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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법(法)’의 복수(?)

by 낮달2018 2021. 5. 2.

▲ 법원 판결을 무시, 전교조 교사 명단을 공개한 한나라당 의원들. ⓒ <한겨레>  

‘떼법’이라면 언제부터인가 귀에 익은 낱말이다. 이 낱말은 참여정부 때부터 유행한 말이었다고 하는데 데 글쎄, 과문한 탓인지 내 기억은 긴기민가하다. 오히려 이 합성어는 현 정부 들면서 대통령이 “우리 사전에서 ‘떼법’이니, 정서법(情緖法)이니 다 지워버리자”라고 일갈한 이래 ‘불합리한 억지’라는 뜻으로 쓰이면서 더 널리 알려진 게 아닌가 싶다.

 

‘‘떼법’은 노무현 정부 시절 유행어로 ‘파업하기 좋은 나라’와 더불어 노무현 정부의 노동정책을 빗댄 표현으로 특히 기업인들 사이에 유행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헌법 위에 국민정서법이 있었으나 이제 더 강력한 떼법이 생겼다는 것이다. ‘떼’에는 다중, 억지라는 두 의미가 모두 있으니, 떼법은 숫자의 힘으로 밀어붙이면 뭐든 관철할 수 있음을 절묘하게 축약한 표현인 셈이다.

 

- <문화일보(2003-05-19)> 참여사회연구소 자료실(☞바로 가기)에서 재인용

 

’떼법‘, 사용자와 권력의 담론

 

현 정부 들면서 ‘조중동문’의 ‘말석’을 차지하면서 수구 언론의 반열에 그 이름을 올린 이 신문의 해석대로 ‘떼법’이라는 낱말이 가진 부정적 이미지는 상당했다. ‘떼’라는 고유어와 ‘법’이라는 한자어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이 신조어의 효용은 쏠쏠했던 것 같다. 그것은 한편으로 ‘법치’의 정당성을 증명하면서 그것을 통해 표출된 요구가 유례없는 ‘집단이기주의’요, ‘불합리와 억지’라고 강변하는 형식이었다.

 

떼법이라는 도매금 규정은 시민들의 집회와 시위는 물론, 노동조합의 합법 ‘파업’과 집권당의 ‘날치기’에 맞서는 소수 야당의 몸부림마저 무력화해 버렸다. 떼법 담론은 “파업·시위는 떼쓰기에 불과하다고 보는 사용자의 시선과 헌법보다는 집시법이나 도로교통법이 훨씬 중요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몰상식함”(위 자료에서 인용)으로 이루어진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들이 입만 열면 강조하는 ‘법치’는 ‘법에 의한 지배’를 말하는 것 같긴 하다. 그러나 거기에는 내용적 정당성보다는 권력에 성가신 시민들의 저항과 이의제기를 원천봉쇄하겠다는 ‘형식’과 ‘수단’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 ‘헌법 위에 정서법 있고, 정서법 위에 ‘떼법’이 있다‘는 이들의 비유는 본말의 전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어떠한 국민적 요구도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권리’를 넘지 않는다. 문제는 국가 권력 기구가 자의적으로 그 법을 행사한다는 데 있는 것이다. ‘헌법 21조를 무시한 채 집회 신고를 요구하고 검열하는 집시법, 기본권을 침해하는 공권력보다 도로에 올라선 경범이 더 크게 처벌받아야 하는 도로교통법’처럼 말이다.

 

아직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지만,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에 큰 변화가 없다. 그런데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졌다. “몰지각한 시민단체나 야당, 파업을 일삼는 ‘불순 노동자’들이나 저지르는”, 이른바 ‘떼법’을 행사하고 연출하는 이들이 바뀐 것이다. 법원의 판결에 대해 어깃장을 놓고 나선 이들은 모두 집권당의 국회의원들이다.

 

‘집단 불복종’, 혹은 ‘떼법 시위’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법원의 공개 금지 판결을 무시하고 전교조 교사 명단을 자기 누리집에 전격 공개한 후에 벌어지는 상황이다. 법원이 명단 공개에 따른 이행강제금을 부과하자 적지 않은 동료 한나라당 의원들이 불꽃 튀는 ‘우정과 연대’의 뜻을 밝힌 것이다. [조전혁 만용의 결과는 다음 글에 : 조합원 명단공개? 그건 ‘나의 권리’다]

 

사법부의 판결을 ‘조폭’으로 비유하더니 그예 ‘릴레이 명단 공개’, 즉 조 의원이 시작한 불법 명단 공개를 ‘단체로’ 함께 하겠다고 나섰다. 이른바 ‘떼법’의 조짐이 읽히는 부분이다. 법원의 판결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하여 ‘조폭’이라며 부정하는 것은 ‘삼권분립의 부정, 사법 파괴, 법치주의 유린’이라는 세간의 평가는 타당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 놀라운 ‘연대’에 참여한 의원들은 15명이고 앞으로 50여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이들은 목청을 높이고 있다 한다. ‘떼’로 하는 ‘법 위반’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행위는 더도 덜도 아닌 ‘떼법’ 그 자체다. ‘어느 나라에 시민불복종 운동하는 여당이 있냐’고 했다는 어느 여당 의원의 반응은 그나마 애교다.

 

<한겨레>는 “한나라당 떼법 시위는 ‘국가 변란 행위’다”라는 사설을 통해 ‘법치주의 능멸’과 ‘헌법 유린을’ 비판했다. “교육을 걱정한다는 한나라당이 정작 자라나는 세대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은 ‘법치주의나 민주주의 따위는 잊어라. 마음에 안 드는 판결이 나오면 떼지어 판결 불복종 운동을 벌이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 사설 바로 가기)

 

▲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 ⓒ 법제처 갈무리

지난 2007년 한나라당 의원들은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별법’ 제정에 앞장섰다고 한다. 대표 발의한 이는 정두언·진수희 의원이다. 이들은 이번 ‘판결 불복종’에 흔쾌히 동참했다. 정두언 의원은 ‘조폭 판결’ 발언의 주인공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의 내용이다. 그 법 제 3조는 ‘정보 공개의 원칙’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제2항은 다음과 같다.

 

이 법에 따라 공시 또는 제공되는 정보는 학생 및 교원의 개인정보를 포함하여서는 아니 된다.

 

더는 할 말이 없다. 이 ‘집단적 판결 불복종 운동(?)’이 학부모의 ‘알 권리’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그게 그들의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는 ‘법치’와 어떻게 같고 다른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헌법과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기본적 가치와 권리를 짓밟고 세워진 이 불법 공개는 이 나라 교육은 물론 민주주의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는 사실일 것이다.

 

 

2010. 5. 2. 낮달

 

** 후일담이 궁금하신가? 정답은 아래 기사에 있다. 대법원의 확정판결에 따라 전교조 조합원 명단을 공개한 정두언·김용태 새누리당 의원 등 여권 정치인들이 10억 원가량의 위자료를 물게 된 것이다. 이쯤 되면 정치도 코미디가 되는것이다.

 

위의 15명 당시 의원 가운데 2021년 현재 현직 국회의원은 정진석, 장제원 두 사람뿐이다. 정두언 의원은 고인이 되었고, 심재철 의원은 21대에서 낙선하였다. 김용태 의원은 불출마, 나머지는 대부분 비례대표로 임기를 마쳤다. 맨 아래, 차명진과 강용석은 말 안 해도 알아볼 만한 유명인물이다. 

 

‘전교조 명단 공개’ 새누리 의원 등 10명 10억 배상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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