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 고성산(高城山) 둘레길, 정비한 자취가 보이지 않는 산길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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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10일)에 김천 고성산 둘레길을 다녀왔다. 나들이를 나가며 딸애가 멀지 않은 대전 계족산에라도 다녀오시라 해서 그럴까, 하다가 나선 길에 대전은 멀고, 이웃 김천을 선택한 것이었다. 나들이라도 나서지 않으면 안 될 듯한 화창한 가을 날씨 때문이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시내 부곡동과 양천동 경계에 있는 고성산에 조성된 둘레길이 좋다 해서 망설이지 않고 길을 나섰다. 빨래다 청소다 해서 아내를 기다리다 보니 11시가 넘어서 출발했고, 내비게이션의 안내대로 꼬불꼬불한 산등성이 동네를 올라 둘레길 아래 주차장에 닿으니 얼추 12시가 겨웠다.
고성산( 482.7m)은 김천 시가지의 남쪽에 있어 진산(鎭山) 노릇을 하는 산이라 했다. 높지는 않지만 고성산은 황악산, 금오산과 더불어 ‘삼산이수(三山二水)의 고장’이라 부르는 김천의 ‘삼산’ 가운데 하나다. 본디 황금동에 있는 할미바위와 관련된 전설 때문에 할미산[고산(姑山), 고성산(姑城山)]이라 했는데, 고려 시대 때 이 산에 높은 성을 쌓았다 하여 고성산(高城山)이라 불렀다.
산정에는 고성산 봉수대가 있었고, 봉화를 올렸으므로 봉화산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산정 동쪽과 북쪽에는 고성산성의 성터가 남아 있다고 했지만, 현재 그러한 구조물은 찾을 수 없다. 정상부에는 헬기 이착륙장이, 정상 부근의 능선에는 등산객을 위한 팔각정 쉼터가 조성되어 있다.
주차장에서 100여 m는 가파른 아스팔트 길이다. 지형상 어쩔 수 없었겠지만, 당장에 고령자들에겐 접근을 어렵게 하는 물매다. 그 길 끝 오른쪽에 둘레길이 시작되는데, 원래 있었던 산길을 조금 넓히거나 손을 본 수준의, 거의 정비의 흔적이 드러나지 않아 자연스러웠다.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시골의 시군에도 주민을 위한 편의 시설은 빠지지 않고 들어섰다. 하다못해 동네 뒷산이라도 사람들이 운동 삼아 오르내리면, 등산로를 만들고 야자 매트를 깔고, 위험한 오르막에는 난간을 설치 하는 등 필요 이상의 신경을 써 주는 편이다.
한 친구는 이를 두고 선진국의 지표 같다고 말했다. 도로 하나 내는 것도 예산이 없어 쩔쩔매던 예전과 달리, 기초 자치단체에도 그런 씀씀이가 가능할 만큼의 예산 여유가 있다. 또 그걸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게 지자체마다 경쟁이 되는 상황이 된 것은 전적으로 지자체도 넉넉해진 덕분이 아닌가.
우리는 전망대까지 왕복 4km의 산길을 천천히 올라갔다. 목요일 정오, 길은 한적했고, 10월도 중순으로 접어드는데 숲은 상기도 싱싱한 푸른 빛을 띠고 있었다. 길 양옆으로 무성하게 선 나무들은 대체로 떡갈나무와 상수리나무 등 참나뭇과였고, 간간이 자작나무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단풍은 아직이었다.
잠깐, 다녀오면 될 거라고 보았지만, 전망대에 이르니 이미 오후 1시가 다 됐다. 전망대에서는 김천 시가지가 내려다보였으나, 초행이라 방향과 지역을 가늠하지는 못했다. 잠깐 쉬고 바쁘게 내려오는데도 덥지는 않았다. 이제 날씨는 완연한 가을이다.
짧은 거리라고 아무 준비 없이 올랐더니 아내가 갈증이 인다며 다소 힘겨워했다. 하산하니 1시 반, 미리 봐둔 맛집, 중식당으로 가서 짬뽕을 먹었다. 뼈대 고기를 넣고 사골로 끓인 짬뽕인데, 맛은 괜찮았다. 아내는 한창 열리고 있는 오일장인 황금시장에 가고 싶어 했으나, 아무래도 피곤한데, 또 전을 펴기는 그랬다.
그래서 황금시장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우리는 돌아왔다. 어쨌든 시내의 나지막한 산을 잠깐 타는 데 그쳤지만, 오늘 나들이도 그만하면 좋았다. 다음 나들이는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 충북 진천 농다리 쪽으로 갈까 하는데, 언제쯤이 제때가 될 건지 가늠 중이다.
2024. 10. 14.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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