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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를 남발’하여 말을 ‘늘어뜨리지’ 말자

by 낮달2018 2022.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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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이 됩니다” 말고 “예상됩니다”로 쓰자

 

문서편집기 ‘한글 2018’을 쓰면서 이전 판에서는 거의 쓰지 않았던 ‘맞춤법’(F8) 검사·교정 기능을 매우 쏠쏠하게 잘 쓰고 있다. 지금도 평생교육 사이트 ‘우리말 배움터’에서 쓰이고 있는 이 검사기는 부산대학교 인공지능연구실에서 개발한 ‘아래아 한글용’이다.

 

이전 판에서 거의 쓰지 않았던 이유는 좀 민망하지만,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제 딴에는 국어를 가르치는 처지니 굳이 그 도움을 받지 않아도 충분하다고 여겼던 것 같다. 그 기능이 지나치게 기계적인 지적에 머무는 게 마뜩잖아서기도 했다.

 

‘아래아 한글’의 맞춤법 기능은 잘못 쓰인 단어나 어구에 빨간 줄로 표시되는데 유독 이번 판에서는 그 빈도가 는 느낌이 있었다. 흠이 보이지 않는 문장에도 빨간 줄이 그어지니 궁금해서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 그랬는데 아, 이게 허투루 넘길 부분이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번쩍 든 것이다.

 

2018년에 ‘한글의 맞춤법 기능’에서 내가 참고한 맞춤법 해설은 아래와 같다.

 

(1) 현재 진행의 의미를 드러내려고 보조 용언 ‘있다’를 쓰는 대신 현재형 어미‘-는’을 써도 충분하다.

     예)살고 있는→사는

(2) 부사 ‘더’에 ‘이상’을 혹처럼 덧붙이는 대신 ‘더는’ / ‘다시는’ / ‘절대’ / ‘이제는’ 등을 쓰는 게 좋다.

(3) ‘것이다’를 지나치게 많이 쓰면 좋은 문장이 될 수 없다.
(4) 우리말에선 조사 ‘의’를 잘 쓰지 않는데, 일본말의 영향으로 분별없이 붙인다.

     예)대부분의 사람이→대부분 사람이/사람 대부분이

(5) 국어사전에선 ‘스스로’를 부사 외에 명사로도 보고 있으나 ‘스스로’는 부사로만 쓰는 게 좋다.

     예)스스로에게→자신에게

(6) 되도록 ‘-기 위한’과 같은 표현은 줄여 쓴다. 예) 피해를 신속하게 수습하기 위하여 → 수습하려고, 수습하고자

(7) 일본어와 영어의 영향으로 접미사 ‘-하다’가 붙어 자동사가 되는 명사에 굳이 ‘-되다’를 붙이는데 이는 쓸데없는 일이다. 예)소멸되다→소멸하다, 확산되다→확산하다

격조사를 넣어 말을 길게 늘어뜨리는 경향

 

그간 예시한 사례가 나오면 망설이지 않고 고치면서 얼마간 내 글쓰기는 교정되었을 성싶다. 그런데 접미사 ‘-하다’를 붙이면 동사가 되는 명사에 조사 ‘-을/를/이/가’를 붙여서 쓰면 어김없이 빨간 금이 그어졌다. 맞춤법 길잡이를 찾으면 간단히 “굳이 조사 ‘을/를/이/가’를 쓰지 않아도 된다면 쓰지 않습니다.”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그 이유를 따로 제시하고 있지 않아서 궁금했다. 그러다 얼마 전, 퇴직 전에 수업에 참고한 국어 관련 자료를 살펴보다가 한글학회 성기지 책임연구원이 쓴 자료에서 그 이유를 찾아냈다.

 

조사 “-가”와 “-를”의 남발

격조사 “-가/이”와 “-를/을”을 마구 써서 말을 길게 늘어뜨리는 경향이 심합니다. 이는 우리말을 쓸데없이 난잡하게 하는 원인이 되는데, 주로 용언의 어근과 접미사(‘-되다, -하다’ 따위)와의 사이에 이들 조사를 끼워 넣어 두 언어 형식을 분리하는 현상이 지적됩니다.

 

(1) *곧 고갈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 곧 고갈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2) *무효화가 될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 무효화될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3) *온갖 거짓말로 변명을 했다. → 온갖 거짓말로 변명했다.

     - 성기지, <맞춤법 사슬을 풀어주는 27개의 열쇠> 중에서

 

글쓴이는 주격 조사(-가/-이)와 목적격 조사(-를/-을)를 남발하여 말을 길게 늘어뜨리는 것은 “우리말을 쓸데없이 난잡하게 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어근과 접사는 어울려 파생어를 만드는데 이들 사이에 조사를 끼워 넣으면 두 언어 형식을 분리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용언의 어근과 접미사 사이에 조사를 끼워 넣는 게 모두 다 ‘말을 난잡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때에 따라서 중간에 조사를 넣음으로써 그 어근의 뜻을 강조하고자 할 때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뜻이 아니라면 굳이 두 형식을 분리함으로써 말을 늘어뜨리는 것은 삼가는 게 맞다.

 

(4) 어휘의 선택 하나에도 대단히 조심을 하게 된다.(조심하게)

(5) 예산이 그렇게 반영이 될 수 없다는 건 아마 의원님께서도 잘 아실 겁니다.(반영될)

(6) 감염으로 면역을 획득한 인구의 비율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고요.(예상되고)

(7) 오늘 복지 급여가 입금이 되는 날인데…….(입금되는)

 

위 예문은 실제 글과 기사에 쓰인 문장을 고른 것이다. 실제로 이런 식으로 말을 하거나 글을 쓰는 이들이 드물지 않은데, 그건 일종의 버릇 같아 보인다. 그러나 깔끔하게 써야 할 글을 조사를 넣어서 길이를 늘어뜨리는 것은 글쓰기에서 반드시 피하는 게 글 쓰는 목적에 부합하는 일이 될 것이다.

 

 

2022. 9. 29.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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