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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급식’의 이면 - ‘고강도 노동·저임금·질병’에 시달리는 노동자

by 낮달2018 2025. 12. 18.

학교 급식 노동자들의 릴레이 파업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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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리사들이 맡은 학교 급식은 강도 높은 노동으로 전개되면서 조리사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 매일노동뉴스 사진

지난 11월 20일부터 나흘간 경기와 충청, 대구, 경북 등에서 급식 파업이 진행되었다. 이는 10월에 이은 릴레이 파업으로 아이들은 하루씩 밥 대신 빵을 먹어야 했다. 그간 8년째 반복되고 있는 ‘급식 파업’은 그러나 사실은 급식 노동자들의 요구를 관철해 내지 못하고 있다. [관련 영상 : 기자의 눈 - ‘밥 대신 빵’·‘9년째급식 파업 왜 되풀이되나?(2025.12.05/뉴스데스크/MBC)

 

‘세계에 널리 알려진 한국 급식’의 어두운 이면

 

우리나라의 학교 급식은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다. 전면 무상으로 시행되는 데다가 그 질 또한 다른 여느 선진국의 그것보다 훨씬 뛰어나서다. 영양의 균형을 꾀한 것은 물론, 급식 노동자들이 손수 지은 정성스러운 급식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미국과 유럽 등지의 학부모들이 부러워해 마지않는다는 얘기는 이른바 ‘국뽕’으로, 유튜브의 단골 소재로 쓰일 정도다.

 

그러나 아이들이 ‘먹는 일’에는 모두가 잔뜩 신경을 써 부실한 급식 때문에 논란이 일기도 하지만, 정작 ‘먹이는 사람’들에겐 관심을 두지 않는다. 급식 노동자들은 자신을 ‘외딴섬’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세계에 자랑할 만한 학교 급식이라는 찬사가 이어지지만, 정작 그 급식을 만들기 위해서 땀 흘리는 여성 조리사들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조리사들이 맡은 학교 급식은 강도 높은 노동으로 전개되면서 조리사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또, 이들은 ‘불안정한 처우’라는 복합적인 문제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고온 조리 시 발생하는 유해 연무인 ‘조리흄(Cooking Fume)’으로 인해 폐암 발병률이 일반인보다 월등히 높아서 2025년 8월 기준 폐암으로 산재를 승인받은 종사자는 178명에 이른다.

▲ 급식노동자 파업을 다룬 MBC '기자의 눈'. '밥 대신 빵'·‥'9년째' 급식 파업 왜 되풀이되나?(2025.12.05/뉴스데스크/MBC) 갈무리

고강도 노동에다 산재의 악순환 …, 불안정한 소득과 처우

 

또 과도한 업무량으로 조리실무사의 약 90%가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며, 화상과 절단 등 안전사고 건수도 2020년 대비 3배 이상 급증했다. 노동자 1인당 담당하는 평균 식수 인원은 133.5명에 이르러, 공공기관 급식시설의 66명보다 배나 많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은 구인난의 심화로 이어지고 인력 부족은 남은 노동자의 업무 강도를 높여 산재가 더 잦아지는 악순환을 낳는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이 받는 기본급은 2백만 원 선, 최저임금 수준에 그친다.

 

게다가 방학(약 3개월) 땐 무임금이라, 연간 소득도 매우 불안정하다. 그 기간 겸직을 하려 해도 공무직 신분이라 쉽지 않다. 그러나 교육 당국은 이들 처우 개선에 미온적이기만 하다. 노조는 당국이 17개 시도교육청이 모두 교섭 대상이라, 합의가 어렵다며 교섭을 회피한다고 주장한다.

▲ MBC 뉴스는 급식노동자들이 불안정한 수업과 질병에 시달리는 현실을 다루었다. MBC 화면 갈무리

파업 때마다 교육 당국은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며 현장을 안심시키기에 바쁘다. 하루 파업을 잘 넘기는 일에만 집중할 뿐,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지는 않는다. 70조에 이르는 매년 국세의 20%를 시도교육청으로 내려오는데도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몇몇 시도교육청은 되레 조리실 환기시설 예산을 줄이기도 했다고 한다.

 

파업은 권리지만, ‘아이들의 건강권 볼모’라는 비난도 여전

 

파업은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이지만,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은 유독 거센 비판에 직면해야 한다. ‘아이들의 건강권을 볼모로 잡는다’라는 뻔한 레퍼토리도 여전하다. 당장 급식 파업으로 인한 영향이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밥 대신 빵을 받아 든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2019년에는 급식 노동자들의 파업을 그들의 정당한 권리로 인식한 어느 초등학교에서 보낸 가정통신문이 화제가 되었다. 이 학교에서는 ‘총파업 안내 가정통신문’을 통해서 파업 사실을 사무적으로 통보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파업이 ‘법으로 보장된 권리 행사’라는 사실을 알려서 급식 노동자들을 울렸다는 얘기다. [관련 글 : 가정통신문읽고 눈물, 어떤 내용인가 봤더니]

▲ 2025년 12월 04일(목) 국회 앞에서 펼쳐진 '학교비정규직 릴레이 총파업 3차 총파업 대회'. ⓒ 여성노동조합 사진

“우리 학생들이 잠시 불편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불편’이라고 생각하기보다 나와 함께 살고 있는 누군가의 권리를 함께 지켜주는 일이라 여기고 그것이 결국 ‘우리 모두’를 위하는 일임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이 땅에 소외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보았으면 합니다. 열심히 땀 흘려 일하시는 학부모님들의 배려와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모든 노동자가 각자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우와 존중을 받으며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특히 비정규직이라고 차별받는 일 없는 세상을 소망합니다.”

    -  위 ‘가정통신문’ 중에서 인용

 

단순히 사무적인 사항을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파업을 교육적으로 이해하고 승화하자고 권유한 학교 측의 조치는 기려져야 마땅하다. 우리가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단순한 지식 나부랭이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대한 공감과 이해여야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누군가가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게 불가피하다면, 그것을 사회적 보편적 상식과 비용으로 받아들이는 데가 선진 사회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나라에선 늘 ‘시민의 불편’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보편적 권리의 행사를 ‘인질’ 운운하는 방식으로 위협하곤 한다.

 

이어지는 사회적 공감과 연대, 마땅히 확산돼야

 

급식 노동자의 파업에 급식을 직접 먹는 학생들도 힘을 보탰다. 일부 학교의 사례에 그치긴 하지만, 이들의 응원과 공감, 그리고 연대는 확산해야 마땅하다. 노동교육조차 없는 학교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연대를 실천’했다. 단순한 이해를 넘어 이러한 공감과 연대는 사회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관련 글 : 급식 총파업 고교생의 응원과 공감의 대자보 / 학생들이 급식 노동자들에게 보낸 메시지- ‘공감과 연대의 확산 필요]

 

이번 급식 노동자들의 파업을 바라보는 시각 가운데, “학교 비정규직 파업의 원인과 맥락을 여러 각도로 짚어”본 <경향신문>의 ‘점·선·면’ 꼭지의 기사를 강추한다. 이 기사는 ‘저임금·차별’과 ‘학교라는 신분사회’, ‘무엇이 교육적인가’로 나누어 이 파업을 분석하고 있다. [관련 기사 : 급식파업에 쏟아지는 비난 보며어떤 어른으로 자랄까]

 

‘수준 높은 급식’은 ‘깨끗한 화장실’ 신화와 함께 그 이면도 돌아봐야

▲ 경부고속도로 상의 천안시 망향휴게소의 화장실. 이른바 '깨끗한 화장실' 신화도 저임 노동자의 노동에 기대고 있다.

앞서 밝혔듯, 우리나라의 급식은 세계적인 찬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 질 높은 무상 급식의 이면에는 조리 노동자들의 저임금과 고강도 노동, 불안한 처우, 각종 질환과 폐암으로 목숨을 잃기도 하는 현실이 있다.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깨끗한 화장실’ 신화도 마찬가지다. ‘저임금’으로도 고용할 수 있는 청소 노동자가 있어서, ‘호텔 같은 화장실’이 가능한 것이라는 사실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내 집에 급식을 먹는 아이가 있든 없든, 이들 노동자가 처한 현실을 이해하고, 그 현실을 넘기 위한 그들의 파업을 지지하고 응원하고 공감하는 시간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2025. 12. 17.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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