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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보여지는’ 야구 중계는 그만!

by 낮달2018 2021.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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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피동’, 야구 중계에서도 남발된다

일상 언어생활에서 ‘이중 피동’이 거리낌 없이 쓰이는 상황은 여전한 듯하다. 그나마 대학수학능력시험에 국어 문법이 출제되면서 그걸 ‘수험용’으로 공부하게 되었다는 게 변화라면 변화다. [관련 글 : ‘잊혀진 계절’은 없다]

 

잘못된 이중 피동 표현, 프로야구 해설에 넘친다

 

말도 말이지만 글에서도 이중 피동 표현은 넘친다. 이중 피동의 용언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적지 않은 자료들이 뜬다. 개인 블로그에 쓴 글에서부터 일간지 기사, 단체나 기관의 누리집 등에 이런 표현들은 무심히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피동(被動)’이란 능동(能動)의 반대로, 주체가 다른 힘으로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의미 관계가 표현된 문장이 피동문이다. 피동문은 능동사 어간에 피동접미사(-이-, -히-, -리-, -기-)가 결합하거나 명사에 ‘-되다’가 결합하여 만들어진다. 피동문은 ‘-아/-어지다’, ‘-게 되다’ 등에 의해서도 표현된다.

 

피동사가 있으면 그거로, 그게 어려우면 보조 동사 ‘-아/-어지다’, ‘-게 되다’를 붙여서 피동문을 만든다. 그런데 이른바 이중 피동은 피동사에다 불필요한 보조 동사까지 붙이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보다’의 피동사는 당연히 ‘보이다’이다. 그런데 여기다가 다시 ‘-어지다’를 붙여서 ‘보여지다’로 잘못 쓰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용언의 성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꽤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는 듯하다. 그 가운데 ‘잊혀지다’ 같은 말은 거의 굳어지는 단계에 이르지 않았나 싶을 정도이다.

▲ 프로야구를 해설하는 전직 야구선수 가운데 '보여지다'를 쓰는 이들이 유난히 많다.

‘잊혀지다’ 외에 가장 널리 쓰이는 게 ‘보여지다’이다. 이 낱말은 프로야구 해설자들이 가장 많이 쓴다. 거의 매일 치러지는 경기 중계 때마다 나오는 선수 출신의 해설자들은 대부분 이 낱말을 습관적으로 쓰는 것 같다. 이들 야구인이 이 말을 즐겨 쓰는 것은 그것이 객관성을 높인다고 여기기 때문일까.

 

그런 말투가 불편한 팬들도 많다

 

가끔 야구 경기 중계방송을 시청하면서 이들의 해설을 듣고 있노라면 가슴이 답답해지곤 한다. 곁에 있기만 하면 아주 조곤조곤 그게 왜 틀린 말인지를 일러 줄 텐데 싶어서다. 그런 기분은 나만 겪은 게 아닌 모양이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이 ‘보여지다’에 유감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야구 해설위원(캐스터 포함) ‘보여지다’란 표현을 왜 이리 남발할까요

작년에는 그런 표현을 많이 못 들어 본 것 같은데.

특히 ○○○ 해설위원이 엄청 즐겨 쓰더군요.

그만 좀 썼으면…그래도 프로인데.”

- <오늘의 유머>

 

“○○○ 위원이 ‘항상 투수들은 정신력을 굳게 가지는 그런 정신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보여집니다.’고 말한 게 무슨 뜻인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 <동아닷컴>

 

“사투리 억양이나 무수히 반복되는 ‘보여지다’와 같은 비표준어의 사용 역시 지양해야 합니다.”

- <미디어스>

 

○○○ 해설이 쓰는 말투 : “ ~로 보여집니다.”

“지금은 제가 볼 때 완벽한 스트라익으로 보여지거든요.”

같은 류의 말을 많이 쓰더군요.

“보여지거든요”같은 말이 좀 이상하지 않나요?

“~으로 보입니다.”라고 하는 게 더 자연스러운 거 아닌가요?

 

○○○뿐 아니라 ○○도 그러던데, 왜 자꾸 “~보여지다”라는 말을 쓰는지 의문이에요. 가끔 보면 “생각되어집니다.”라는 말도 쓰고.

걍 “생각합니다”나 “생각됩니다”라고 하는 게 맞는데.

……자꾸 말을 수동형, 피동형으로 쓰는 게 사회적으로 늘어나는 듯.

- <엠엘비파크(MLBPARK)>

 

[단문] 많이 틀리는 어법 사용

캐스터나 해설도 방송인인데 방송국에서는 아무런 교육도 없는 것 같더군요.

해설자들이야 현장에 있다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니 그렇다고 치더라도,

전문 캐스터들도 계속 틀리는 부분이 있더라구요.

 

“보다 / 보이다”가 맞는 사용법인데 자꾸 “보여지다”라고 쓰는 분들이 엠팍에도 많으시고, “되다”를 “되어지다”라고 쓰는 분들도 많습니다.

특히 “보여지다”라는 말이 많이 쓰이는데, 예를 들면

“저 선수는 폼이 팔꿈치에 무리가 많은 걸로 보여진다.”

“저 치어리더는 뽕을 사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같이 사용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올바르게 사용하자면

“저 선수는 폼이 팔꿈치에 무리가 많은 걸로 보인다.”

“저 치어리더는 뽕을 사용했다고 봅니다.”

  - <엠엘비파크(MLBPARK)>

 

이제 프로야구 경기 중계는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공중파에서 그것도 주말에만 경기를 중계하고 정규방송에 쫓겨 중도에 중계를 끊어버리는 적지 않았던 데 비기면 격세지감이 있다. 중계방송 화면도 구태의연하지 않고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맞추어 주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다르지 않은 것은 캐스터와 해설자의 협조로 진행되는 중계방송 진행과 해설이다. 보다 수준 높은 해설과 진행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비표준어를 남발하지 않는 중계방송을 보고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상황과 맥락을 일거에 흩트리는 ‘보여지다’를 더 이상 듣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건 희망 사항일 뿐일까.

 

 

2015. 9. 25.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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