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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선산(구미) 이야기

억새와 코스모스 밭의 체육공원에도 ‘맨발 길’이 생겼다

by 낮달2018 2024.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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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구미 낙동강체육공원의 맨발 산책길과 그 초가을 풍경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 구미 낙동강체육공원의 맨발 산책길. 플라타너스 가로수 터널로 이어진 자연스러운 흙길이다.
▲ 구미 낙동강체육공원은 국내 최대규모의 체육공원으로 낙동강 둔치에 체육시설과 함께 조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구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낳은 도시다. 그래선지 지방 정치인이나 단체장들은 유난히 ‘박정희’에 방점을 찍고 싶어 한다. 그러나 정작 구미 시민들은 박정희(6.4%)보다 금오산(34.6%)을 구미의 ‘브랜드 상징’으로 인식한다. 단체장들이 끊임없이 박정희 추모 사업에 골몰하지만, 시민들의 냉소적인 반응을 넘지 못하는 이유다. [관련 글 : 구미시, ‘죽은 자의 제사상보다 산 자들의 삶을 돌보라]

 

시민들이 꼽는 ‘금오산’ 말고도 나는 ‘샛강과 체육공원’을 친다

 

경상북도의 도립공원일 뿐이니, 금오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산들만큼 풍광이 뛰어난 곳이라고 할 순 없다. 그래도 ‘구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로 ‘금오산’을 꼽을 만큼, 시민들은 이 천혜의 산을 이 도시의 진산으로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것이다.

▲ 정치인이나 단체장은 박정희를 강조하지만, 정작 시민들은 '금오산'을 가장 크게 꼽았다.

구미에는 금오산 말고도 메마르고 삭막한 도시를 적셔주는 봄비 같은 풍경으로 나는 지산동 샛강생태공원과 낙동강 체육공원을 친다. 샛강은 봄의 벚꽃 열차, 여름의 연꽃으로 시민들에게 치유의 시간을 선사하는 곳, 낙동강 체육공원은 억새와 코스모스, 그리고 각종 체육시설 등으로 꽉 찬 레저 공간이다. [관련 글 : 물이 줄어 드러난 샛강의 맨얼굴과 어우러진 2024년의 벚꽃 열차]

 

샛강은 얼마 전에도 들렀지만, 올해는 무더위 탓에 체육공원으로는 걸음을 거의 하지 않았다. 오늘 아내와 같이 청과물시장에 들렀다가 짬을 내 체육공원을 찾았다. 구미 낙동강 체육공원은 시내 지산동과 고아읍 괴평리 일대 둔치에 210만여㎡(64만 평) 규모로 조성된 국내 최대 규모의 체육공원이다.

▲ 구미 낙동강체육공원에 조성한 코스모스 군락에는 아직 때가 일러 코스모스가 듬성듬성 피어 있는 상태다.
▲ 코스모스 정원 맞은편에 맨발 산책길과 이어지는 가로수 사잇길에 야자 매트가 깔려 있다.
▲ 낙동강체육공원의 '맨발 산책길' 세족장. 약식이지만, 여기서도 맨발 걷기를 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 마치 터널처럼 조성된 플라타너스 가로수 사잇길로 시민들이 천천히 맨발로 걷고 있다.
▲ 맨발 산책길은 따로 황토를 깔지 않은 원래 있던 흙길이다.
▲ 맨발 산책길 양쪽으로 자연스레 돋아난 풀 사이로시민들이 걷고 있다.
▲ 올여름에 조성되었다는 맨발 산책길은 한산했다. 아무래도 외진 곳이어서 붐비는 샛강과는 달리 호젓하기만 하다.
▲ 체육공원 맨발 산책길이 끝나는 부분. 길이 관리가 잘 안 돼 있다. 오른쪽은 둑인데, 위로 좁은 포장도로가 만들어져 있다.

억새와 코스모스의 체육공원, 맨발 산책길도 생겼다

 

체육시설 말고도 체육공원은 강을 따라 난 주도로와 강 사이의 둔치에 억새와 갈대가 우거져 있고, 군데군데 1천여 평에 이르는 코스모스와 핑크뮬리 등의 조경으로 시민들을 모으는 곳이다. 따갑지 않은 햇볕 속에 주도로 한쪽에 일렬로 이어진 플라타너스가 서 있는 풍경은 새롭게 다가왔다. 말갛게 갠 하늘을 배경으로 시원스레 트인 가로수 길이 좋았다. [관련 글 : 억새와 코스모스-구미 낙동강 체육공원 / 낙동강 강변에 펼쳐진 으악새를 아시나요]

 

코스모스를 찾으니, 아직 철이 일러선지, 꽃을 피운 건 몇 되지 않았다. 그런데 버즘나무(플라타너스) 가로수 옆으로 낯선 표지판이 있어 보니, ‘맨발 산책길’이다. 그렇다, 맨발 걷기 열풍에 체육공원에도 맨발 길이 조성된 것이다. 그냥 ‘맨발 산책길’이라 한 것은 따로 황톳길을 조성하지 않아서다. 관리도 샛강의 공원농지과가 아니라 하천과에서 하는가 보다.

 

길가 풀을 그대로 둔 자연스러운 흙길은 양쪽의 플라타너스 사이로 마치 터널처럼 이어지는데, 시민들이 짝을 지어 천천히 그 길을 걷고 있었다. 아내가 500m는 되어 보이는 길을 걷는 동안 나는 주변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참, 아까운 풍경인데 찻길이 중앙을 관통해 있어서 그 경관을 반감해 버리는 게 흠이다. 

▲ 구미 낙동강체육공원의 맨발 산책길에 띄엄띄엄 놓인 벤치. 여느 벤치와 달리 꽤 기품 있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 맨발 산책길 끝에는 가루소 아래 풀밭에 벼과의 여러해살이풀인 수크령이 활짝 피어 있었다.
▲ 강변 둔치에는 아직 억새는 이르고, 갈대가 우거져 있다.
▲ 맨발 산책길이 끝난 부분에도 길은 이어진다. 단지 좀 관리가 덜 되었을 뿐이다.

기후의 반란, 이 가을은 얼마나 온전할까


억새도 코스모스도 아직 때가 이르다. 10월 말에서 11월 초가 되면 이 부근은 하얀 억새가 뒤덮고, 빨강, 분홍, 하양 코스모스로 수를 놓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여름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게 기후 당국의 판단이고 보면, 이 가을이 온전한 가을로 이어질지도 분명하지 않아 보인다.

 

폭염의 여름이 가고 가을은 순식간에 지나, 혹한의 겨울이 온다 해도 인간은 더는 불평할 수 없다. 모든 게 인간이 자초한 일, 기후의 복수를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기후 위기가 초래한 이상 기온 앞에 우리의 노년도 민망하고 씁쓸하기만 하다.

 

 

2024. 9. 26.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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