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소속 교사 명단 ‘불법 공개’한 조전혁 의원에게 ‘이행강제금’ 집행
조전혁 세비에 대한 채권압류와 추심명령 결정
그예 조전혁 의원은 월급을 압류당할 지경에 이르렀다. 전교조가 소속 교사 명단을 공개한 조 의원에게 ‘인천지법의 조 의원 세비에 대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결정’에 따라 이행강제금 1억4500만 원을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이다.
한나라당 조전혁(51·인천 남동) 의원은 지난 4월 전교조에 가입한 교사들의 명단을 자신의 누리집에 공개했다. 일찍이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이라는 단체의 상임대표를 지낸 이답게 그는 명백히 ‘불법’이지만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교육계의 공적(公敵)’인 전교조 교사들의 명단 공개를 감행한 것이다.
이에 전교조는 서울남부지법에 명단 공개 금지 가처분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명단 게시 금지 결정을 내렸다. [관련 글 : 조합원 명단 공개? 그건 ‘나의 권리’다] 또 조 의원이 결정을 따르지 않을 경우 하루에 3천만 원씩의 이행강제금을 내라고 결정했다. 전교조의 ‘이행강제금 집행’은 이에 따른 것이다.
법원의 결정에 반하는 ‘명단 공개의 불법성’은 재론할 필요가 없겠다. 교원의 교원노조 가입은 ‘업무 외적인 영역의 개인 정보’이며 교원의 노조 가입 여부를 공개하는 것은 ‘학부모의 학습권이나 교육권’과 직접 관련이 없다. 또 교원의 노조 가입 여부 공개는 ‘교원과 그들이 속한 노조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할 개연성이 큰 일이라는 것 등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이에 다시 조전혁 의원은 ‘법원이 국회의원의 직무행위를 금지해 달라고 요구하는 가처분을 받아들인 것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며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을 냈다. 그러나 헌재는 이를 변론 없이 기각했다.
헌재의 판단은 “전교조 명단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행위는 특별히 국회의원에게 부여된 독자적인 권능이 아니고, 그러한 행위가 제한된다고 해서 국회의원의 권한이 침해될 가능성도 없다”라는 것이었다. 조전혁 의원의 불타는 애국심과 열정은 헌재의 논리 앞에 묵사발이 된 셈이다.
법원의 결정 이후 전개된 상황도 조 의원에겐 굴욕적이었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 안병직 사단법인 시대정신 이사장 등 보수 인사 10여 명이 참여한 ‘조전혁 대책위’가 꾸려진 것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이들이 연 ‘조전혁 지지 대한민국 교육 살리기 콘서트’가 연예인들의 불참으로 무산되면서 스타일은 잔뜩 구겨졌다.
상심한 그가 콘서트장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진은 이른바 ‘조전혁의 굴욕’이라는 제목으로 ‘인구에 회자’되었고, 이후 눈 밝은 누리꾼들에 의해 ‘금연지역 흡연’이라는 범법행위로 고발되기까지 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담긴 민의를 살피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정작 본인은 그게 잘 안 되었던 모양이다.
조전혁 의원은 강제 이행금을 돼지저금통의 동전, 현금 뭉치로 전교조에 직접 납부한, 이른바 ‘정치쇼’ 논란까지 벌였지만 이미 떠난 민심을 어쩌지 못한 것 같다. 결국 조 의원은 ‘세비(歲費)’라고 불리는 국회의원 월급을 압류당하게 되었으니 일찍이 누리꾼들이 그를 일러 ‘열사(烈士)’라 부른 까닭이 짚이고도 남음이 있는 것이다.
전교조는 조 의원에 이어 ‘전교조 가입 교사의 명단을 공개’한 정두언·차명진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9명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기로 했다. 현재 6천여 명의 소송인단이 꾸려졌으며, 청구 액수는 원고 1명당 20만 원씩 모두 12억여 원이다. 확인해 보지는 못했지만, 이 소송에는 나도 참여하고 있는 거로 안다.
정두언 등 명단 공개 9명에게도 손배소
‘명단 공개’의 책임이라면 나머지 아홉 명의 의원들에게도 단단히 묻는 게 마땅하다. 이들이 저지른 불법의 무게는 조전혁의 그것에 비겨 가볍지 않다. 이들이 조전혁의 불법행위에 적극적으로 동조한 것은 ‘국민의 알 권리’ 운운했지만, 사실은 그들의 인식이 조전혁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 것으로 봐야 하니 말이다. 국회 누리집에 오른 이들의 이력을 잠깐 들여다봤다. 표가 그것이다.
김효재·김용태·정두언·장제원·박준선·정진석·정태근·차명진·진수희 의원 등 아홉 명 가운데 둘은 국회를 떠났다. 이번 개각에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입각한 진수희,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들어간 정진석이 그들이다. 국회의원 누리집에서 정진석은 검색되지 않는다. 그는 비례대표 의원직을 사퇴하였기 때문이다.
이재오 계로 여의도 연구소장을 지낸 진수희(56·서울 성동갑) 보건복지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장녀의 미국 국적 논란에 대해 “나라를 위해 헌신할 아이”라며 눈물을 보인 그 사람이다. 그러나 자녀 문제에 눈물을 비친 이 ‘어머니’는 ‘전교조 명단 공개’가 정당했다는 취지로 발언을 하는 등 불법행위를 뉘우치지 않는 기개(!)를 보여주었다.
정무수석으로 입각한 정진석(51·비례)은 자민련, 국민중심당을 거쳐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긴 이다. 정무수석에 내정되면서 절대다수 국민의 4대강 사업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부 4대강 사업 가서 피켓 들고 읏샤읏샤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소수다. 그걸 알아야 한다”라고 강변함으로써 만만찮은 현실감각(!)을 보여준 이다.
정두언(54·서대문을)과 정태근(47·성북갑)은 각각 서울시 부시장을 역임한 말하자면 이명박 대통령 라인이라고 한다. 정두언은 아마 실세로서 조전혁의 돌출식 행동에 힘을 보태준 듯한데, 조전혁 지지 콘서트를 자칫 자신의 콘서트로 만들 뻔하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친이계의 실세인데도 불구하고 국무총리실로부터 사찰을 당함으로써 스타일을 구기기도 했다.
차명진(52·부천 소사)은 지난 7월에 하루 단돈 6300원으로 황제의 삶을 시연함으로써 당당히 ‘황제’에 등극한 그 사람이다. 이력을 보니 김문수와 같이 노동운동을 했고, 민중당도 같이 했다. 도대체 한때나마 운동에 종사했고 ‘민중당’을 만들었던 이가 어떻게 해서 가난과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그런 방식으로 모독할 수 있었는지는 나는 지금도 이해되지 않는다. [관련 글 : 차명진, 부천 소사의 ‘머슴’에서 ‘황제’로]
가끔 친박계와 각을 세우는 친이계로 보도되곤 하는 장제원(44·부산 사상)은 일찍이 2008년 국정감사에서 ‘유모차 부대’ 대표에게 ‘아동학대’와 ‘빗나간 모정’ 운운하여 장안의 화제를 모으고, 그의 누리집이 성지순례(!)의 대상이 되게 한 바로 그 사람이다.
나머지는 좀 생소한 이름들이다. 모두 초선으로 김효재(59·성북을)는 조선일보, 김용태(43·양천을)는 중앙일보, 박준선(45·용인 기흥)은 검찰 출신이다. 글쎄, 과문해서 그런지 이들의 활동도 낯설기만 하다. 설마 조전혁의 불법행위에 가담함으로써 자기 인지도를 높이려 한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은 거두기로 한다. 그래도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인데 어찌 그 정도 수준이라고 폄하할 수는 없지 않은가.
헌법적 가치를 부정, 훼손하는 헌법기관
헌법기관이라니까 하는 말이다. 헌법은 노동3권과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신분보장 등을 명문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런 헌법의 정신에 따라 설립된 합법 노동조합과 그 구성원을 사회의 공적으로 지목하면서 그들의 공민적 권리를 침해한 이 국회의원들에게 그 책임을 묻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관련 글 : ‘죽는소리’ 마라, 그건 당신의 선택이었다]
변함없는 국민의 지지에 잔뜩 고무되었는가, 그예 이들의 소속 정당 한나라당은 사학법 재개정을 들고나왔다. 오늘 자 <한겨레>에 따르면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사립학교법 재개정은 개방형 이사제 폐지 등 사학비리 차단을 위해 마련한 각종 규제 장치를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리라 한다.
“사학 건학의 이념과 정신을 살리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기 위해 이번에 반드시 사학법을 재개정해야 한다”라는 것이 사학법 개정에 나선, 교총 회장 출신의 이군현 원내 수석 부대표의 변이다. 알다시피‘선진화’, ‘글로벌 스탠다드’ 따위는 한나라당이 무척 선호하는 수사(레토릭)다. 그 ‘명’과 ‘실’의 편차가 너무 크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한나라당, 사학법의 규제 장치 무력화 재개정 시동
그런데 2005년에 열린우리당이 ‘사학비리’ 차단 등을 목적으로 도입한 ‘개방형 이사제, 대학평의원회, 교원 인사위원회 제도’ 등을 폐지하도록 하는 이번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사람은 조전혁 의원이다. 역시, 발군의 열성과 애국심으로 무장한 사람이다.
이 개정안에는 현행법에는 없는 ‘사학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도 담겼다 한다. 가히 ‘점입가경’의 상황이다. 이는 최근, 비리로 물러난 상지대 구 재단을 정이사로 선임하여 그간의 민주화와 학원 정상화를 원점으로 돌려놓은 사학분쟁조정위의 조정과 맥이 닿는 부분이다.
사학은 정부가 담당해야 할 국민교육의 상당 부분을 맡아 공교육을 실현하는 곳이다. 정부가 대부분의 사학에 인건비(재정결함보조금) 등을 지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사학에 대한 지원과는 별도로 국민의 세금이 지원되는 사학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은 공적 규제 아래 놓여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진행되고 있는 상황은 외로 가고 있다. 결과적으로 사학의 비리 차단 장치가 해체되면 사학의 ‘재산권’은 성공적으로 지켜지겠지만, 담세를 통해 사학을 지원해 온 다수 국민의 교육권이 훼손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듯하다.
단순히 개인적인 호오나, 조직적 차원의 찬반으로서가 아니라 일군의 선량들과 그들의 불법행위를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어떤 뜻에서든 이 시기 역사의 생생한 증언자이며 보고자이기 때문이다.
2010. 9. 11.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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