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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산당화3

학교 뒷산을 오르다 깃대봉이라 부르는 뒷산 교무실의 내 자리에 앉으면 학교 강당 뒤편에 바투 붙은 산기슭이 보인다. 손을 뻗치면 닿을 듯한 산마루에는 정자 하나가 올라앉았다. 첫 출근 때부터 한번 오르리라고 별렀지만, 좀체 짬이 나지 않았다. 주당 꽉 찬 스물다섯 시간, 두 시간을 달아서 쉬는 시간도 거의 없는 탓이다. “저 산, 이름이 뭐지요?” “글쎄요……, 그냥 ‘뒷산’이라고 하지요.” “얼마나 걸리지요?” “1시간이면 됩니다. 괜찮은 산입니다.” 산 이름을 물으니 당혹스러워한다. 간단히 ‘뒷산’이라고 넘어갈 수 있는 건 워낙 나지막한 산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인터넷을 검색해 봐도 마땅한 답이 나오지 않는다. 내가 사는 동네의 뒷산인 북봉산이나 인근 원호리 부근의 접성산 줄기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자리에 이 산은 솟아 .. 2022. 4. 20.
동네 한 바퀴-매화 지고 앵두, 살구꽃까지 봄꽃 찾아 동네를 돌다 이미 곁에 당도한 봄을 주절댄 게 지난 15일이다. 그리고 다시 보름이 지난 3월의 막바지, 이제 꽃은 난만(爛漫)하다. 산으로 가는 길모퉁이 조그만 교회 앞에 서 있던 나무의 꽃봉오리가 벙글고 있었다. 무심히 매화일 거라고 여겼더니만 어저께 돌아오며 확인하니 그건 활짝 핀 살구꽃이었다. [관련 글 : 다시, 겨울에서 봄으로] 이미 설중매로 소개했던 매화는 지고 있었다. 전자 공장 뒤란의 콘크리트 바닥이 떨어진 매화 꽃잎으로 하얬다. 시들어버린 오종종한 꽃잎을 일별하면서 나는 늘 같은 생각을 했다. 왜 우리 선인들은 이 보잘것없는 꽃을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선비정신의 표상’으로 삼았을까. 단지 이른 봄에, 더러는 눈 속에 꽃을 피운다는 것 외에 무엇이 선비들의 맘을 사로잡았을까. .. 2020. 3. 30.
산당화(山棠花), 내게 와 ‘꽃’이 되었지만 명자꽃 혹은 산당화 자색이 남달랐던 꽃, '명자' 명자나무를 처음 만난 건 2007년, 안동에 살 때다. 내가 사는 아파트 엉성한 뜰에 키 작은 관목 한 그루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빨갛게 부풀어 오른 꽃봉오릴 눈여겨 두었는데, 어느새 꽃을 피웠다. 무심코 지나다니다 그 자색(姿色)이 여느 꽃과 다르다는 걸 알았다. 사진을 몇 장 찍었고, 나무 이름을 알아봐야지 하다가 깜빡 잊어버렸다. 그러다가 어느 날, 오블의 이웃이 쓴 글에서 ‘명자나무’라는 이름과 모습을 본 순간, 그게 내 마음에 담아 두었던 꽃이라는 걸 알았다. 바로 뜰로 나가 보았는데, 아직 꽃봉오리조차 제대로 영글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다 거기 꽃이 핀 걸 확인한 게 한 열흘쯤 전이었다. 인터넷을 검색해서 명자나무를 확인하고 나니 웬걸, 아파.. 2019. 8. 25.