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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아도화상3

도리사, 드는 이 편안히 품어주니 ‘최초 가람’ 아닌들 어떠랴 [선산 톺아보기 ⑬] 태조산(太祖山) 도리사(桃李寺)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태조산 도리사(桃李寺) 일주문은 도리사 2Km 앞 아스팔트 길 위에 세워져 있다. 거대한 콘크리트로 지은 이 산문에는 금빛으로 쓴 ‘해동 최초 가람 성지 태조산 도리사’란 현판이 달려 있다. 도리사는 거기서 느티나무 가로숫길로 산길을 십여 분 더 가야 있다. 정말 도리사는 ‘해동 최초 가람’일까 태조산(太祖山 691.6m)은 선산의 진산인 비봉산의 동쪽 줄기에 해당하는 산으로 원래 이름은 냉산(冷山)이다. 고려 태조 왕건이 이 산에 어가(御駕)를 두어 숭신산성을 쌓고 후백제 견훤과 전투를 벌인 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왕건은 925년 후백제 견훤과의 팔공산 전투에서 크.. 2022. 8. 6.
그 산사의 단풍, 이미 마음속에 불타고 있었네 구미 태조산 도리사(桃李寺) 기행 대저 기억이란 그리 믿을 게 못 된다. 그것은, 더러 ‘본 것’과 ‘보고 싶은 것’의 절묘한 합성이거나, 보고 싶은 것에 대한 심리적 지향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구미 태조산 도리사(桃李寺)의 단풍이 내게 그렇다. 내 기억 속에서 그 절집 부근의 단풍은 늘 핏빛으로 선연하다. 그러나 어쩌다 한번 찾아보는 도리사의 단풍은 예전 같지 않았다. 물론 계절이 조금 이르거나 늦을 수도 있다. 들를 때마다 도리사의 단풍은 조금 옅어서 미진하거나 약간 넘쳐서 칙칙하기만 했다. 그 아쉬움은 해마다 구미 쪽을 지날 때마다 내 발길을 도리사로 이끌곤 하는 것이다. 도리사의 단풍, 마음속에 핏빛으로 선연하다 절집으로 들어가는 길치고 아름답지 않은 데는 없다. 더구나 손대지 않은 천연의 숲길.. 2019. 10. 4.
절집 안으로 들어온 숲, 직지사(直指寺) 황악산 직지사 기행 망자에겐 서운할 터이나 호상(好喪)의 죽음이란 반드시 슬픈 것만은 아니다. 김천에서 나서 자라 만만찮은 보수의 구각과 맞서 싸워 온 선배가 부친상을 입었고, 지난 주말, 선배 한 분을 모시고 그 문상을 다녀왔다. 향년이 84년이라면 사람에 따라 ‘수(壽)했다’고 할 수도, ‘조금 아쉽다’고 할 수도 있는 다소 애매한 시간인 듯하다. 경상도에선 아직도 흔히 볼 수 있는 굴건제복의 상주들이 감정을 담지 않고 느리게 뱉는 호곡(號哭)이나 그들과 맞절을 하고 앉아서 나누는 문상객들의 대화에서 묻어나는 것은 형식화된 슬픔이다. 그러나 의례적인 슬픔과 위로의 수사(修辭)에서 가식이나 위선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노인들의 죽음이란 늘 준비되어 있는 일정 같은 것이며, 그 죽음으로 말미암게 되는 산 .. 2019. 9.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