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미각과 삶, 혹은 추억

‘가지’, 맛있고 몸에 좋다!

by 낮달2018 2019. 9. 20.
728x90

나는 가지로 만든 반찬은 모두 즐겨 먹는다

▲ 가지를 쪄서 무친 가지 나물. 식감을 나무라는 사람과 달리 나는 이를 즐겨 먹는다.

나는 가지로 만든 반찬을 즐겨 먹는다. 삶아서 무친 가지나물은 물론이려니와 가지 챗국도 훌륭한 반찬이다. 가지는 적당한 크기로 썰어 볶아도 좋고, 길쭉하게 잘라서 말려두었다가 비빔밥의 재료로 써도 요긴하다. 밀가루를 입혀 지져낸 가지전의 풍미도 훌륭하다. 요즘처럼 시장에 가지가 나오기 시작하면 아내는 즐겨 이런 반찬을 상에 올린다.

 

밥상에 오르는 보랏빛 채소 ‘가지’

 

돌아가신 내 할머니께서도 가지나물을 즐기셨다. 연세 드시면서 무른 음식을 좋아하실 수밖에 없었던 탓이었을까. 할머니 상에는 유독 가지나물이 자주 올랐는데, 나는 익혀져 변색한 보랏빛, 그 거무죽죽한 빛깔에다 뭉크러져 흐물흐물한 열매 살[과육(果肉)] 때문에 가지를 먹기를 한참 동안 꺼렸다.

 

그러나 자라면서 가지 맛을 알게 되면서 그것과 이내 친해졌다. 가지는 여름철이면 주변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흔한 채소다. 값싼 열매채소인 데다 맛까지 좋으니 금상첨화다. 몇 해 동안 조그만 텃밭을 가꾸면서 가지 농사를 지어 보았는데 가지의 생산성은 정말 놀랍다. 여름내 굵직한 열매를 꾸준히 키워낸다. 수확량도 많지만, 병충해도 강하다. 그냥 심어 두기만 하면 되니 그 생광스러움은 남다르다.

 

올해도 가지 반찬이 자주 밥상에 올랐다. 아내는 가지나물과 가지 챗국 말고도 우리 지역에서 흔히 ‘무름’이라고 부르는 밀가루를 묻혀 쪄내고 양념으로 간을 한 반찬도 만든다. 풋고추와 감자 따위와 섞어서 무쳐 놓은 '가지 무름'도 별미다. 그러고 보면 가지는 온갖 방식으로 요리를 할 수 있는 채소인 셈이다.

▲ 2017년께 텃밭에서 기른 가지 .가지 두어 포기만 심으면 여름 내내 맛있는 가지를 즐거 먹을 수 있다.
▲ 보랏빛 가지 속에는 안토시아닌, 레스베라트롤, 알칼로이드와 같은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다.

어제 아침엔 아내가 텔레비전을 통해 어떤 의사가 펼치는 ‘가지 예찬’을 보았던 모양이다. 대장암 등 두 종류의 암을 앓던 한 산부인과 의사가 가지와 청국장으로 병을 극복했다는 얘기였다. 해당 방송의 다시 보기에 들어가 봐도 예의 프로그램을 찾을 수 없었다. 아내는 아마 묵은 재방송을 본 것일까.

 

가지의 ‘피토케미컬’과 항암 효과

 

인터넷에서 검색했더니 이 얘기의 주인공, 산부인과 전문의 홍영재 박사의 기사가 여럿이다. 그는 “보랏빛 가지 속에는 안토시아닌, 레스베라트롤, 알칼로이드와 같은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여 이들이 암세포의 성장을 막고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고 역설한다. 가지에는 단백질, 탄수화물, 칼슘, 인, 비타민 A와 C가 풍부하고 특히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 건강에도 매우 좋다고 한다.

 

가지가 ‘항암식품’이 된 것은 보라색에 들어 있는 피토케미컬(Phytochemicals) 때문이다. 피토케미컬은 채소와 과일의 색소에 들어 있는 식물 활성 영양소, 식물이 자외선과 외부 환경에 대항하여 자신을 보호하려는 목적에서 생성하는 물질, 즉 식물의 방어용 분비 물질을 통틀어 일컫는 개념이다.

 

식물에서 빨강, 노랑, 초록, 보라 등의 다양한 색깔을 내는 천연 색소인 리코펜(Lycopene), 안토시아닌(Anthocyanins), 플라보노이드(Flavonoids), 카로틴(Carotenes) 등이 대표적인 피토케미컬. 이들은 항산화 작용과 함께 항암작용, 해독작용, 항염증 작용 등의 기능을 하여 암을 예방하고, 노화를 방지하며, 면역력을 증강하는 등의 효능을 가지고 있다.

 

가지의 보라색에는 안토시아닌, 레스베라트롤, 알칼로이드, 페톨 화합물 등 암을 예방하는 피토케미컬이 풍부하다. 탄 음식에서 나오는 벤조피렌, 아플라톡신 같은 발암물질이 세포 속 DNA를 손상하면 돌연변이 세포가 생기는데 이때 피토케미컬은 돌연변이 세포에 있는 악성 종양에 달라붙어 암세포의 성장을 차단하고 암세포를 스스로 죽게 만든다는 것이다.

 

특히 가지는 소화기 계통의 암 억제에 효과적이라고. 홍 박사에 따르면 “가지의 영양분이 장 내부에 초콜릿처럼 덕지덕지 쌓인 기름기를 씻어내 대장암·위암·후두암 등 소화기 계통 암 발생을 20~30% 정도 낮춰 준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가지는 암세포가 다른 부위로 옮아가는 위험성을 낮춘다. 가지는 가열해도 암 억제 효과는 그대로여서 익혀 먹어도 좋다.

 

홍 박사는 가지의 섭취를 늘리라고 조언한다. 세계적 장수마을인 일본 오키나와 사람들도 보라색 고구마와 가지를 즐겨 먹는데 이들의 소비량은 연간 2㎏ 내외다. 정작 가지를 수출하면서도 우리의 가지 소비량은 연간 100g에 그친다고 한다.

 

가지에는 기름을 잘 흡수하는 성질도 있다. 따라서 식물성기름이나 육류와 함께 가지를 먹으면 맛도 좋을뿐더러 소화 흡수율을 높여주니 일거양득이다. 결국, 가지는 어디 하나 버릴 데가 없는 아주 요긴한 채소인 것이다. 가지는 원래 즐겨 먹는 편인데 그게 몸에 썩 이롭다니 기분이 좋다.

▲ 가지 챗국도 나는 매우 즐겨 먹는다.

저녁상에 가지가 올랐다. 가지나물과 가지 챗국. 챗국은 ‘무, 오이 따위의 채로 만든 국. 또는 그렇게 만든 냉국.’(표준국어대사전)이다. 가장 널리 알려진 챗국은 오이 챗국이다. ‘냉국’으로도 쓰지만, 우리 지역에서는 대부분 ‘챗국’으로 쓴다.

 

오이의 담백한 맛이 씹히는 오이 챗국의 풍미도 훌륭하지만, 잘 익힌 가지의 부드러운 열매 살이 입에 들어가면 싸아 하게 녹는 걸 느끼게 하는 가지 챗국의 풍미도 만만치 않다. 넉넉한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자, 베란다에 기르고 있는 고추 대신 가지를 한 포기 심을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을 잠시 해 본다.

 

2012. 7. 2. 낮달

 

▶ 냉-국(冷-)[냉ː꾹]〔냉국만[냉ː꿍-]〕「명사」
    찬물에 간장과 초를 쳐서 만든 국물. 또는 끓인 맑은장국을 차게 식힌 국물. ≒찬국.

▶ 챗-국[채ː꾹/챋ː꾹]〔챗국만[채ː꿍-/챋ː꿍-]〕「명사」
   무, 오이 따위의 채로 만든 국. 또는 그렇게 만든 냉국.
                                                                                  <표준국어대사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