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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문인’에 이어 다시 만난 ‘독립운동가’의 삶과 투쟁

by 낮달2018 2025. 3. 24.

두 번째 책 <독립운동가, 청춘의 초상>(북피움)을 내면서

▲ 내 두 번째 책. 독립운동가, 청춘의 초상, 북피움, 2025

첫 번째 책 <부역자들, 친일 문인의 민낯>(인문서원)을 낸 건 지난 2019년 5월이었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책은 <친일 인명사전>을 바탕으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등재된 부역 문인들이 벌인 친일 행적과 그들의 친일문학을 톺아본 글이었다.
 
책은 초판을 다 팔기도 전에 이런저런 이유로 절판했다. 미리 저작권자인 민족문제연구소 측의 허락을 얻어 펴낸 책이었지만, 지금도 이해하기 어려운 마뜩잖은 이유로 결국 절판하기에 이르렀다. 그 상세한 내용을 따로 적지 않는다. 절판에 이르는 과정에서 관계한 이들 모두가 상하였을 마음을 헤아려서이다.
 
첫 책을 낸 감회는 기분 좋은 일이긴 해도 무어 대단히 각별하지는 않았다. 이른바 ‘활자화’의 감격은 일찍이 고교 1학년 때, 교지에 단편소설을 실으면서 시작되어 대학 때까지 이어졌던 까닭이다. 그리고 늦깎이로 <오마이뉴스>에서 10년 넘게 기사를 썼고, 블로그를 열어서 이런저런 글을 끄적이면서 지금까지 살아왔으니 더 이를 게 없다.
 
사진 한 장으로 남은 독립동가들, 그 청춘의 초상
 
복직하여 안동에서 20년 가까이 살면서 항일 독립운동에 이른바 ‘꽂혔다’. 주변에서 ‘철 지난 민족주의’라며 떨떠름하게 보는 이들이 없지 않았지만, 경북 북부의 소도시 안동은 이 땅의 근현대사에 만만찮은 흔적을 남긴 사람들의 뜨거운 체취를 감춘 고장이었다. 안동은 이육사(1904~1944)의 고향이면서 석주 이상룡(1858~1932)과 일송 김동삼(金東三)의 땅이고, 여성 독립운동가 김락(1863~1929)과 남자현(1872~1933)의 서슬 푸른 얼이 빛나는 고장이었다. 특히 ‘경술국치’를 전후해서 자정(自靖) 순국한 70분 가운데 11명에 이르는 안동인을 잊을 수 없다.
 

친일 부역 문인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아이들에게 문학을 가르치면서 정작 내가 그에 관해서 별로 아는 게 없다는 깨달음 덕분이었다. 민족문제연구소에서 편찬한 <친일인명사전>을 참고하여 블로그에 연재한 ‘친일 문학 이야기’가 출판사의 눈에 띄어 출간으로 이어진 게 내 ‘첫 책’이었다. [관련 글 : 30년 문학 교사가 추적한 친일 문인의 민낯]
 
첫 책을 내고 나서 나는 더는 거기 얽매이지 않고 편안히 지냈다. 그러다가 내 글을 눈여겨 본 어느 편집자의 제안으로 출판 계약을 하고 두 번째 책을 쓰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부터다. 독립운동가의 ‘청춘의 초상’이라는 가제로 편집자가 제안한 콘텐츠 개요는 다음과 같았다.
 
“홍커우공원 도시락 폭탄 의거를 감행했을 때 윤봉길 의사는 24살이었다. 일왕의 면전에 폭탄을 던졌을 때 이봉창 의사는 32살이었다. 천안에서 만세를 부르다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모진 고문을 당하고 숨졌을 때 유관순 열사는 18살이었다. 매국노 이완용을 습격했을 때 이재명 의사는 28살이었다.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했을 때 안중근 의사는 30살이었다. 일본군에 징집되었으나 탈출하여 광복군에 합류했을 때 장준하 선생은 28살이었다. 우리에게는 늙고 힘든 표정의 낡은 사진 속 얼굴로만 기억되고 있는 수많은 독립운동가에게도 대한독립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찬 아름다운 청춘의 시절이 있었다.
 
10대의 똘망똘망한 소년 김규식, 속세로 돌아와 교원이 된 30살의 젊은 백범,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기 1년 전에 찍힌 29살의 열혈남아 안중근 등, 찬란하게 빛나는 청년 독립운동가들 모습을 기록한 색다른 근현대사 책.”
 
모두 기왕에 내가 <오마이뉴스> 기사와 블로그에 쓴 바 있는 이들이었지만, 그 제안을 받아들이는 게 망설여진 것은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중언부언하는 게 마뜩잖아서였다. 그러나, 20대와 30대 청춘의 시기에 의거의 현장에서, 감옥에서 혹은 형장에서, 목숨을 거두었던 젊은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하나의 범주로 묶을 수 있다는 건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10월부터 1월까지 석 달 동안 나는 스물여섯 분 독립운동가의 약전(略傳)을 썼다. 기왕에 쓴 글도 있었지만, 모두 새롭게 썼는데, 이는 뻔한 자료에 기대어 평면적인 서술로 독자를 만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국회도서관과 협정을 맺은 동네 도서관에 가서 국회도서관과 학술 콘텐츠 플랫폼인 디비피아(DBpia)의 논문 등 각종 자료를 내려받았다.
 
그렇게 새로 약전을 쓰면서 나는 그간 내가 썼던 글들이 소략하고 평면적인 역사 서술에 지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대체로 약전이란, 분량을 축약하면서 빚어지는 필연적인 결과, 즉 평면적 역사 서술과 함께 서사(敍事)의 인과가 충분히 설명되지 못해 생략되는 문제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뒷사람이 복기하는 독립운동가의 삶과 투쟁
 
생략된 서사에서 줄여지는 것은, 시간만이 아니다. 그 시간을 주재하는 역사는 물론, 그 주체의 결단과 고뇌도 함께 줄기 때문이다. 그런 뜻에서 특정한 장면의 서술이 일정한 분량을 얻음은 그 상황의 구체성과 긴박성을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단순히 서술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읽어내는 이의 상상력과도 긴요하게 이어지는 것이었다. 

▲ 책에는 모두 26분 독립운동가의 삶과 투쟁이 담겼다. 이들은 모두 사진과 같은 청춘의 초상을 남겼다.

스물여섯 분의 삶과 투쟁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나는 평면적 역사 서술에 가려져 있는 이들 삶의 내밀한 어떤 부분을 만났고, 격동하는 감정을 가누지 못했다. 나는 신채호 선생의 부인 박자혜 여사가 싸워야 했던 참혹한 가난 앞에 치미는 격렬한 분노를, 이봉창과 윤봉길을 사지로 배웅하는 백범의 비통을, 김익상 의사의 외롭고 잊힌 죽음을 내 것으로 받아들이며 오열하기도 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책머리에 쓴 글의 제목을 “평면적 서술 너머, ‘입체적·역동적인 인간’의 모습으로 그들을 그리면서”로 쓴 이유다. 비록 이들 독립운동가가 순간의 정지된 이미지로 남긴 사진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책에서 전하는 이야기가 한 자락의 삽화가 아니라, 그의 전 생애를 포괄하는 전기로 읽히기를 바랐다. 물론 그 희망은 전적으로 독자들에게 달렸다.
 
“시대가 시대인지라, 독립운동가들이 남긴 사진 이미지는 제한적입니다. 까까머리 윤동주, 젊고 풋풋한 20대의 이재명과 김상옥의 모습, 30대인 안중근과 나석주, 백정기의 강건한 모습이 거기 있습니다. 뒷사람들이 만나는 낡고 바랜 사진은 그들의 ‘마지막 사진’이거나 ‘유일한 사진’이기 쉽습니다.
 
사진 속 이들의 초상이 대체로 젊은 모습뿐인 까닭은 그들이 그 모습을 남기고 감옥과 형장에서, 혹은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거두었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 해방 이후에 망명지에서 돌아온 1세대 독립운동가들은 대체로 깊게 팬 주름살과 반백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각인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빛나는 젊음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몇 장의 이미지로 그들 젊음의 초상을 만나면서 역사의 평면적 서술 너머에 있는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인간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지만, 짤막한 약전(略傳)의 형식에서 그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건조한 사실 위주의 서술, 그 행간에서 그들이 살았던 청춘의 시간을 복기하면서 그들의 분노와 절망을 추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시시각각으로 느꼈던 분노와 고통을 날것처럼 느끼며, 2·30대, 그 찬란한 청춘의 시기에 자신의 실존을 걸었다가 스러져간 이들의 삶과 투쟁이 나의 것일 수도 있다고 깨닫기도 했습니다.
 
더러는 한 세기 이전의 역사이기도 한 독립운동가들, 그 우국의 삶을 통하여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의 몫으로 ‘망각에 맞선 기억’을 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하고 희망합니다.”
      - ‘책을 펴내면서’ 중에서

▲ 책의 앞뒤 표지. 앞 표지의 여백은 독자의 상상을 위한 공간이라고 했다.

1월 말에 원고를 넘기고, 한 보름쯤 메일을 주고받으며 교정의 과정을 거쳤다. 내가 쓴 초고는 200자 원고지 1천3백 장이었다. 편집자는 이대로는 책이 400쪽이 넘을 거라며 줄이자고 했고, 나는 기꺼이 거기에 동의했다. 그리하여 316쪽짜리 책이 만들어졌다. 나는 줄여진 2, 3백 장 분량이 서사의 구체성을 덜기보다는 그 전체적 균형을 잡는 데 유용했으리라고 믿는다.
 
그간 나누어 온 우정으로 책 한 권씩 사 읽어  주시길
 
책이 나왔다는 쪽지를 받은 게 2월 27일, 다음 날 온라인서점에서 검색하니 책 이름이 떴다. 나중에 편집자로부터 미친 듯이 뛰었다는 얘기를 들었으니 책 한 권을 내는 데 들인 수고가 예사롭지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지 책을 낼 수 있게 된 시절이 되었으나, 책 한 권이 태어나는 건 간단하지 않은 일인 것이다. [알라딘 책 소개 보기]
 
아직 책은 내 손에 들어오지 않았다. 온라인서점에서 확인하니 책값은 무려 25,000원이다. 2만 원을 책값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라고 여기고 있던 내게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가격이다. 편집자는 “종잇값이 너무 올랐다, 비상계엄 뒤 환율 급등의 여파가 심각하다”라고 하소연했다. 조그마한 신생 출판사에서 환율에 따라 다락같이 오른 제작 비용을 책값에 반영하지 않을 수 없었을 터임을 덧붙여 둔다.
 
첫 책 때는 ‘책 나눔’이란 이름을 붙인 사실상의 출판 기념회를 치렀다. 멀리서 가까이서 적잖은 벗과 선후배 동료들이 찾아와 축하해 주었고 오지 못한 이들에게도 책을 보내드렸다. 이번에는 따로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을 생각이다. 어쨌든 힘들여 써 책을 펴냈으니, 많은 독자가 읽어주었으면 하는 걸 욕심이라고 나무랄 수는 없다.
 
무어 대단한 책이라고,  한 권씩 꼭 사 달라고 청할 염치는 없다. 그러나 그간 우리가 나누어 온 우정으로, 한 권씩 사 읽어주시면 고맙겠다. 뒷날 만나면 밥이나 술로 갚을 것을 약속드린다. 올해 우리 나이로 칠순을 맞게 되는 미욱한 동료가 펴내는 책 한 권으로 우리가 함께한 시대에 나눈 교유에 대한 정리(情理)를 나눌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
 
 

2025. 3. 1. 103돌 삼일절 아침, 낮달

 
* 3. 11일자 SBS에 보도된 영상임.
https://naver.me/FvEpFe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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