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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연합’에서 ‘후레자식연대’까지 - 자식들의 행진

by 낮달2018 2021.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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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성향 어버이연합에 대한 젊은이들의 대응

▲ 어버이연합이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이에 대한 대응으로 ‘후레자식연대’가 떴다. 페이스북 갈무리

세월이 ‘하 수상’해서인가, 어버이와 자식 간의 관계가 예사롭지 않다. 요즘 전경련으로부터 거액의 지원금을 받은 사실이 밝혀지고 청와대로부터 시위를 사주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이른바 ‘시민단체’ 대한민국어버이연합과 관련한 이야기다.

 

‘반북, 매카시즘적 태도’를 보이는 ‘주로 노인들이 가입한 정치적으로 극우성향의 단체’(이상 <위키백과>)인 어버이연합은 2006년 5월 8일, 어버이날에 결성되었다. 두루 알다시피 ‘어버이’라는 이름은 특별한 자격이 필요하지 않다. 어버이는 성인이 되어 혼인하고 자식을 낳으면 자연스레 얻게 되는 사회적 지위이기 때문이다.

 

이 단체가 굳이 아무 특징 없는 ‘어버이’라는 보통명사를 단체이름으로 쓰는 까닭은 이들의 주장과 그것을 드러내는 방식과 연관 지어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이들은 여러 정치적 현안에 대해 매우 수구적·극우적 주장을 거듭하면서 독단과 억지를 거침없이 내쏟는다. 그럴 때 그들의 ‘어버이’라는 지위는 맞춤한 방패막이가 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아버지가 그랬어! 어쩔래?”

 

자식이 부모를 어겨서는 안 된다는 것은 전통 윤리다. 그것은 오늘날 실제로 그것의 준수 여부와는 무관하게 여전히 존중받는 덕목이다. 비록 부모의 주장과 논리가 현실적으로 옳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함부로 내쳐서는 안 되는. 자신의 주장을 드러내면서 어버이연합은 이 윤리의 방패 뒤에 숨는 것이다.

▲ 어버이연합은 자신의 주장을 드러내는 방식이 매우 폭력적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매우 폭력적으로 드러낸다. 이들은 주로 불을 질러 무엇인가를 태우며 불을 붙인 프로판가스통을 동원하기도 한다. 이들이 흔히 ‘가스통 할배’라는 명예롭지 않은 이름으로 불리는 이유가 거기 있다. 그러면서 이들은 “오죽하면 우리가 그러겠냐?”는 변명 뒤에 숨기도 한다.

 

노인들에 대한 존중의 전제

 

노인 세대들이 이 나라의 현재를 만들어 낸 이들이라는 데 이의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이들의 존재와 경륜은 사회적으로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것은 거기까지다. 현 사회를 만든 주역이라는 이유로 이들의 불합리한 독단과 독선이 받아들여져야 할 이유는 없다. 미래는 현재의 청년 세대들이 만들어가야 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이 50대 이상 노령층의 지지로 판가름 난 것을 두고 젊은이들이 살아야 할 현실(미래)을 노인 세대가 결정해 버린 형국이라는 진단이 나온 이유도 비슷하다. 노인들의 정치적 선택도 존중받아야 하겠지만 그것이 결과적으로 청년 세대들이 가꾸어 갈 세상을 왜곡해 버린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사람들은 이들 고집불통의 ‘가스통 할배’들의 주장을 웃으며 보아 넘기고 마는 것처럼 보인다. 이들의 주장은 보수적이라기보단 극우적이고 합리적이고 온건하다기보다 독단적이며 과격한 편견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어버이연합이 상식적인 시민들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이들의 극우적이고 과격한 의견 표출로 적잖이 이익을 보는 세력도 있다. 이들의 과격하고 폭력적인 방식에 대해서는 선을 긋지만, 이들의 의견이 자신들의 보수적 주장과 정책과 이어지고 있다고 믿는 보수진영이 그들이다.

 

정부의 특정 정책과 관련한 정치적 논란이 있을 때마다 이들은 보수 정치세력의 처지를 대변하며 격렬한 반대 시위를 벌여 왔다. 이들의 시위가 폭력으로 번져도 현 정권하 경찰 등 공안기관에서는 이를 묵인하고 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다.

 

최근 <시사저널>의 보도로 어버이연합이 일당을 주고 탈북자들을 집회에 동원하고, 전경련의 음성적 지원을 받아왔으며,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집회를 열어왔다는 등의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는 상식과 여론과는 무관하게 특정 세력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움직여온 어버이연합이 자초한 결과로 보인다.

▲ 대한민국자식연합(대자연)은 2010년에 결성되어 2012년에 자신 해산했다.
▲ 대한민국 효녀연합은 “공동의 가치 저버린 어버이, 진실 밝혀 양심 회복시켜 주자.”고 주장한다.

어버이연합의 억지와 편파적 주장 등의 활동에 대해 젊은 세대들의 최초 대응이 이른바 ‘대자연’, ‘대한민국자식연합’이다. 2010년에 출현한 이 조직은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라는 속담을 모토로 ‘트위터’에서 주로 활동했다. 이들은 탁월한 유머 감각을 발휘하여 정치 시사 패러디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들은 어버이연합을 벤치마킹하였지만, 그들과 경쟁하였다. 어버이연합 회원보다 9배 이상의 회원을 확보한 대자연은 다음 티스토리 블로그에 개설한 ‘인당수’를 통해 활동해 오다 2012년 11월에 자진 해산했다.

 

반격, 자식들의 행진

 

나날이 활동의 강도를 높여가는 어버이연합에 대응한 청년들의 두 번째 대응은 ‘효녀연합’이었다. ‘사회적 예술가’ 홍승희(26) 씨에 의해서 결성된 ‘대한민국 효녀연합’은 “애국이란 태극기에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물에 빠진 아이들을 구하는 것입니다.”라는 손팻말을 들고 나타났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한일 위안부 협상 타결 환영 집회를 열고자 했던 어버이연합 회원들은 소녀상을 지키고 있던 대학생들에게 가로막혔다. 이들은 또 홍승희 씨가 든 손팻말 앞에서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 일본대사관 앞에서 효녀연합은 한일위안부 협상 타결 환영 집회에 열려 했던 어버이연합과 맞섰다 .

“대한민국 효녀들이 모두 모였으면 하는 의미에서 ‘대한민국 효녀연합’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었다”라는 이들은 “공동의 가치 저버린 어버이, 진실 밝혀 양심 회복시켜 주자.”고 주장한다. 자식연합이 주로 온라인상의 시사 패러디를 통해서 어버이연합에 대응했다면 효녀연합의 방식은 활동 위주여서 훨씬 직접적이다.

 

어저께는 훨씬 더 과격한(?) 대응이 나타났다. 그냥 ‘자식’, ‘효녀’도 아닌 ‘후레자식연대’다.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청개구리 한 마리가 앉아 있다. 이유야 불문가지. 이들은 “어버이연합? 엄마부대? 그런 부모 둔 적 없는데요?” 하고 반격한다. 후레자식연대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다음 글귀가 걸려 있다.

 

“어버이연합과 엄마부대를 부모로 두지 않은

모든 이들을 환영합니다.

저희는 전경련에서 돈을 받지 않고

청와대의 지시로 뭔가를 하지 않으며

국정원과도 관계가 없습니다.”

 

그 접근 방식이 ‘쿨’해서일까. 나흘 만에 2천 명의 구독자를 모았단다. 발음하기가 어째 거시기한 ‘후레자식연대’는 어버이날에 ‘낭만적인 행사’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예의 어버이연합과 엄마부대봉사단에 카네이션과 편지를 보내겠다는 계획이라고.

▲ 후레자식연대는 어버이날 의미 있는 하루를 준비 중이라 한다. 페이스북

어느 사회든 극우 세력과 조직은 있기 마련인 듯하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어버이연합이 보여주는 특정 세력을 대변하는 주장과 행동 양식은 건강한 시민사회에서 쉬 받아들이기 어렵다. 주장의 과격성과 행동의 폭력성도 그렇지만 건강한 시민들로부터 존중받아야 할 어르신들이 마치 폭력배처럼 행동하는 걸 바라보아야 하는 것은 안쓰럽고 민망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보수세력도 마찬가지다. 어버이연합과 같은 조직에 기대어 정치적 이익을 꾀하는 것은 우선 그 결과가 생광스러울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과 함께 맺는 정치적 카르텔은 궁극적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주장과 정책의 정당성과 진정성을 해치게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는 얘기다.

 

 

2016. 4. 27.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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