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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무상급식의 ‘섬’, 영남 4개 시도

by 낮달2018 2021.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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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초등 무상급식이 안 되고 있는 영남권

▲ 초등 전면 무상급식 미실시 지역 가운데 경북이 가장 심각하다.

전혀 몰랐던 사실은 아니지만 막상 기사를 통해 그걸 확인하는 기분은 좀 씁쓸하다. 우리가 사는 지역의 초등학교 무상급식 이야기다. 유은혜 국회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교육부로부터 받아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경상북도 지역의 무상급식 비율은 54.3%다. 전체 13만314명 가운데 7만791명이 무상으로 급식을 제공받고 있는데 이는 간신히 절반을 웃도는 수치다.

 

울산 36%, 대구 13.5%, 경북 54.3%, 경남 5%

 

그나마 인근 울산(36%, 2만3829 명/6만6159 명), 대구(13.5%, 1만7169 명/12만6957 명)에 비기면 상대적으로 나은 수준이라고 해야 할 것인가. 도지사의 무상급식 예산 지원이 중단된 경상남도는 초등학생 18만8616 명 가운데 9351명(5.0%)만 무상급식을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나머지 시도의 초등학교에서는 전면적인 무상급식이 시행되고 있다.

 

‘무상급식’이 포퓰리즘이며, 서울이 무상급식 공세에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무너진다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투철한 신념에도 불구하고 이제 적어도 초등학교 무상급식은 대세가 된 것이다. 불행하게도 오세훈의 신념은 패배한 정치 지도자의 도그마에 그쳤고, 서울은 물론이거니와 대한민국은 결코 무너지지 않았다. [관련 글 : 신정의론(新正義論), 2010년 대한민국]

 

이들 4개 지역을 제외한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서는 100% 무상급식이 시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이 지역의 학부모들이 전혀 모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수도 서울은 말할 것도 없고, 같은 영남인 부산도 시행하고 있는 초등학교 무상급식이 영남 4개 시도에서만 시행되고 있지 않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초등학교는 전국이 무상급식을 하는데 경상도 네 군데만 안 되고 있네.”

“누굴 원망할까, 자기네들 선택인데 뭐.”

 

간밤에 기사를 읽고 나서 아내에게 한 마디 건넸더니 아내가 대번에 받았다. 지역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서 아내는 허무적인데다 상당히 과격해졌다. 최근 지역 국회의원의 성폭행 혐의가 드러나면서 아내는 더 삐딱해졌다(?).

 

영남권의 4개 시도가 다른 시도와 차별적인 무상급식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야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게 이 지역이 여당인 새누리당의 아성이고, 이 나라 보수의 본색을 보여주는 지역이라는 것까지는 좋다. 그런데 하필이면 보편적 복지가 아닌 선택적 복지가 그 당의 정책이다. 아니 여당이 단체장인 다른 지역에선 시행되는 제도가 이 지역만 피해 가는 이유는 도대체 뭔가 말이다.

 

영남 4개 시도만 섬, 어쨌든 정치적 선택의 결과

 

무상급식이 정치권의 긴급 의제로 떠오르면서 2011년에 경북 지역에서 ‘부분 무상급식’을 하려는 도교육청의 계획이 경상북도 의회에서 재를 뿌림으로써 무산된 바 있었다. [관련 글 : 무상급식 무산, 경북의 ‘보수본색’] 이듬해부터 면 지역의 초·중학교에서 무상급식이 시행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도시 지역의 학부모들은 급식비 부담을 벗지 못하고 있다.

 

서울, 부산과 같은 대도시 초등학교 학부모들보다 경북의 시 지역 학부모들의 수입이나 학비 부담 능력이 더 나은 게 아님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도 이들이 무상급식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결과적이지만 정치적 선택의 결과라고밖에는 말할 수 없다.

 

지역 사람들은 공천이 곧 당선인 총선과 지방선거 등에서 ‘묻지 마’ 지지를 통해 지역을 여당의 텃밭으로 만들어 왔다. 지난 대선에선 구미 출신의 전직 대통령 딸을 새 대통령으로 뽑은 뒤엔 이른바 정권 창출에 대한 자부심도 만만찮다. 그러나 비지지자의 처지에서 보면 보수 정권의 아성이라는 것을 빼면 지역이 정권 창출에 일조한 공로로 얻은 혜택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 지난 3월, 경남 학부모들이 경남도의회 앞에서 '무상급식 지키기 경남 학부모대회'를 열고 있다.

오히려 지역을 장악한 여당의 정책 집행에 협조하여야 하는 상황이 결국은 초등학교 무상급식 비율을 떨어뜨리게 한 주원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영남에서도 가장 낮은 5%에 그친 경남의 경우는 선별적 복지에 경도된 단체장 탓에 쪽박마저 빼앗겨 버린 상황이 되었다.

 

경남에선 무상급식에 뿔난 학부모,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주민소환 운동이 전개되고 있으나 사후 약방문 격에 그칠 뿐이다. ‘정치가 우리네 삶을 직접적으로 규정한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확인하지만, 투표권을 제대로 쓰지 않는 이상, 유권자들이 가진 패는 별로인 까닭이다.

 

다음 선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나~ 그래서 뭔가 선거 결과가 바뀔 것 같아? 아무리 물러준다고하여도 ‘우리가 남이가’에 비롯한 공고한 지역의 보수 동맹이 깨지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그래도 세상은 흘러가고 우리의 삶은 이어진다. 구태의연하게.

 

 

2015. 9. 15. 낮달

 

*전국에서 가장 늦게, 경북에 무상급식 문제가 완전 해결된 것은 2017년 12월이 되어서다. 아래 관련 기사.


 

마지막 4개 섬, 경북에도 '무상급식' 물결

미실시 4개 지역도 내년부터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 실시키로

www.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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