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광역시 군위군 우보면 두북리 작가 출생지에 세운 ‘이윤기 문학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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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저께(8.14.) 의성의 벗에게 들렀다가 군위 출신의 소설가 고 이윤기(1947~2010) 작가를 기리는 문학비를 돌아보았다. 문학비가 세워진 군위 우보는 벗이 사는 의성군 금성면에서 차로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지난 7월 1일부터 경상북도에서 대구광역시로 편입된 군위군 우보면 두북리가 작가의 고향이고, 마을 앞 소공원에 그의 문학비를 세운 게 지난 6월 28일이라고 한다.
이윤기 작가는 2010년 8월 27일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었다. 향년 63. 노년이라고 할 것도 없는 초로에 너무 이르게 별세한 것이다. 마침 하루 전날인 8월 26일에는 천상병(1930~1993) 시인의 부인 목순옥(1935~2010)에 세상을 버려서 두 분을 묶어서 그의 ‘부음’을 전했다. [관련 글 : 두 부음에 부쳐- 목순옥과 이윤기]
내가 이윤기 작가를 알게 된 것은 1990년대 후반 예천의 시골 학교에서 도서관 업무를 맡고 있을 때, 그의 자전적 장편소설 <하늘의 문(門)>을 단숨에 읽으면서다. 작품을 읽으면서 그가 가까운 이웃 동네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에 끌린 나는 단편집 <두물머리>와 수상집 <무지개와 프리즘>, 그리고 2000년대에 그리스·로마 신화 바람을 일으킨 <이윤기의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었다.
작가는 197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베트남전 참전 경험을 다룬 단편소설 ‘하얀 헬리콥터’로 문단에 데뷔했다. 1998년 중편소설 ‘숨은그림찾기’로 동인문학상을, 2000년 소설집 <두물머리>로 대산문학상을 받았다. 나는 그의 소설도 매우 담백하다는 인상을 받았었다.
그는 소설가로서보다 번역가로 더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는 1976년 <카라카스의 아침>을 시작으로 <장미의 이름>, <푸코의 진자> 등 움베르토 에코의 저작을 번역하면서 번역 문학계에 이름을 알린 뒤, <그리스인 조르바>, <양들의 침묵> 등 문학작품을 비롯한 인문 교양서를 200권 이상 번역했다. 그의 딸인 이다희 작가도 부친의 뒤를 이어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관련 기사 : “유난히 팬 많던 아버지처럼 ‘능동적 번역가’ 되고파”]
이윤기 문학비는 군위군의 주민 참여 예산의 전액 지원을 받아 이윤기 기념사업회가 제막했다고 한다. 작가가 태어난 두북리 마을 앞 길가에 세워진 문학비는 책 모양의 오석(烏石)에 비문을 새기고 그 아래에는 ‘이윤기 작가를 기리다’라는 글귀가 조형되었다. 왼쪽에는 ‘이윤기길’로 명명한 우보면 선곡1리에서 두북리까지 4㎞ 구간의 길을 소개한 철제 안내판이다.
이전호 이윤기기념사업회장은 “이윤기 작가의 문학적 성과를 널리 알리고 군위인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문학비를 건립하게 됐다”고 했고, 김진열 군수는 “이윤기 작가는 군위군의 보물이고, 그의 문학비는 군위 문학여행의 정거장을 만든 격”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고 한다.
어쨌거나 출신 작가의 문학비를 세우는 것은 한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환기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또, ‘<삼국유사>의 고장’이라는 시정 구호를 내세우고 있는 군위군에서 그의 문학을 지역 주민들에게 소개하면서 작가 이윤기를 기리는 일은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그런 사업을 벌이는 것과 이윤기의 문학을 지역에서 향유하고 사람들이 그 작가를 자랑스러워하는 일은 반드시 이어져 있지는 않은 듯하다. 그의 문학이 단지 한 차례 빗돌을 세우는 것으로 소비되고 잊히는 일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도 그래서다.
비문에 군수의 실명이 새겨진 걸 보면서도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그는 마땅히 자신의 치적으로 생각해서 그랬을 터이지만, 작가의 문학비에 단지 같은 시기 지역 행정가가 자신의 이름을 덧붙이는 게 생뚱맞아서다. 요즘 자치단체장이 건립하는 시설물에 실명 대신 직위만 쓰는 바람직한 기풍을 이 빗돌에서 확인하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2024. 8. 17.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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