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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길 위에서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노인들…

by 낮달2018 2021. 5. 9.

▲ 2008.5.8. <한겨레> ⓒ 강재훈

경북 청송군 부남면 중기리 반자골. 북쪽으로는 주왕산, 남쪽으로는 구암산, 동쪽으로는 포항의 내연산이 둘러싸고 있는 깊은 산골 마을. 10여 년 전만 해도 대여섯 집이 모여 살았으나 지금은 이윤우(78) 김남연(74) 노부부 한 쌍만 남아 있습니다. 스물둘에 재 너머 포항 죽장에서 시집온 꽃다운 새색시는 스물여섯 살가운 남편과 살며 딸 셋, 아들 하나를 두었으나 성장해 모두 도회지로 나갔습니다. 그래서 노부부만 남아 5대째 반자골 고향 집을 지키고 있습니다. 힘이 세어 소를 대신해 쟁기를 끄는 게 아닙니다.

 

소를 키우기에 힘도 들고 경운기가 올라오기에 길이 너무 외져 두 노인네가 옛날식으로 쟁기질을 해 밭을 갑니다. 할머니가 앞에서 끌고 할아버지가 뒤에서 쟁기를 잡지만 지치면 서로 바꿔서 밭을 갈기도 합니다. 오늘은 어버이날, 사는 게 힘들고 고단해도 부모님 살아계실 때 자주 찾아뵙는 것만큼 큰 효도가 없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경북 청송/강재훈 기자

 

어제(5월 8일)자 한겨레 15면에 전면으로 실린 사진이다. 무엇에 끌렸는가, 전면을 가득 채운 사진 속 노인들의 모습에서 돌아가신 어버이의 모습을 찾는다. 노인들의 모습은 쉬 설명하기 어려워도 모두 닮았다. 그것은 삶의 저물녘, 희로애락과 모든 감정의 결에서 의연히 비켜서 있는 사람의 모습이다.

 

아내는 끌고 남편은 쟁기를 잡은 이 한 장의 사진에서 노인들의 외로움과 고단한 삶보다 먼저 읽히는 것은 그들이 마음으로 나누는 배려와 연민, 두터운 사랑이다. 비록 내외만의 외로운 살림이지만, 두 노인이 나누는 마음과 의지가 절절히 느껴지는 것이다.

 

어버이날. 친부모님은 돌아가셨고, 아내가 혼자 시골의 처가로 홀로 된 장모님을 뵙고 왔다. 고작 전화 한 통으로 흉내를 내는 사위에게 안노인은 '고맙네, 이 사람아. 바쁜데…….' 하고 공치사를 아끼지 않으신다. 세월은 살처럼 흐르고, 덧없는 세대의 순환 앞에 우리는 맨몸으로 서 있다. 사랑하고, 손을 잡아 마음을 나눌 시간이, 넉넉한 듯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모자랄지도 모르겠다.

 

 

2008. 5. 9.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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