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공부 ‘오늘’] 1994년 10월 8일, 작가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완간
1994년 10월 8일, 작가 박경리(朴景利, 1926~2008)의 대하소설 <토지>가 25년 만에 완간(完刊)되면서 근현대를 살아온 한국인의 장대한 삶의 파노라마를 다룬 이 위대한 작품의 여정은 마침내 마무리되었다.
1969년 1부를 쓰기 시작했을 때 마흔두 살이었던 작가가 예순일곱의 노년에 이른 이 25년은 한편으로 한국 현대사의 또 다른 파노라마의 연속이기도 했다.
그것은 단순히 25년이란 장구한 세월이 소요되었다거나 원고지 3만 장을 훨씬 넘는 대작이라는 등 수치의 문제가 아니었다. 작가가 긴 세월 동안 수만 장의 원고지에 담아낸 것은 각고의 노력이면서 동시에 한민족의 원형으로서 토지를 중심으로 교직(交織)한 위대한 서사였기 때문이었다.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25년 만에 완간
토지문화재단의 박경리 연보에 따르면 대하소설 ‘토지’가 처음 연재된 지면은 <현대문학>이었다. 1969년 9월부터 1972년 9월까지 3년간 연재된 이 소설의 연재를 이어받은 것은 같은 문예지 <문학사상>(1972.10.~1975.10.)이었다.
‘토지’ 1부로 월탄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는 이듬해(1973)에 이를 삼성출판사에서 펴냈다. 1974년에는 같은 출판사에서 2부를 간행했다. ‘토지’ 3부는 1977년 1월부터 <주부생활>에 연재되기 시작했고 1980년에 삼성출판사에서 나왔다.
‘토지’ 4부는 1983년 7월부터 <정경문화>에 연재되기 시작했다. 이때 안우식이 번역한 일본어판 ‘토지’ 1부가 8권으로 문예선서에서 나왔다. 이듬해인 1984년에 ‘토지’는 한국 전후 문학 30년 최대 문제작‘으로 선정되었다.
‘토지’ 4부는 이어서 1987년 8월부터 <월간경향>에 연재되었고, 이듬해인 1988년 ‘토지’ 1~4부가 삼성출판사에서 간행되었다. 1989년에는 ‘토지’ 1~4부 개정판이 지식산업사에서 나왔다. ‘토지’의 5부는 1992년 <문화일보>에 연재되기 시작했고 이듬해 ‘토지’ 1~4부와 5부 1권(전 13권)이 솔출판사에서 나왔다.
1994년 8월 15일에 작가는 집필 ‘토지’를 탈고했고 10월 8일 <토지> 전 5부 16권이 솔출판사에서 완간되었다. 1969년 9월 연재가 시작된 때로부터 25년 만이었다. 그것은 단순히 대하소설 한 편이 완성되었다는 사실에 그치지 않았다. 한 작가가 한 편의 서사를 위해 상상력을 소진한 긴 세월은 그에 마땅한 상찬을 얻고도 남았기 때문이다.
1994년에 ‘토지’ 1부(3편 11장)의 불어판이 프랑스 벨퐁출판사에서, 1995년에는 영어 판 ‘토지’ 1부가 영국 키건폴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박경리 선생은 1996년 재단법인 토지문화재단을 설립하고 재단은 1998년 6월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에 토지문화관을 개관하였다.
<토지>, 서사문학이 이를 수 있는 감동의 극한
선생은 2008년에 세상을 떠났는데 나는 선생의 장례식에 어떤 방식으로도 참여하지 않았다. 젊은 시절부터 좋아하는 작가들은 여럿 있었지만, 좋아하는 걸 넘어 존경심을 지니고 바라본 유일한 작가가 선생이었다.
나는 이듬해 5월에야 짧은 추모의 글로 선생을 전송했다. 나는 원주를 다녀왔고 그해 8월에는 벗들과 함께 통영의 묘소를 찾았다. 선생의 문학세계에 대한 어쭙잖은 소회는 되풀이하지 않는다.
<토지> 연보를 보면서 나는 좀 헷갈려서 서가를 뒤져 모두 네 종류가 섞여 있는 <토지>를 꺼내어 확인해 보았다. 연보는 1970년대에 삼성출판사에서 <토지>가 간행되었다고 되어 있지만, 내 서가의 <토지> 제1·2·3부는 세로쓰기의 지식산업사 판인데 1979년도 나온 책이다.
제4부는 삼성출판사가 펴낸 가로쓰기 하드 커버 3권(1988)이고, 제5부는 솔에서 낸 4권(1993)이다. 지식산업사 판 2부의 1권이 없어져서 나는 뒤에 나남에서 낸 신간 8권을 새로 샀다.
이미 여러 번 읽은 책을 새로 산 것은 그래야 할 것 같아서다. 나는 <토지>가 일구어낸 우리 근현대사의 풍경과 거기 등장하는 숱한 삶의 모습들이 숨기고 있는 문학적 함의(含意)만큼 우뚝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소년 시절에 <토지>를 읽기 시작한 이래, 나이를 먹어가면서 읽을 때마다 새로워지는 이해와 깨달음을 새록새록 되새기곤 한다. 나는 <토지>를 대여섯 차례 읽었다. 가끔 5부 가운데 한 부를 골라 새로 읽어보기도 한다. <토지>를 통해서 서사문학이 다다를 수 있는 감동의 극한을 다시 맛보기 위해서다.
올 광복절에는 <토지>의 무대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에서 <토지> 완간 24주년 기념 ‘북 콘서트’가 열렸다고 한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토지>를 다시 펴는 것으로 나는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완간 24돌을 기념할까 싶다.
2017. 10. 7.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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