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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부활절’이 된 79번째 ‘광복절’ 풍경 2제

by 낮달2018 2024. 8. 18.

광복절의 풍경 둘, ‘권력’과 ‘민심’

▲ 국가기관인 보훈부는 마뜩잖은 이유로 관동대지진 전시회를 취소했지만, 사기업은 회사의 이익을 포기하고 민족 자부심을 지켰다.

2024년, 79번째 맞은 광복절은 집권 세력의 이해할 수 없는 역사의식이 고스란히 드러난 인사의 여파와 함께 ‘정권의 방송’을 자처한 공영방송에서 방영한 어이없는 프로그램 등으로 말미암아 장삼이사 국민의 심화와 분노를 돋운 시간이었다. 해방 80년을 앞두고 역사가 느닷없이 퇴행하고 있다는 느낌은 시민들에게 열패감으로 다가갔을 것이다.

 

뉴라이트의 발호로 ‘친일 부활절’이 된 79번째 광복절

 

대통령은 뉴라이트 인사를 독립기념관을 비롯한, 역사학계에서 꼽는 ‘3대 역사 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 한국학중앙연구원, 동북아역사재단 등의 기관장에 골고루 포진시켰다. 그의 ‘이념전’ 강조 속 한중연 등 3대 기관 포함 8곳에 임명된 우편향 인사는 최소 21명, 이에 ‘역사 왜곡 수정 우려’가 높아졌다고 한다. [관련 기사 : 뉴라이트, 윤 정부 전면에’···역사 기관 25개 요직 장악]

 

광복절 자정에는 한국방송(KBS) 1텔레비전(KBS1) ‘KBS 중계석’에서는 지난 6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녹화 중계했다. ‘하필 광복절 오전에’ 일본 배경의 오페라에서 흘러나온 기모노와 기미가요에 아연실색한 시청자들의 비난이 폭주했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이날 한국방송은 방송에 거꾸로 된 태극기 그래픽을 사용해 물의를 빚었다. 오전 9시 55분 한국방송1 텔레비전(KBS1)의 일기예보에서 좌우 반전된 태극기 그래픽이 배경 화면으로 송출된 것이다. 의도적으로 해도 쉽지 않은 패착이 겹쳐 되풀이된 셈이어서 시민들은 개탄이 그치지 않고 이어졌다.

 

광복 이후 최초로 광복절 기념식조차 쪼개져 열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차고 넘치는 것이었다. ‘친일파의 명예 회복’을 부르댄 자를 독립기념관장에 임명하는 등, 식민지 근대화론자나 일본의 이해에 대변하는 듯한 뉴라이트 극우 경향의 인물로 일관한 인사는 만신창이가 되었다. [관련 글 : 2024 총독의 소리 반도에서의 제국의 굴기를 알립니다]

 

그런 상황에서 광복회 등 독립운동 관련 단체와 야당, 시민사회에서 정부의 경축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여당 소속의 광역단체장들은 독립기념관장의 사퇴를 요구한 광복회장에게 ‘국론분열’이라며 화살을 돌리고 있으니, 점입가경에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해방 79년을 맞으며 극우, 친일 세력을 관련 단체장으로 중용한 매국, 망국의 인사로 국민의 가슴에 분노의 불을 지핀 쪽이 어디인가 말이다. 야당에서 올 광복절을 일러 “친일 부활절”이라 부르고도 남을 일이다.

 

풍경 1 : 2023년 독립기념관에서 ‘관동대학살(1923)’ 전시회 무산, 혹은 권력

▲ 제이티비시(JTBC)가 단독 보도한 기사. 작년 독립기념관에서 관동대학살 100주기 전시회를 기획했으나 보훈부의 개입으로 취소되었다.

거기 이어지는 기사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지난해 독립기념관에서 ‘관동대학살 100주기 행사’로 기획한 전시회는 “전시물까지 다 설치해 뒀지만 결국 취소”되는 일이 있었다는 제이티비시(JTBC) 단독보도 앞에서 우리는 말을 잃을 수밖에 없다. (관련 뉴스 영상 : [단독] 보훈부, 독립기념관 관동대학살 100주기 행사취소 압박 / JTBC 뉴스룸) 

 

기사에 따르면 “관동대학살(1923) 100주기를 맞아 일본제국주의의 야만성과 폭력성을 살펴본다”라는 취지로 지난해 2월부터 준비를 시작한 전시회는 9월부터 두 달 동안 예정된 행사였다. 그러나 보훈부의 재검토 요청에 이은 “관동대학살 전시가 독립기념관의 사업 본질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보훈부의 입장에 따라 개최 한 달 전에 무산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관련 글 : 간토(關東)대학살’ 100<은폐된 학살, 기억하는 시민들>]

 

35년 가까이 이어진 일제강점기의 수난과 나라를 되찾기 위해 싸운 독립운동을 주제로 한 연구와 전시가 주요 업무인 독립기념관이 ‘관동대학살’을 다루는 게 사업 본질에 맞지 않는다면, 독립기념관의 ‘사업 본질’은 대체 무엇인가. 그게 굴종적인 대일 외교로 비난받는 대통령과 일본 정부를 의식한 일이라 추정하는 건 합리적일 수밖에 없다. [관련 글 : 관동대지진 - 유언비어와 위기의 희생양, 조선인 학살]

▲ 『걸려 있던 역사―관동 대지진과 사이타마의 조선인 학살 사건』(1974년)에 게재된 사진 ‘자경단과 학살당한 조선인’

당시 전시회 취소 의견을 낸 이는 보훈부 출신인 또 다른 독립기념관 고위 간부였는데, 그는 “관동대지진보다는 독립운동을 주제로 전시하는 것이 더 의미 있지 않느냐는 당시 보훈부 담당국장의 사업 재검토 의견이 있었다”라고 전했단다. 그런데 정작 당시 보훈부 장관 박민식은 해당 전시와 관련된 지시를 내린 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니 정말 사실을 몰랐다면 무능한 장관이었다는 평가를 면하기 어렵다. 

 

JTBC는 고위직을 포함해 전현직 관계자 7명을 직접 접촉해 취재한 결과 3명은 취소된 이유를 말하기 어렵다고만 했고, 나머지 4명은 한일 관계 악화가 우려된다는 보훈부의 의견을 직간접적으로 들었다고 밝혔다고 한다. 사업이 취소된 지난해 8월은 육군사관학교에서 교내 홍범도 장군 흉상을 옮기려는 사실이 알려지고, 한일 정상회담 이후 한중일 정상회담이 준비 중인 때였으니 이러한 외교 상황이 전시 취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무슨 민족이나 애국심 따위가 개재되지는 않았다. 집권 권력은 자신들의 역사관과 정파적 이해를 기준으로 관동대지진을 독립기념관의 사업으로 걸맞지 않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일제의 식민지배 실상을 전시하고 연구하는 기관인 독립기념관이 일본에서 벌어진 조선인 학살을 무관한 주제라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와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  

 

위 JTBC의 영상에는 분노한 시청자들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이 역시 보통 사람들의 평균적인 애국심과 민족적 긍지 따위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것이었다. 달리 말하면, 이게 국민의 상식이고 시비를 가리는 비판의식이다.

 

“아… 대통령이 아니라 총독이라서 용산으로 간 거였구나. 진짜 대통령은 다시 청와대로…….”

“보훈부인가? 일본부인가? 니들이 하는 것이 일본 정부 변론해 주는 거냐? 일제 항거하신 순국선열도 부끄럽겠다.” “조선총독부라는 별명은 이제 더 이상 별명이 아닌 현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군요~”

“내가 지난 2년 동안 한 욕이 평생 한 욕보다 훨씬 많은 것 같다.”

 

풍경 2 : 상품 포장지에 ‘독도는 우리 땅’ 못 빼겠다고 수출 포기한 과자 업체, 혹은 민심

▲ 한 유아용 과자업체가 포장지에 쓰인 문구를 빼라는 요구를 거부하고 수출을 포기면서 소비자들의 '돈쭐'이 났다는 기사.

국가 기관인 독립기념관이 마땅히 힘써 해야 할 전시를 회피하고 편 가르기에 열을 올리는 동안, 쌀과자를 만드는 과자 업체는 “거래를 하려면 독도를 지우라”는 일본 바이어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대신 일본 수출을 포기하여 소비자들로부터 이른바 ‘돈쭐’이 나고 있다고 한다.

 

전남 장성에 있는 유아용 과자 업체 ‘올바름’은 지난 2021년부터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문구와 함께 독도 지도를 과자 포장지 뒷면에 그려서 판매해 왔다. 경영난을 겪으며 지난해 12월 일본 수출을 논의했지만, 이 포장지 문구와 그림 때문에 발목이 잡혔다.

 

수출 관련 협의가 상당 부분 이뤄진 상황에서 일본 바이어 측이 “거래하려면 독도를 지우라”고 요구했는데, 업체는 예상 발주 물량이 연 매출의 15%에 이를 정도였는데도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거절했다고 한다. 이런 사연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은 “어려운 결정이었을 텐데 돕고 싶다”라며 제품 주문을 이어간 것이다. [관련 뉴스 : 독도 지도 못 빼수출 포기하고 돈쭐난 회사(앵커리포트) / YTN]

▲ 문제의 과자 포장지에 실린 그림과 문구. 오른쪽은 소비자의 돈쭐로 배송이 지연되고 있다는 업체의 누리집 안내문.

업체는 결국 누리집에 “예상치 못한 주문 폭주로 모든 팀원이 최선을 다해 작업하고 있다”라며 “저희 제품을 ‘독도 쌀과자’라고 불러주신 점에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라고 전했다고. 업체에 포기한 만큼의 손해를 보전해 주겠다고 찾는 소비자도 대단하고, 업체 대표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속내는 일반 국민이 지향하는 민족적 대의를 돌아보게 해 준다.

 

사기업이 자사의 이윤을 위해 바이어의 요구를 받아들인다고 해서 그것이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 업체는 사업으로 벌어들일 이익을 아무도 요구하지 않은 국가의 자부심을 지키겠다는 생각에서 과감히 포기했다. 권력이 ‘당정의 이해’를 위해 관동대지진 전시를 무산시킬 때 이름 없는 과자 업체가 선택한 것은 민족이고, 국가의 긍지였다. 자신의 이해와 무관하게 마땅히 그러해야 한다고 믿을 때 망설이지 않고 행동하는 존재, 그것이 그것이 민중이고 ‘민심’인 것이다.

 

“사실 일말의 고민도 없이 거절한 건 아니고, 국가의 자부심을 버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더 컸습니다.”

 

사업의 이익 대신 나라의 자존심을 선택한 업체에 쏟아지는 댓글은 이 나라 국민의 평균적인 애국심이나 민족적 자존심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그들은 자신이 하지 못한 일을 해낸 이에게는 아낌없는 찬사를, 해서는 안 될 일은 하는 자에겐 분노와 준엄한 꾸짖음을 채찍을 내리는 사람들이다. 

 

“진정 애국자십니다. 요즘 망언을 일삼는 매국노들 반성 참회하길…….”

“이 사람이 대통령보다 백배 낫네요.”

“김도 ‘성경 김’(포장지에 ‘독도’를 표기해 일본 수출 막힌 김 상표)만 먹습니다. 독도는 우리 땅!!”

“대통령보다 나은 기업은 국민이 지킵니다.”

 

 

2024. 8. 18.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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