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길 위에서

‘맨발 걷기’가 막혔다

by 낮달2018 2025. 12. 16.

[맨발 걷기] ⑤ 맨발 길 시작한 초등학교, 일과 중 운동장을 닫았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 초등학교 입구에 세운 '맨발 걷기' 안내판.
▲ 며칠 전 초등학교를 찾았을 때 운동장 입구를 가로막은 펼침막. 학생 안전 때문에 운동장을 개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왼쪽은 맨발 걷기 안내판이다.

맨발 걷기를 시작한 게 2023년 7월 말이니, 어느새 옹글게 2년이 지났다. 우연히 지나다가 한번 걸어보고 나서 그게 무언가 내게 잘 맞는 운동이라는 걸 깨닫고 시작해서 2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맨발 걷기를 이어가는 이유는 그걸로 일정하게 건강이 관리되고 있다고 여겨서이다. [관련 글 : 맨발 걷기’, 혹은 접지(earthing)’를 시작하다]

 

하루 한 시간, 초등학교의 맨발 길 트랙을 스무 바퀴를 도는 일정은 그간 매월 거르는 날이 1~2일에 불과할 만큼 꾸준히 이어왔다. 겨울이 들면 여러 시도 끝에 발바닥에 구멍 낸 양말을 신고 걸었다. 첫해만 해도 같이 걷는 이들이 적지 않았지만, 지금도 같이 걷는 이는 드물다.

 

옮겨온 중학교에서 다시 초등학교로 돌아갔는데…

 

나는 지난겨울, 그러니까 2024년 겨울부터는 가까운 중학교로 옮겨서 걷기를 계속했다. 올 10월까지 새벽 시간에 걷다가 기온이 떨어지면서 11월 말에 다시 초등학교로 돌아왔다. 일교차가 커지면서 아침 기온이 5도 이하로 떨어졌다. 본격적으로 겨울이 오면, 하루 중 가장 기온이 높은 오후 2, 3시에 걷는 게 좋다. 그러나 평일에 학교는 수업이 이어지니 그 시간은 어렵다.

 

첫해에도 그랬듯, 초등학교는 4시 이전에 모든 교육활동이 끝난다. 그래서 4시 좀 덜 되어서 운동장으로 가서 한 시간쯤 걸으면 5시 전에 운동을 마칠 수 있다. 그러나 중학교는 4시가 넘어서 수업이 끝나는 7교시가 있는 날이 4일이어서 학교에 발을 들일 생각도 할 수 없다. 내가 중학교를 떠나 초등학교로 되돌아간 이유다.

▲ 초등학교 울타리에 쳐 놓은 운동장 개방시간 안내 펼침막. 오전이나 오후나 모두 해가 뜨기 전이나 해 진 다음의 시간일 뿐이다.

이미 수업이 끝나 아이들 대부분이 하교한 학교에는 운동장에 대여섯씩 무리를 지어 야구나, 축구 같은 공놀이를 하는 아이들이 남는다. 그 아이들의 동선을 피해 가며 걷는데, 나는 모르겠는데, 아이들은 불편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이 시간에 학교에 와서 맨발이든 신발을 신든 걷는 이들은 모두 60대 이상의 고령자들이다.

 

아이들에게 성가신 존재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시간에 초등학교에서 나는 운동을 잘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운동장 개방 시간(평일 아침 일과 전, 오후 5시 이후)을 기록한 펼침막을 수돗가에 걸어둔 걸 보고, 뭔가 낌새가 심상찮았다.

 

방학 때까지 맨발 걷기가 막혀 버렸다

 

그 전날 기온이 곤두박질쳐서 하루 쉰 다음 12월 11일에 서둘러 3시 반이 넘어 초등학교에 갔었다. 운동하러 오는 이들이 드나드는 교문 안쪽, 운동장으로 들어서는 길목에 “학생 안전을 위해 운동장은 학생이 학교에 있는 시간에는 개방하지 않습니다.”라는 학교장 명의의 펼침막이 길을 막고 걸려 있었다.

 

학교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조치라고 생각되었지만, 기분이 좀 상했다. 수돗가에 친 펼침막에 써놓은 오전 5시~7시와 오후 17시~19시는 사실상 운동과는 무관한 시간이다. 동지를 향해 달려가는 때, 해돋이가 7시 30분이니 오전은 해도 뜨기 전이고, 오후도 일몰(17시 13분, 이상 12월 16일 현재) 이후다. 야간에 불을 밝혀주는 것도 아니니까, 사실상 주변 가로등이나 다른 불빛에 의지해 운동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그런데, 그런 개방 시간이 무슨 소용에 닿는단 말인가.

 

애당초 운동을 시작한 사람들은 학교 측에서 시의 지원을 받아서 만들어놓고 걷기를 권유한 ‘맨발 길’ 때문이다. 운동장 입구를 막아놓은 펼침막 왼쪽에는 ‘맨발로 느끼는 땅의 속삭임’이라는 맨발 걷기 안내 입간판이 서 있는 이유다. 내가 걷기를 시작한 2023년 첫해만 해도 4각형의 두 변은 황토로 조성되어 비라도 오면 그 본모습이 드러나는 맨발 길이었다.

▲ 2년 전의 초등학교 운동장 맨발 길. 오른쪽은 올해의 모습. 더는 황토의 흔적도 없어졌다.
▲ 2년 전의 초등학교 운동장 맨발 길. 오른쪽은 올해의 모습. 더는 황토의 흔적도 없어졌다. 비가 오면 진창이 되는 것도 옛 일이 됐다.
▲ 2년 전의 초등학교 운동장 맨발 길. 오른쪽은 올해의 모습. 이미 황토의 흔적도 없어진 길은 다져져 비가 와도 진창이 되지 않는다.

아마 당시 교장이 기획하여 낸 길인 듯한데, 시에서 예산을 지원한 거라고 했다. 그때, 가끔 길을 일구어서 정리하고, 흙을 보충하는 등 맨발 길 관리가 이루어졌었다. 그러나 교장이 바뀌고 난 다음에는 관리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길은 방치되었다.

 

지난여름에 그 비로 진창이 된 황톳길에 그리워서 초등학교를 찾은 적이 있다. 2년 전의 기억을 더듬어 찾아왔지만, 초등학교 운동장은 예전과는 이미 완전히 달라졌다. 이미 오래 다져진 황톳길을 그 붉은빛을 잃은 건 물론이고, 진창이 되지도 않는 메마른 땅이 되어 있었다.

 

그래도 맨발 걷기는 계속할 것이다

 

최소한도 땅을 한 번씩 일구어주기만 했어도 이런 상태가 되지는 않았을 텐데, 나는 혀를 찼다. 그러면서도 시청이나 교육지원청에 민원을 내는 방법을 생각했지만, 성가셔서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멀리 있는 맨발 길은 소용없다. 시에서 조성한 맨발 길이 시내에도 몇 군데 있지만, 굳이 차를 타지 않으면 찾을 수 없는 거리에 있으니 말이다.

 

좀 허망해진 기분으로 간 길을 되짚어 마침, 기말시험으로 일찍 파한 중학교에서 45분쯤 걸었다. 약식으로 걷고 난 다음 날에도 날씨가 추워져서 신을 신고 중학교 담을 따라 한 시간쯤 걸었다. 그다음 날은 따뜻해진 데다가 토요일이어서 맨발로 중학교에서 걸었다.

 

그리고 온도가 떨어지면서 4시 이후에 신을 신고 중학교 담장을 돌았다. 기온 봐 가면서 이런 걷기는 연말까지 이어질 듯하다. 올 마지막 날에 중학교가 방학하니 3월까지는 가장 따뜻한 시간에 중학교 운동장을 걸으면 되겠다고 여기고 있다. 그때까지는 주말에는 가능하면 맨발로, 주중에도 기온에 따라서 샛강을 가든 다른 데 가서 걷거나 신을 신고 걷는 방식으로 걷기를 이어갈까 한다.

▲ 2년 전의 초등학교 모습. 오른쪽 변은 황토길인데, 비가 와서 붉은빛이 더 진하다.
▲ 올해의 초등학교 맨발 길. 완전히 다져진 흙길로 바뀌었다.

의외의 사태로 나는 좀 쉴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루 한 시간, 아주 마딘 운동의 시간이었는데, 연말까지 그걸 이어가지 못해서 참 아쉽다. 다음 주 첫날은 동지니, 이제 올해도 막바지다. 남은 겨울 날씨도 내 맨발 걷기를 도와주어야 할 텐데, 하면서도 설사 그러지 못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걸 나는 받아들이고 있다.

 

 

2025. 12. 16. 낮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