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국어대사전> ’17 4/4분기 정보 수정
국립국어원이 ‘2017년 4분기 <표준국어대사전> 정보 수정 주요 내용’을 공개했다. 새로 사전에 올린 말인 ‘표제어 추가’가 6개, ‘품사와 뜻풀이 추가’가 9개, 그밖에 ‘표제어·뜻풀이·문법 정보·용례 수정과 삭제’가 15개 등 모두 30개다.
새로 추가된 표제어는 접미사 ‘-궂다’와 부사 ‘금쪽같이’, 동사 ‘기반하다’, ‘배춧잎’, ‘양반다리’, ‘합격점’ 같은 명사 등이다. ‘-궂다’는 “(일부 명사나 어근 뒤에 붙어) ‘그러한 상태가 심함’의 뜻을 더하고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다. ‘심술궂다/앙살궂다/왁살궂다’ 등에 쓰이는 이 접사는 <고려대한국어대사전>과 달리 <표준국어대사전>에는 ‘표제어’로 올라 있지 않았던 말이다.
나머지 부사와 동사, 명사들은 좀 새삼스럽다. 무슨 말인가 하니 누구나 “아, 저 말들이 사전에 올라 있지 않았다고?” 하고 고개를 갸웃할 만큼 일상에서는 익숙한 말이라는 얘기다. <표준국어대사전>이 정작 알쏭달쏭한 외래어는 잔뜩 싣고 있으면서도 요긴한 국어 낱말은 빼먹고 있음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관련 글 : ‘수입산’도 ‘해독약’도 없다…<표준국어대사전>의 배신]
<표준국어대사전>(이하 <사전>)에서 찾던 낱말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는 적지 않다. 산에 다니면서 야생 복숭아나무인 ‘개복숭아’를 더러 만난다. 그러나 <사전>에는 이를 찾을 수 없다. ‘개살구’와 ‘돌배’는 있어도 ‘개복숭아’도, ‘개복숭아나무’도 없는 것이다. <사전>에는 지금까지 ‘책상다리’는 있는데 ‘양반다리’는 없고, ‘콩잎’은 있어도 ‘배춧잎’은 없었던 게다.
‘품사’나 ‘뜻풀이’가 추가된 경우는 9개다. 명사로만 풀이되었던 ‘만약’과 ‘만일’이 ‘부사’로 쓰이는 경우를 추가했다. ‘만일(만약)의 경우’와 같이 쓰일 때의 ‘만일(만약)’은 명사지만, “만일 밝은 데서 본다고 하면 그의 입술은 파랗게 질렸을 것이다.”에서처럼 쓰이는 ‘만일(만약)’은 이른바 문장 부사이다.
동사로만 풀이된 ‘식상하다’도 풀이에 ‘형용사’를 추가했다. ‘같은 음식이나 사물이 되풀이되어 물리거나 질리다’는 풀이를 ‘어떤 음식을 자꾸 먹어 물리다’와 ‘일이나 사물이 되풀이되어 질리다’로 나누었다. 또 여기에 ‘어떤 음식을 자꾸 먹어 물린 상태이다.’라는 의미(형용사)로 쓰이는 경우를 더한 것이다.
이밖에 ‘베다02’, ‘변10(辯)’, ‘붇다’, ‘운행하다02’, ‘원17(員)’, ‘허벅지’ 등은 뜻풀이를 추가했다. 허벅지는 원래 ‘허벅다리 안쪽의 살이 깊은 곳’이라는 뜻으로 풀이했는데 이번 수정에서는 “허벅지가 튼실하다.”에서와 같이 ‘허벅다리’로 쓰이는 경우를 더한 것이다.
‘표제어·뜻풀이·문법 정보·용례 수정과 삭제’가 15개로 가장 많다. ‘같이’와 ‘잘못’을 각각 ‘같-이’, ‘잘-못’과 같이 분석 단위의 경계를 표시하는 형식으로 바꾸었다. ‘당일’의 뜻풀이에서 ‘오늘’의 뜻을 삭제했고 나머지 단어들은 뜻풀이를 수정한 경우다. [그림 참조]
<사전>의 정보를 수정했으니 이를 공개한 것이지만, 당장 언중들의 언어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내용은 아니다. 대체로 언어생활을 통해서 드러난 변화를 그 내용으로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표제어 추가에서 보는 것처럼 아직도 <표준국어대사전>은 갈 길이 멀다.
일상적으로 쓰이는 낱말 가운데 아직도 거기 오르지 못한 낱말들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사전>에는 ‘주연배우’는 있어도 ‘조연배우’가 없고, ‘해단식’은 있는데 ‘창단식’은 없다. ‘비닐장갑’은 있는데 ‘가죽장갑’은 없고, ‘희곡집’은 있어도 ‘소설집’은 없다. 이미 죽어버린 한자어나 필요 없는 외국어나 외래어를 덜어내는 대신 오르지 못한 우리말을 대폭 표제어로 추가하는 일이 긴요한 이유다.
2018. 3. 18.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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