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장마에 텃밭을 둘러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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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에서 물난리가 나서 수재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우리 지역에는 어째 장마라고 하면서도 비가 오는 시간보다 안 오는 때가 더 많았다. 더구나 시내 외곽 산 아래 있는 우리 동네는 수해를 입을 정도의 비가 오지도 않았지만, 지대가 높아서 침수 피해를 볼 일은 없어 보인다.
7월 3일에 들깨 모종을 심었고, 7월 11일에는 가을 옥수수를 파종했다. 지금 심어도 되는가 싶었는데, 주변에서 괜찮다고 심으라 권했고, 되면 좋고 안 되어도 괜찮다면서 7월 중순에 파종한 것이다. 한 일주일 있으면 싹이 날 거라고 해서 어제 오전에 잠깐 밭에 들렀다. [관련 글 : 긴가민가하면서 가을 옥수수를 심다]
비가 얼마 안 왔다고는 해도 그동안 내린 비가 적지 않았다. 뿌리 내린 식물들이 흡족할 만큼의 강수량이었다는 얘기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니 양쪽 텃밭이 자란 작물로 그득하였다. 물론 주변에 자란 풀도 적잖았고, 마당에는 깨진 콘크리트 사이로 바랭이 같은 잡초가 웃자라고 있었다.
우선 7월 3일 심었던 들깨는 키도 제법 자라고 포기마다 적지 않은 잎을 싱싱하게 매달고 파릇하게 살아 있었다. 심을 때만 해도 고개도 못 가누던 모종이 불과 한 보름 만에 홀로서기에 성공한 것이다. 텃밭 가장자리는 바랭이와 강아지풀에다 돌나물과 머위 따위가 위협적으로 자랐고, 이랑 주변도 띄엄띄엄 난 잡초가 만만찮았다.
그간 여러 차례 제대로 자라지 않는다고 지청구를 해댄 고추는 이제 늠름하게 자라서 검푸른 잎과 빽빽하게 달린 열매를 자랑하면서 밭 임자를 머쓱하게 하였다. 장마철 물을 듬뿍 먹은 토란은 이제 키가 한참 자라고 잎도 거의 솥뚜껑만 해졌다.
지난해 심은 묵은 밭에서 저절로 난 들깨도 잎이 벌레에게 뜯어먹히지 않고 비교적 깨끗하게 자랐다. 대파도 일부에서 병든 기미가 보이긴 해도 그만하면 잘 자랐다. 몇 해째 뜯어먹고 있는 부추도 모처럼 물을 듬뿍 먹고 제법 키가 컸다. 호박도 두 개나 따고, 두어 개는 나중에 따려고 남겨두었다.
가지는 심상찮다 싶더니 한 포기는 거의 말라 죽는 모양새다.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는데, 나머지 포기들도 예년에 비기면 생산성이 떨어진다. 십 년 이상 지은 텃밭 농사에서 처음 겪는 일인데, 이유를 모르니 답답하다. 남은 포기들이라도 제대로 결실하기를 바랄 뿐이다.
옥수수도 싹이 났다. 한 구멍에 씨앗을 두 개씩 심었는데, 심은 대로 족족 올라왔다. 옥수수 싹은 바랭이와 비슷하면서도 줄기가 한결 굵었고, 길쭉한 잎사귀가 달랐다. 자잘하게 돋은 바랭이와 괭이밥, 쇠비름 같은 풀과 섞여 있어도 그 모양새가 한결 의젓했다.
육묘장 주인은 무릎 높이쯤 자라면 주변에 복합비료를 주라고 했는데, 언제쯤 그만큼 자랄지 가늠할 수 없다. 한 일주일쯤 어디 가족 여행을 다녀오면 주변의 잡풀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듯하다. 풋고추는 한두 때 먹을 만큼만 따고, 호박 두 덩이를 챙겨서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울 수밖에 없었다.
2024. 7. 20.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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