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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은퇴3

‘서 있는 자리’를 돌아보며 아흔일곱 김형석 교수와 강골의 투사 오종렬 선생 5월호에 김형석 교수의 글 한 편이 실렸다. ‘그분의 충고’라는 짧은 수상이다. 얼마 전 신문에서 이 백수를 앞둔 철학자가 아직도 왕성하게 활동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다. 그는 1920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치면 아흔일곱 살이다. 그를 처음 만난 건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이다. 맏형님이 사다 놓은 게 분명한 그의 수상집, 를 통해서다. 제목에도 한자를 섞어 쓴 그 책을 나는 아무의 도움 없이 읽어냈다. 내용은 희미하게 떠오르는데 주로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전개하는 글이었다는 기억밖에 없다. 스무 살 무렵에 나는 같은 출판사(삼중당)에서 문고본으로 나온 이 책을 다시 샀는데 그걸 다시 읽었는지 어땠는지는 잘 생각나지 않는다. 그 뒤에는 나는 그의 글을 다.. 2021. 5. 17.
은퇴, 혹은 세대교체 오는 2월 말을 끝으로 나는 교직을 떠나게 되었다. 1984년부터 선 교단에 머문 시간은 31년, 정년을 세 해나 남기고 나는 이 ‘혹성’을 탈출한다. 동갑내기 친구들 가운데 지금도 직장 생활을 하는 이는 거의 없다. 이들은 일찌감치 퇴직했기 때문이다. 2, 3년 전부터 예고된 50대 중후반 세대들의 은퇴 러시에 어느덧 나도 합류하게 된 것이다. 나는 이른바 베이비붐(baby boom) 세대, 한국전쟁 뒤인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인구가 급증할 때 태어난 베이비부머(baby boomer)다. 우리나라의 베이비붐 세대는 전체 인구의 14.5%인 714만 명에 이른다. 그런데 이들 베이비붐 세대는 한평생 가정과 사회를 위해 애썼지만 아무 준비 없이 은퇴를 맞이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 중 65.. 2021. 1. 3.
‘삼식이’의 ‘혼밥’ 연금 생활자의 혼자 밥 먹기 한때 ‘남편과 아내에게 필요한 것 5가지’라는 유머가 유행한 적이 있다. 내용인즉슨, 여성에게 필요한 것은 ‘돈, 건강, 자녀, 일, 친구’(또는 돈, 건강, 딸, 강아지, 찜질방) 등 실제 노후 생활을 유지하는 데 긴요한 것인데 반해 남성에게 필요한 것은 ‘부인, 마누라, 애 엄마, 집사람, 아내’ 등 호칭만 다르지 아내 하나뿐이라는 얘기다. ‘남편에게 필요한 5가지’ 노후를 맞이하면서 인간관계의 변화는 남녀 간에 차이가 크다. 남성의 인간관계는 소득 활동을 하는 시기에는 다양하고 깊지만, 은퇴를 기점으로 서서히 그 폭이 좁아지면서 약화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여성의 경우는 배우자의 은퇴를 기점으로 관계 유지를 위한 활동이 오히려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배우자의 은퇴.. 2019. 9.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