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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진 세상에 /미디어 리포트

62위로 ‘추락’한 한국의 ‘언론자유지수’, '문제 있음'

by 낮달2018 2024.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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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없는 기자회 발표 ‘ 2024년 세계 언론자유지수 순위’ 47위에서 하락

▲ 2024년 세계 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 한국은 지난해 47위에서 62위로 대거 추락, '문제 있음' 그룹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47위에서 올해는 62위, ‘문제 있음’ 그룹으로 추락

 

세계 언론자유의 날인 5월 3일,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발표한 2024년 세계 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 한국은 62위로 추락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세계 언론자유지수 순위가 47위로 하락한 데 이은 결과다. 한때 3년 연속으로 아시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던 한국의 순위가 윤석열 정부 2년 만에 60위권으로 주저앉은 것이다. [관련 글 : 한국, 2023세계 언론자유 지수순위 47위로 하락]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2007년에는 30위권이었던 순위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에 69위로 떨어졌고, 박근혜 정부 때도 70위(2016)까지 하락했었다. 문재인 정부 때 40위권(43→41→42→42)이었던 순위는 지난해 47위로 떨어졌다가 올해는 ‘문제 있음’으로 분류되는 62위를 기록한 것이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전 세계 180개국의 언론 자유 환경을 평가해 ‘좋음’, ‘양호함’, ‘문제 있음’, ‘나쁨’, ‘매우 나쁨’의 5개 그룹으로 분류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양호함’ 그룹에서 올해는 세 번째 그룹인 ‘문제 있음’으로 떨어진 것이다.

▲ 우리나라의 세계 언론자유지수 순위의 변동 추이. 대체로 보수정부 때 순위가 많이 떨어졌다. ⓒ 미디어오늘

국경 없는 기자회는 보도자료에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공격받는 언론의 자유’라는 부제 아래 한국 사례를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한국의 언론사들은 정치인과 정부 관료, 대기업의 압력에 직면해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개선을 보였던 몇몇 국가에서는 검열이 다시 강화되었다.”

“한국에서는 몇몇 언론사가 명예훼손 혐의로 정부로부터 기소 위협을 받았다.”

“2022년 집권당인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기자들을 고발했다.”

 

“공영방송 경영진 임명에 있어 정부가 우위를 점하고 있어 (공영방송) 독립성에 위협이 될 수 있다.”

“한국기자협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언론인의 절반 이상이 현 정부에서 언론자유 후퇴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건설업 등 다른 산업 분야의 기업이 언론사를 인수하는 사례가 늘며 이해 상충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

“포퓰리즘적 정치 성향은 언론인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언론인은 온라인 괴롭힘의 피해자가 되기도 하지만 이에 대한 보호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 국경 없는 기자회 누리집의 분석 자료 중에서

굳이 국경 없는 기자회의 발표를 인용할 것도 없이 한국의 언론자유가 훼손되고 있음은 이미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는 일이었다. 2022년 대통령의 이른바 ‘바이든-날리면’으로 알려진 미국 순방 중 욕설 논란으로 촉발된 대통령 명예훼손이라며 공영방송을 형사 고발한 뒤에 상황은 점점 악화하고 있다.

 

한국 언론 상황 심각하다

 

한국의 언론 상황은 정부가 한국방송(KBS)의 이사회를 개편하고 사장을 새로 임명하면서 대통령의 녹화 대담에서 급기야 대통령 부인의 명품 백 사건이 ‘작은 파우치’로 불린 데서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KBS에 이어 YTN도 민영화되면서 공정방송을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 무력화되기도 했다.

 

방송의 공정성을 감시해야 할 방송통신위원회를 비롯한 관련 기구들과 함께 야권 성향 공영방송 이사진을 해임한 뒤,  비판언론을 표적 징계하는 등 방송 장악을 위해 폭주하고 있다. 여러 매체의 전현직 기자들이 압수수색을 당하고 검찰에서도 특별수사팀을 꾸려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MBC 등 정부 비판적인 방송사를 상대로 법정 제재를 남발하고 있으나, 법원은 이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비상식, 불공정으로 이어지는 도를 넘는 언론 탄압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되자, 보수신문마저 우려할 정도에 이르렀다.

 

여당이 참패하고 야당이 압승한 4.10 총선 결과는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으로 인한 실정의 결과이고, 위협받는 민주주의와 언론자유에 대한 주권자들의 위기의식을 일정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언론단체·범야권은 대통령 거부권으로 무산된 “방송3법 재입법”을 “22대 국회 1호 입법과제로” 추진한다고 한다. [관련 기사 : 국회 통과된 ‘방송3법’ 개정안, 핵심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

 

방송3법 재입법, 악화 상황을 멈출 수 있을까

 

시민들이 언론이 강자의 이익에 복무한다고 믿게 될 때,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2024년의 한국 언론 상황은 어떤 방식으로 회복될 수 있을까. 공교롭게도 보수정권 때마다 언론 상황이 악화하는 현실이 되풀이된다. 정권이 교체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 말고, 현 정권 내부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일까.

 

이번 조사에서 언론자유지수 1~3위는 북유럽의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이었다. 미국은 55위, 일본은 70위였다. 아시아 1위는 동티모르(20위), 2위는 대만(27위)이었다. 러시아는 162위, 중국은 172위, 북한은 177위였고 아프리카의 독재국가 에리트레아가 180위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 국경 없는 기자회에서 발표한 2024 세계 언론자유지수 순위. 색깔별로 '좋음', '양호함', '문제있음' 그룹을 나타낸다.

 

 

2024. 5. 3.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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