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포기 심은 호박, 열 몫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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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닷새 만에 다시 텃밭을 찾았다. 요즘은 비가 잦아서 오래 텃밭을 찾지 않으면 오이와 가지, 호박을 딸 시기를 놓칠 수 있어서 자연 마음이 바빠지게 된다. 지난해엔 딸 시기를 놓쳐서 버린 호박이 적잖았다. 어차피 늙은 호박으로 길러서 쓸 일은 없어서, 애호박 시기를 넘겨서 웃자란 호박은 쓸모가 없는 것이다.
마늘, 건조를 마치고
먼저 창고 기둥에 가로지른 쇠 파이프에다 걸어둔 마늘을 벗겼다. 양도 얼마 안 되고, 그리 씨알이 굵지도 않지만, 쇠를 채운다고는 해도 빈집에 놔두는 게 탐탁지 않았다. “요새 농촌도 도둑님 많으니 조심”하라는 의성 친구의 충고도 유념한 것이다.
마늘 줄기를 잘라내고, 흙도 털어서 양파망에 넣어서 들어보니 무게가 실팍했다. 비록 3접에 못 미치는 소량이지만, 우리의 첫 농사로 그만하면 되었다며, 차에다 실어두었다. 집에 가져가 뒷 베란다의 선반에 나누어 걸어두면 거기서도 건조를 이어가면 될 거였다.
꼴을 갖추는 고추, 나머지 작물도 자랄 채비
비가 자주 와서 고추밭은 검푸른 빛이 넘실거린다. 그래도 병충해는 끊이지 않아, 아내는 한 줌 넘게 병든 고추를 따내서 버려야 했다. 중간에 솎아주듯 한 줌 넘게 고추를 땄고, 가지도 네 개나 땄다. 이제 슬슬 가지도 무럭무럭 자랄 채비를 마친 것 같았다.
담장 쪽으로 지지대를 얹어둔 오이는 고추 방제 때 친 약 때문인지, 아래쪽의 잎이 말라서 시들고 있었다. 아내는 다른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하지만, 우리로선 시간이 지나서 새잎 나기를 기다리는 것 말고는 달리 도리가 없다. 그 옆의 토마토는 주먹만 해졌고, 촘촘하게 달린 방울토마토도 조금씩 굵어지고 있다.
장독대 앞에 박도 두 개나 달렸다. 뻐끔한 데가 없을 만큼 바랭이가 번졌는데, 그걸 맬까 했더니 아내는 그래도 땡볕 받는 것보단 풀이라도 있으면 덜 가물게 두라고 했다. 글쎄, 풀이 있어서 덜 가문 게 말이 되나 싶었지만, 그대로 따랐다. 때로 작물은 풀과도 공존한다고 하니까 말이다.
창고 앞 담벼락 아래에 심은 호박 한 포기는 잔뜩 힘을 써 호박을 길러내고 있다. 담벼락에 바투 붙여 감나무 가지 친 것을 쌓아두었더니 거기로 기세 좋게 벋은 순이 주먹 두 배만 한 호박 두 개를 매달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저기 살펴보니 열매를 맺은 것과 꽃망울이 적잖다.
아내에게 우리 호박 농사, 처음으로 제대로 되는가 보다 했더니, 아내도 머리를 주억거린다. 아내는 유튜버 농사꾼 선배들의 강의를 날마다 들으며 이것저것 하라는 대로 했고, 나도 주워들은 풍월을 주워섬겼다. 말라죽은 잎은 따내고, 꽃이 피면 햇볕이 들어올 만한 공간을 만들어주고, 뿌리 부근에 퇴비나 비료 등 영양 공급을 잘하라는 농사 유튜버들의 조언을 따른 결과다.
무엇보다도 텃밭을 찾는 주기를 정확히 지키는 게 필요하다. 특히 오이나 호박은 제때 따 주지 않으면 쓸모없어질 수 있으니 말이다. 이것저것 밭을 알뜰하게 살펴보는 아내는 역시 텃밭 지킴이다. 많지는 않지만, 호박 두 개에 가지 네 개, 그리고 제법 굵어진 고추를 한 움큼 따가면서 우리는 점심 때가 겨운데도 배가 불렀다.
2023. 6. 26.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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