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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 1천억 숭모관 건립, ‘그의 제사상’으로 되돌아오다

by 낮달2018 2023.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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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 예산 1천억 들여 ‘박정희 전 대통령 숭모관’ 건립 논란

▲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주변 공원. 12만 평 면적에 지금까지 1200억원이 투입됐는데 여기 천억을 더 들인다고 한다.

또 숭모관? 다시 ‘제사상’으로 돌아온 구미시

 

경북 구미시가 1000억 원을 들여 박정희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숭모관을 건립하겠다고 해 논란이다. 숭모관 건립 예정지가 구미시 소유 토지이니 이 가늠도 잘 되지 않는 거액의 예산 1000억 원은 건축비로만 쓰인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에 투입된 예산이 1200억 원을 훌쩍 넘는데도 다시 천억 원을 쏟아붓겠다는 것이다.[관련 기사 : 빚더미구미시, 이번엔 1000억 들여 박정희 추모관 추진]

지방자치가 시행된 이래 구미시는 김관용, 남유진 두 시장이 각각 3연임을 하면서 박정희 관련 시설을 차고 넘칠 만큼 세웠다. 이 박정희 기념사업을 비정상적으로 키운 인물 중엔 박정희를 가리켜 ‘반인반신’이라 숭앙하며 3선 연임 뒤 물러난 남유진 시장이 있다.[관련 글 : 남유진의 구미-이재명의 성남, 어디에 살겠습니까?]

 

구미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은 그간 구미시의 이러한 박정희 추모 사업, 이른바 ‘박정희 마케팅’을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사업 폐기 등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오불관언, 구미시가 중첩되는 사업과 공사를 이어가자, 그예 ‘죽은 자의 제사상보다 산 자들의 삶’을 돌보라는 요구가 터져 나오기에 이르렀다. [관련 글 : ‘반인반신’ 박정희를 모시는 도시의 ‘시민’으로 살아간다는 것 / 구미시, ‘죽은 자의 제사상’보다 ‘산 자들의 삶’을 돌보라]

 

이 사업은 2018년에 치른 제7회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장세용 시장이 당선하면서  얼마간 흐름이 끊겼었다. 그런데 지난해 지선에서 국민의힘 김장호 시장이 승리한, 이른바 ‘보수의 귀환’이 곧바로 그 흐름을 되살린 것이다. 구미시가 다시 이 ‘징한’ 사업을 이어가려는 목적은 “박 전 대통령의 철학과 뜻을 기리고 생가를 방문하는 추모객들에게 품격 있는 추모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란다. [관련 글 : 박정희 고향구미에서 첫 민주당 시장 탄생/ 구미는 민주당 시장 택했는데박정희 우상화 사업중단 안 하나]

▲ 구미시 상모동에 복원되어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옆에 홍보관(민족중흥관)이 세워져 있다.
▲ 900여 억 원을 들여 조성한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그러나 관련 내용이 부실하여 찾는 사람이 발길이 드물다.
▲ 200여 억 원이 투입돼 건립된 박정희 역사자료관. 내용이 부실하여 찾는 이가 뜸하긴 마찬가지다.

12만 평 ‘박정희 타운’에 1200억 투입했으나 찾는 사람 드문 시설들

 

그러나 이미 1200억 원 이상이 투입된 박정희 관련 시설은 박정희 생가, 홍보관(민족중흥관), 새마을 테마공원, 박정희 역사 자료관 등이 들어선 이른바 ‘박정희 타운’의 면적은 12만 평에 이른다. 이들 시설은 엄청난 세금을 쏟아부어 지었으나 그 내용이 워낙 부실하여 찾는 사람이 드물어 거의 개점휴업 상태에 가까웠다. [관련 글 : 879억 들여 만든 애물단지 새마을 공원’... 이게 끝이 아니다

 

그간 말없이 이를 지켜본 시민들의 인내심도 임계점에 이른 듯하다. 구미시의 부채는 경북 23개 시·군 중 가장 나쁜, 역대 최악의 재정 상황이어서 숭모관을 짓는 것 자체가 세금 낭비라는 비판도 있다. 구미시 부채는 2019년 1854억 원에서 2020년 2098억 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2021년에는 2065억 원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이 10.55%에 이른다고 한다. [관련 글 : 박정희 재떨이 모시는 200억짜리 자료관이라니/ 1천억 건물 비워놓고 기어이 박정희 유물관 지어야 하나?/ 159억짜리 박정희 역사자료관 역사가 빠졌다]

 

코로나19로 각급 지자체에서 주민들에게 지원금을 줄 때도 정부지원금 외에 예산이 없다며고 단돈 10원도 주지 않은 도시가 경상북도 재정자립도 1위의 구미시였다. 보육환경 개선이나 대중교통 활성화 등에는 예산을 거의 쓰지 않는다는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구미시청 게시판에도 이들 시민의 생생한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1000억 쓸데가 그리 없어예? / 1000억이 애들 이름입니까?

죽은 사람한테 1000억이라…지나가는 개가 웃겠다 / 미친 거 아닌지

지역사랑 카드 예산은 없고 숭모관 추진 1000억 예산은 있다?

전국지자체 개거지 1위 구미시는 난방비지원 없나요? / 코로나 지원도 안 해줬는데 난방비지원도 안 해주겠죠?

박정희 숭모관 1000억? 김장호 니돈으로 지어 / 생각이 이렇게도 없나…

돈이 남아도나요? 1000억을 들여 숭모관을 짓겠다니 / 1000억으로 뭘 한다구요?

      - 구미시청 누리집 게시판의 게시 의견 목록 중에서

 

구미에 들어와 산 지 올해로 12년째다. 이웃 칠곡이 고향이지만, 시내 학교에서 퇴직하고 내처 살고 있는데, 가끔 기회가 있으면 구미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 같을 때가 있다. 수십 년 동안 보수정당의 일색의 국회의원과 시의원에다 박정희 관련 뉴스가 전국에 알려질 때마다 조롱과 야유를 받는 것도 모자라, 4년 만에 다시 ‘도로 박정희 도시’로 돌아갔다.

▲ 박정희 역사자료관 옆에 조성된 공원에 세운 박정희 동상. 17억 원의 예산이 들었다.
▲ 시내 박정희 체육관 앞에 조성된 '박정희 등굣길'의 소년 박정희 상. 시민단체에서는 우상화라며 철거를 요구해 왔다.

그나마 2018년 지방선거에서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 시장이 뽑히고, 시의원도 민주당에서 사상 최대 인원이 진출하는 등의 진전이 시민들의 자존감을 얼마간 높여주긴 했었다. 그런데 그 유효기간은 4년이 고작이었다. 이런 보수정당이 지역 정치권을 과점하는 것은 영남, 그리고 경상북도 전체의 문제지만, 유달리 구미 상황이 주목받는 것은 여기가 박정희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빛 바랜 ‘박정희 신화’에 1천억인데, ‘코로나19·난방비 지원’은 한푼 없는 구미시

 

지역 정치권에서 박정희는 근대화의 기수로, 절대빈곤에서 국민을 해방한 영웅으로 기리는 60대 이상의 고령 세대를 겨냥한 일종의 정치 마케팅으로 소환되곤 했다. 그러나 정작 그는 새마을운동 정도로만 기억될 뿐, 그를 인상적인 역사적 인물로 받아들이는 젊은 세대는 많지 않다.

 

박정희를 의미 있는 당대의 지도자로 겪은 이들은 이미 60대 후반이다. 그 아래 세대는 현존 인물로서보다는 일종의 풍문으로 그를 기억할 뿐이기 때문이다. 더는 박정희 마케팅이 구미뿐 아니라, 영남에서 유의미한 정치적 상징으로 떠올리기 어려워지는 과도기에 접어들었다고 보아야 하는 이유다.

 

구미의 브랜드 상징으로 ‘박정희’(6.4%)보다 ‘금오산’(34.6%)으로 압도적으로 꼽은 게 무려 7년 전인 2016년 구미YMCA 여론조사에서였다. 박정희를 정치적 상징이나, 유명 역사적 인물로 기억하는 이들의 비율은 그때보다 더 하락하였으리라고 볼 수밖에 없을 터이다.

▲ 2016년 구미 YMCA 여론조사 결과 구미의 브랜드 상징은 압도적으로 '금오산'이었다.

“그만 미친 짓 하고… 어려운 이웃들 그 돈으로 방이라도 따뜻하게 난방비 지원해 주고

못 먹고 힘들게 사는 아이들 도와줘라.

북한 김일성 숭배하는 거 욕할 자격이 있냐? 살아 있는 사람이 우선이다.”

 

미친것들아 나에게 할 만큼 했다 너들 땜 내가 더 욕 처먹는다.

서민들의 삶이 너들 눈에는 안 보이냐, 박통의 말씀입니다.

 

구미시청 누리집 게시판에 오른 글을 읽으면서 새삼 다수 시민은 침묵하고 있지만, 그들도 현재 상황을 정확히 읽고 그것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시민의 여론을 정확히 읽고 그것을 받들어 시정을 펼쳐가야 할 시장과 관료들, 그리고 거기 빌붙어 기득권을 지키려는 토호 세력들이 민심의 향방에 둔감하다는 것, 예나 지금이나 문제는 거기에 있다.

 

‘박정희 사업’ 등 구미시 관련 기사들

· 879억 들여 만든 애물단지 새마을 공원’... 이게 끝이 아니다

· 남유진의 구미-이재명의 성남, 어디에 살겠습니까?

· 반인반신박정희를 모시는 도시의 시민으로 살아간다는 것

· 구미시, ‘죽은 자의 제사상보다 산 자들의 삶을 돌보라

· 박정희 재떨이 모시는 200억짜리 자료관이라니

· 1천억 건물 비워놓고 기어이 박정희 유물관지어야 하나?

· 159억짜리 박정희 역사자료관역사가 빠졌다

· 박정희 고향구미에서 첫 민주당 시장 탄생

· 구미는 민주당 시장 택했는데박정희 우상화 사업중단 안 하나

 

2023. 2. 6.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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