(中氣)이다. 기러기가 북으로 돌아가고, 까치가 깃을 치기 시작하며, 닭이 알을 품는다. 나는 새가 높고 빠르며, 물과 못이 두껍고 단단하게 언다.

▲ 『칠정산내편(七政算內篇)』의 '역일(曆日)의 기후(氣候)' 부분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농가에서는 소한부터 날이 풀리는 입춘 전까지 약 한 달간 혹한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해 둔다. 눈이 많이 내리는 지방에서는 문밖출입이 어려우므로 땔감과 먹을거리를 집안에 충분히 비치해 두었다. 지금은 옛말이 되었지만 ‘삼한사온(三寒四溫)’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가 이때다.

 

문명의 혜택 대신 '삼한사미'의 습격

 

그러나 요즘은 ‘삼한사온’ 대신 나흘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다 해서 ‘삼한사미(三寒四微)’다. ‘삼한사온’에서 차가운 대륙성고기압 세력이 숙지면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공기도 정체된다. 이때 미세먼지가 흩어지지 않고 그대로 쌓이게 돼 농도가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2017년 12월부터 이듬해 2월 사이 평균기온과 미세먼지 수준을 비교한 결과, 삼한사미는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나타난 현상이다. 미세먼지 발생 원인은 국내 대기오염, 중국 스모그, 황사, 공기 정체, 지구 온난화 등 여러 요인 등 복합적이다. 미세먼지 문제를 푸는 게 쉽지 않은 이유다.

 

소한 추위는 보온에 신경 써서 넘길 수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먼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게 급선무가 되었다. 문명의 발달로 생활의 편의 등 적지 않은 혜택을 누리는 대신 인간은 뜻하지 않은 미세먼지의 습격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2019. 1. 6. 낮달

 

[서(序)] 새로 ‘24절기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겨울 절기
입동(立冬), 겨울의 ‘문턱’을 넘으며
소설(小雪), ‘홑바지’가 ‘솜바지’로 바뀌는 ‘작은 눈’
대설(大雪), 눈이 없어도 겨울은 깊어가고
동지, 태양이 죽음에서 부활하는 날
‘대한’, 그해 대한은 봄을 기다리기엔 벅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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