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 100주년을 기리는 공영방송 KBS, 그리고 ‘삼성공화국’ 논란
알아봤어야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권력은 시장으로 갔다’라고 했을 때, 그 시장이 ‘삼성’이라는 것을. 결국 시장으로 간 권력은 실형 확정 몇 달 만에 이건희에 대한 1인 사면을 관철해냈다. 그뿐인가, 보수·경제지의 엄호를 받으며 이건희는 삼성전자의 회장으로 컴백했다. 이른바 ‘왕의 귀환’이다.
김용철 변호사가 펴낸 책 <삼성을 생각한다>는 일간지 광고조차 낼 수 없었으며 삼성에 불리한 기사는 일간지와 방송에서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 대신 삼성과 이건희의 발전과 리더십을 찬양하는 ‘삼비어천가’는 곳곳에서 다채롭게 연주된다.
역시 ‘안중근’보다는 ‘이병철’!
경제지 <머니투데이>의 편집인은 오늘 자 인터넷판 기명 칼럼에서 이건희 회장의 경영 복귀 메시지를 소개하며 “멘트나 메시지라기보다는 한 편의 시에 가깝다. 잠언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라며 극찬했다고 한다. 이쯤 되면 만화가 따로 없는 것이다. (▶ 기사 바로가기)
마침내 ‘국민의 방송 KBS’도 그 ‘삼비어천가’에 입문했다. 지난 27일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탄생 100주년 기념의 ‘열린음악회’를 연 것이다. <미디어 오늘>에 따르면 부산시와 신세계가 협찬한 이 프로그램은 오는 4월 4일 방영될 예정이라 한다.(▶ 기사 바로가기)
삼성도 삼성이지만 최근 KBS가 보여주고 있는 ‘후안무치’와 ‘단순무식’도 가히 금메달감이다. 역시 ‘원전 수주 특집 방송’ 때처럼 KBS는 거액의 협찬금에 넘어간 걸까. 고 이병철 회장의 딸이 운영하는 신세계는 ‘아버지의 탄생’을 기념하는 ‘열린음악회’를 위해 아낌없이 협찬에 나섰나 보다.
행복한 ‘권력의 방송’ KBS
‘막장’이라는 표현도 아깝다. 그예 KBS는 행복한 ‘권력의 방송’을 선택한 것일까. 시장으로 간 권력을 따르는 KBS의 변신은 기민하고 놀랍다. 시청자 의견에 오른 누리꾼들의 분노 따위에도 이 막가파 방송은 오불관언이다. 지난 ‘원전’ 방송에서 뛰어난 권력에 대한 예찬 능력을 백분 발휘한 황 아무개 아나운서의 활약도 은근히 기대된다. 비판에 귀를 닫고 쇠심줄처럼 ‘모르쇠’를 외며 오로지 ‘마이웨이’를 구가하는 것도 권력의 행태를 닮았다.
올해는 경술국치 100년, 안중근 의사의 순국 100년이다. 그 백 년보다 KBS에는 삼성 재벌의 오너 이병철의 100년이 더 기릴 만했던 모양이다. ‘탄생’은 아무에게나 쓰는 말이 아니다. 이병철은 우리 기업인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이기는 하지만, 역사는 아직도 그의 공과를 정리하고 평가하지 않았다.
서해에서 침몰한 군함 때문에 국민의 마음이 어지럽고 아프다. 북한이 관련되지 않았다는 쪽으로 정리되는 듯한데 수구 언론들은 뜬금없이 다시 ‘관련설’을 1면에 띄우고 있다고 한다. 설마, 혹시 하다가 우리는 7, 80년대에 익숙하게 보던 KBS의 <보도 특집>을 구경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전두환 때나 지금이나 KBS가 뭐 다른 게 있나?”
“그 시절 방송은 ‘어쩔 수 없어서’ 했고, 지금은 아예 ‘알아서 기고 있다’는 게 다르지…….”
“문제는 지금이 훨씬 더 ‘중증의 막장’이라는 거고…….”
동료들과 KBS 이야기를 나누는데 밀려오는 것은 분노보다 허탈과 무력감이다. 이게 2010년, ‘선진화 조국’의 초상이라니, 떡칠…….
2010. 3. 29.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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