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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시계3

선물 ‘선물’ 이야기 아침에 미역국을 먹었다. 일요일인데도 아내가 부산스럽게 움직이더니 더덕구이와 갈치자반이 상에 올랐다. 잠이 덜 깬 딸애가 밥상머리에 앉으며 축하 인사를 건넸고, 곧 서울에서 아들 녀석의 전화가 걸려 왔다. 이른바 ‘귀가 빠진 날’인 것이다. 선물은 생략이다. 아내가 선물 사러 나가자고 여러 번 권했지만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시험 준비 중인 딸애는 따로 선물을 준비할 여유가 없었던 듯했고, 아들애는 전화로 제 어미에게 대신 선물을 준비하라 이른 모양인데, 내가 선물 얘기를 잘라버린 것이다. 나나 아내는 여전히 선물 문화에는 익숙하지 않다. 지난 5월(어버이날)에는 딸애가 카네이션 바구니를, 군에 있던 아들 녀석이 ‘군사우편’을 보내왔었다. 오후에는 외출에서 돌아온 딸애가 선물 상자 하나.. 2021. 10. 21.
박경리와 홍성원, 두 작가의 부음에 부쳐 박경리 1926~2008. 5. 1. 두 명의 작가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세상을 떠났다. 지난 1일엔 홍성원(71)이, 오늘(5일) 오후에는 박경리(82) 선생이 각각 작가로서, 자연인으로서 당신들의 삶을 마감했다. 물론 그것은 가족이나 친지의 부음처럼 애잔한 슬픔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박경리 선생이 위중하다는 것을 이미 며칠 전에 뉴스를 통해 알고 있었던 까닭에 나는 ‘그랬구나……’ 하는 정도로 선생의 부음을 받아들였다. 향년 여든둘이라는 걸 확인하면서 나는 잠깐 아쉬움을 느꼈을 뿐이다. 82세라면 요즘 같으면 얼마든지 건강해도 될 연세이니 말이다. 선생의 부음은 신문과 방송에서 실시간으로 보도하면서 저마다 선생의 삶과 문학세계를 다투어 기리고 있는 듯하다. 나는 잠깐 그이가 살아낸 80여 년의 삶과 .. 2020. 5. 5.
시계, 시간, 세월 늘 시계를 몸에 지니며 살아온 시간 나는 늘 시계를 몸에 지닌다. 휴대전화가 나온 뒤에 그걸로 시간을 확인한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나는 시계는 시계고, 휴대전화는 휴대전화라고 생각한다. 무슨 작업을 한다든지 하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나는 시계를 항상 왼쪽 손목에 찬다. 시간을 보는 행위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나는 수업을 하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자주 시계를 들여다본다. 그것은 무심한 습관일 수도 또는 자신의 삶과 일상에 대한 확인 행위일 수도 있다. 시계를 보면서 나는 시간의 흐름 속에 놓인 자신의 모습을 객관화하고자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집에 돌아오면 나는 텔레비전 옆 문갑 위에다 시계를 끌러놓는다. 그것은 내가 일상과 삶의 공식에서 벗어났음을 뜻한다. 텔레비전을 보면서 나는 손목.. 2019. 11.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